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성장 가속화 등 12개 전 분야 증액…GDP 比 채무 40% 육박
혁신성장동력·미세먼지·SOC·사회복지 예산 ↑…미·중무역갈등·日 수출규제 경기 하락 대응

▲ 정부가 29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올해 본예산 469조6000억원보다 43조9000억원 증액한 513조5000억원의 '2020년 예산안'을 확정하고 다음달 3일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가운데)이 내년 예산안에 대해 브리핑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정부가 내년 예산안을 올해보다 9.3% 늘린 513조5000억원 규모의 '초슈퍼 예산'으로 짰다.

올해(9.7%)에 이어 2년째 9%대 증액으로 글로벌 금융위기(2008년 8.5%, 2009년 10.6%) 이후 10여년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중 무역갈등, 일본의 수출규제에 따른 경기 하락 위험에 대응하고 장기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단기적 재정건전성 악화를 감수하고 확장적 재정기조를 펼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정부는 29일 임시국무회의를 열고 올해 본예산 469조6000억원보다 43조9000억원 증액한 513조5000억원의 '2020년 예산안'을 확정하고 다음달 3일 국회에 제출한다고 밝혔다. 국회는 법정시한인 12월 2일까지 심의·의결해야 한다.

정부는 먼저 내년 혁신성장 가속화에 올해(8조1000억원)보다 59.3% 많은 12조9000억원을 쏟아붓는다.

구체적으로는 일본의 수출규제 등 경제보복에 대응해 핵심 기술개발과 제품 상용화, 설비투자 확충을 위한 자금공급에 올해보다 163%(1조3000억원) 늘어난 2조1000억원을 투입한다. 추가 소요에 대비해 목적예비비를 5000억원 증액하고 특별회계 신설을 추진한다.

데이터와 5세대(5G) 이동통신 네트워크, 인공지능(AI) 등 4차산업혁명의 핵심 플랫폼과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자동차 등 3대 핵심사업에는 46.9%(1조5000억원) 늘어난 4조7000억원을 투입한다. 6500억원을 들여 AI·소프트웨어 인재 4만8000명을 양성하고 모태펀드에 1조원의 예산을 출자해 2조5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벤처 시장에 공급하는 등 제2 벤처 붐 확산에도 5조5000억원을 푼다.

무역금융을 4조2000억원 확대해 수출 부진을 해소하고 정책자금 14조5000억원을 풀어 중소·중견기업의 경영 애로를 덜어준다.

산업·중소기업·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는 23조9000억원으로 27.5%(5조2000억원) 늘린다. 증가율은 12개 분야 중 가장 높다.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미세먼지 대응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면서 환경예산은 8조8000억원으로 19.3% 늘어난다.

소재·부품·장비 기술개발 등 연구개발(R&D) 예산도 24조1000억원으로 17.3% 확대된다. 사회간접자본(SOC) 예산은 22조3000억원으로 12.9% 늘렸다. 대규모 건설공사를 지양했던 문재인 정부 들어 첫 두 자릿수 증가율이다.

일자리 예산은 올해(21조2000억원)보다 21.3% 늘린 25조8000억원으로 편성해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노인일자리 74만개 등 재정지원 일자리를 95만5000개 만들고 고용장려금과 창업지원, 직업훈련 등을 통해 직·간접적 일자리 창출을 지원한다. 공공부문 사회서비스 일자리 9만6000개 창출을 지원하고 국가직 공무원 일자리는 경찰 등 현장 인력을 중심으로 1만9000명 충원한다. 최저임금 인상을 통한 소득주도성장이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일자리 감소를 불러왔다는 지적에 대응한 편성으로 풀이된다.

보건·복지·고용 예산도 강화됐다. 181조6000억원으로 12.8%(20조6000억원) 늘어났고 총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5.4%로 상승, 최고치를 경신했다. 기초연금(11조5000억→13조2000억원) 등을 크게 증액하고 실업급여(7조2000억→9조5000억원)의 액수와 기한을 늘린 영향이다.

그 밖에 교육예산은 72조5000억원으로 2.6%(1조8000억원) 늘어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 55조5000억원으로 2000억원(0.4%) 늘어난 게 영향을 미쳤다. 일반·지방행정 예산도 80조5000억원으로 5.1%(3조9000억원) 늘렸다. 사병봉급 인상 등의 영향으로 국방예산은 7.4% 늘어난 50조2000억원으로 처음 50조원을 넘어섰고 남북협력기금 사업비 확대(1조1036억→1조2176억원)로 외교·통일 예산은 5조5000억원으로 9.2%(5000억원) 늘었다.

내년 총수입은 482조원으로 1.2%(5조9000억원) 증가하는 데 그칠 전망이다. 국세 수입이 올해 294조8000억원에서 내년 292조원으로 0.9%(2조8000억원) 줄면서 10년 만에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는 데 따른 것이다. 세입 부족을 보전하기 위한 적자 국채 발행 규모는 올해 33조8000억원에서 내년 60조2000억원으로 갑절 가까이 늘어난다. 역대 최대 규모다.

재정 건전성 지표들은 악화될 전망이다. 내년 관리재정수지 적자는 72조1000억원으로 올해 본예산보다 34조5000억원, 국가채무는 805조5000억원으로 64조7000억원이 각각 늘어난다. 국내총소득(GDP) 대비 관리재정수지 적자 규모는 -3.6%로 1.7%포인트 악화하고 국가채무비율은 39.8%로 2.7%포인트 오른다.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가 어려운데 재정이 적극적으로 역할을 해서 성장경로로 복귀하는 게 장기적으로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며 "내년 예산은 올해보다 월등히 확장적 기조"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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