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극일에 동참한 현대차 노사 합의에 주목한다

 

최종걸 주필 jgchoi62@dtoday.co.kr

현대자동차(이하 현대차)가 노동조합과 8년 만에 파업 없이 임금 및 단체협약에 잠정 합의했다고 한다. 반가운 일이다. 그간 노사는 현대차를 글로벌 브랜드로 키워오는 과정에서 크고 작은 마찰도 있었지만 늘 위기때는 함께 해온 점에 미뤄 이번 합의도 환영 할 만한 일이다.

지난 27일 오후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에서 노사 양측이 이같은 잠정 합의를 하고 다음달 2일 노조원 총회를 거쳐 확정할 예정이라고 한다.

양측이 임금 및 단체협약 잠정합의안을 도출한 데는 한국이 일방적으로 일본에게 경제보복을 당하고 있는 시점에 함께 대응하고자 하는 공감대가 큰 몫을 했다는 분석이다. 이번 합의에서 노사는 지난 7년간 끌었던 통상임금 소송과 연계한 임금체계 개편에도 합의하는 성과도 냈다.

더욱 반가운 소식은 부품산업 국산화 매진 선언문도 채택한 점이다. 그간 현대자동차는 숱한 어려움속에서도 자체 엔진 개발 등 부품 국산화에 전력해 온 점에 비추어 기대하는 바가 크다.

노조측은 일본이 우리나라를 소재 및 부품 수출 우대국가인 백색 국가(화이트 리스트)에서 배제 등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조치에 따른 분위기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합의 배경을 설명했다. 자동차 관련 첨단 부품 국산화를 통해 최고 품질 차량을 적기에 공급하자는 뜻을 담았다고 한다. 또 "우리 정부의 지소미아(GSOMIA·지소미아) 폐기 결정 대응 등 한일 경제전쟁이 이후 더욱 치열하게 전개되리라는 것도 잠정합의에 이르게 한 요소였다"고 밝혔다.

사측도 화답했다. 950억원 규모 상생협력 운영자금 대출 프로그램을 통해 협력사 운영과 연구개발을 지원해 첨단 부품 소재 산업 육성과 국산화 지원에 나서는 한편 지난해 2·3차 협력사 1290개 업체에 상생협력 기금 500억원을 지원한 데 이어 올해도 1000억원 규모의 저리 대출 프로그램을 운영하기로 했다.

교섭에서는 임금 인상뿐만 아니라 통상임금 문제와 연계한 임금체계 개편도 부각됐지만 이를 노사가 합의한 것도 주목된다.

올해 최저임금법 시행령 개정으로 최저임금 산정 기준이 되는 소정근로시간이 기존 174시간(법원 판단 기준)에서 209시간으로 늘어나면서 직원 시급이 9195원에서 7655원으로 낮아지게 돼 최저임금을 위반한 처지가 된 것이다. 노사 각자 부담을 안으면서 통상임금과 최저임금 문제를 한꺼번에 해결할 임금체계 개편 필요성이 제기됐다.

노사는 현재 두 달에 한 번씩 나눠주는 상여금 일부(기본급의 600%)를 매월 나눠주고 통상임금에 포함하는 안을 만들었다. 이 방식으로 최저임금 논란과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고 조합원들에게는 임금체계 개선에 따른 미래 임금 경쟁력 및 법적 안정성 확보 격려금을 근속기간에 따라 200만∼600만원+우리사주 15주를 지급하기로 했다.

현대차 이전 현대중공업도 지난 1990년 극심한 파업으로 인해 수주 절벽에 부딪히자 당시 노조위원장이 나섰다. 사장과 함께 발주를 철회한 미국 해운회사에 찾아가 즉각 파업을 철회하고 불철주야로 선박건조를 해서 납기일 내에 건조할테니 맡겨달라고 한 전례가 있었다. 이후 현대중공업은 조선, 발전기, 해양플랜트, 전기차 등 모든 분야에서 일본 미쓰비시중공업을 따돌렸고 세계 중공업사에 새로운 길을 열고 있다. 

우리가 주목하는 것은 내우외환에 처한 대한민국을 노조도 외면하지 않고 동참한 점이다. 삼성전자가 일본의 융단 폭격에 분연히 맞서는 것처럼 현대차도 이에 뒤질세라 노사가 부품 국산화와 함께 무분규 임단협에 잠정 합의 했다는 소식은 누구도 흔들 수 없는 대한민국의 청신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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