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00억대 달하는 횡령·배임 혐의
건강상 이유로 보석, 불구속 재판…시민단체 "재구속 해야" 촉구

▲ 거액의 횡령·배임과 임대주택 비리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수천억 원대 횡령·배임과 임대주택 비리 혐의 등으로 재판 중인 이중근(78) 부영그룹 회장이 항소심에서 "실무자·전문가의 검토·조언을 거쳐 매사 적법하게 업무를 처리하고자 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28일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첫 공판에서 이 회장 측 변호인은 "범죄를 저지르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회장 측은 "불명예스럽게 이 자리에 선 부영의 최고경영자로서 회사의 업무 결정 관련 책임을 통감한다"며 "전적으로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는 것은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어 "1인 회사로 절차상 투명성 등이 부족하고 챙기지 못한 부분이 많았다"며 "계열사의 이익을 위해 한 일들이 법의 잣대로 보면 잘못된 일 처리로 판단될 수 있다는 점도 수긍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다른 주주와 채권자, 종업원 등 이해관계자에게 현실적으로 재산상 손해를 끼치려고 하지는 않았다"며 "선입견과 편견 없이 봐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 측 또 다른 변호인도 수사 및 1심 재판 때 임대 아파트 사업과 관련해 악덕 기업주 등 논란이 된 점을 언급하며 "1심에서 무죄가 나온 점을 객관적으로 봐달라"고 항변했다.

검찰 측은 1심에서 대부분 무죄가 난 부분에 대해 유죄로 인정돼야 한다고 밝혀 치열한 법정 공방을 예고했다.

재판부는 이 회장을 비롯해 피고인이 12명에 달하는 만큼 효율성을 위해 공소사실별로 4개 그룹으로 재판을 분리해 진행할 예정이다.

이 회장이 받는 혐의는 총 12개로 4300억원에 달하는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조세포탈, 공정거래법 위반, 입찰방해, 임대주택법 위반 등이다.

이 회장은 지난해 2월 구속기소 됐지만 1심 재판 중 건강상 문제를 이유로 보석으로 풀려난 뒤 불구속 재판을 받았다.

1심은 이 회장의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 등 혐의 일부를 유죄로 인정하고 징역 5년과 벌금 1억원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횡령은 366억5000만원, 배임은 156억9000만원가량만 유죄로 인정했다.

다만 임대주택 사업 관련 혐의 등 공소사실 상당 부분을 무죄로 판단한 만큼 항소심에서의 방어권 보장을 위해 법정구속하지는 않았다.

한편 재벌개혁과경제민주화실현을위한전국네트워크와 임대아파트전국회의 부영연대, 인천평화복지연대는 이날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이중근 회장의 황제보석 취소와 재수감을 촉구하는 피켓 시위를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이 회장이 실형 5년과 벌금 1억원의 중형을 선고받았으나 재판부가 보석을 허가해준 데 대해 '황제보석' 취소와 '구속 재판'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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