文 대통령, "무역보복 스스로 지킬 수 밖에 없다" 경제 독립 강조
정부, 소재·부품 R&D 예산 3년간 5조원 이상 투입…예타 면제 등 신속 개발 촉진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오전 울산 이화산업단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친환경차 부품 울산공장 기공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정부가 일본의 수출 규제와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우대국) 제외 조치에 맞서 소재·부품·장비 분야 독립 의지를 불태웠다. 후속대책으로 관련 분야 100개 이상을 '핵심품목'으로 지정하고 이들 품목의 연구·개발(R&D)에 향후 3년간 5조원 이상을 투입하는 등 전방위적으로 산업육성에 나서기로 했다.

또 예비타당성조사 면제, 연구수행기관 선정절차 간소화, 산학연 연구협의체 운영 등을 통해 R&D 기간 단축을 유도하고 R&D 생태계를 혁신해 관련 성과의 상용화를 극대화할 계획이다.

28일 문재인 대통령은 울산 이화산업단지에서 열린 현대모비스 친환경차 부품 울산공장 기공식 및 부품기업 국내 복귀 투자양해각서 체결식에 참석, 축사를 통해 "자유롭고 공정한 무역체제가 흔들리고 정치적 목적의 무역 보복이 일어나는 시기에 우리 경제는 우리 스스로 지킬 수밖에 없다"며 "지금 국가 경제를 위해 국민·기업이 뜻을 모으고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우리 경제를 지키자는 의지와 자신감"이라고 역설했다.

문 대통령의 이날 현장 방문은 지난 7일과 20일 정밀제어용 감속기 생산 전문기업과 탄소섬유 공장을 잇따라 찾은 데 이어 26일 소재·부품·장비 분야 기업 투자 펀드에 가입한 데 이은 극일(克日) 행보의 연장선이다.

특히 이날은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하는 내용의 수출무역관리령 강행 첫날이라는 점에서 '경제독립'을 강조하면서 마음을 다시 한번 다잡자는 의지를 대내외에 천명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날 이낙연 국무총리는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일본 수출규제 대응 확대관계장관회의'에서 "우리는 일본의 태도와 무관하게 소재·부품·장비 산업을 긴 안목으로 일관되게 키울 것"이라며 "그러기 위해 특별회계를 설치하고 앞으로 3년 동안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R&D)에만 5조원 이상을 투입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민관합동 '소재·부품·장비 경쟁력위원회'를 곧 가동해 모든 과정을 점검하고 대책을 보강할 것"이라며 "이미 정부는 관계기관 합동의 '소재·부품 수급대응 지원센터'를 중심으로 기업의 애로를 해소해왔다"고 말했다. 또 "정부는 지금까지 약 3000건의 상담을 통해 재고 확보, 대체 수입선 확보, 국내 생산시설 확충 등을 지원했다"며 "그런 노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우리는 일본의 부당한 경제보복 조치를 바로잡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 제소를 차질없이 진행할 것"이라며 "우리는 모든 분야에서 특정국가 과잉의존을 확실히 탈피할 것이고, 그 과정을 업계와 함께할 것이기 때문에 업계의 협조에 감사드린다"고 사의(謝意)를 표했다.

이날 회의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밝힌 '소재·부품·장비 연구개발 투자 전략 및 혁신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핵심 소재품목 100개 이상(100+α)에 대한 R&D 투자를 확대한다. 핵심품목 관련 사업 예산은 지출 구조조정 대상에서 제외하고 일몰관리도 면제하기로 했다.

대응이 시급한 핵심품목 관련 사업의 경우 예비타당성조사에서 경제성 평가를 비용효과 분석으로 대체할 수 있게 하고 대기업과 중견기업의 연구비 매칭 비중을 중소기업 수준으로 낮춰 R&D 참여를 촉진하도록 제도가 개선된다.

핵심품목에 대한 내용이 일본으로 유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부는 구체적인 목록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지난 5일 공개된 '소재·부품·장비 경쟁력 강화 대책'에서 반도체, 디스플레이, 자동차, 전기·전자, 기계·금속, 기초화학 등 6대 분야에서 관련 기술을 선정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정부는 핵심품목에 대한 '맞춤형 지원 전략'도 발표했다. 이미 수준이 높은 기술의 경우 수입 다변화 가능성이 높다면 글로벌화를 목표로 R&D를 진행하고 수입 다변화 가능성이 낮으면 공급기업과 수요기업이 협업할 수 있게 상용화를 지원할 방침이다. 아직 수준이 낮은 기술의 경우 수입 다변화 가능성이 높다면 중·장기적으로 원천기술 확보를 추진하고 수입 다변화 가능성이 낮은 기술에 대해서는 국내 공급망을 창출하는 방안을 타진하기로 했다.

산·학·연 연구역량을 결집하는 방안도 대책에 포함됐다. 핵심품목 기술 개발을 안정적으로 추진하고 필요시 긴급 연구를 수행하는 '국가연구실'(가칭 N-랩(LAB))을 지정하기로 했다. 핵심소재·부품의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베드 연구시설(가칭 N-패실러티(Facility))을 정하고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부설 나노종합기술원에는 12인치 웨이퍼 공정시설을 구축하기로 했다. R&D 현장의 문제와 국외 동향을 파악하는 국가 연구협의체(N-팀(TEAM))도 핵심품목별로 운영된다.

이밖에 연구지원시스템을 2021년 상반기에 구축하고 핵심품목에 대한 정보분석 서비스를 시범 제공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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