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 김학성 강원대 교수·법학전문대학원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에 대한 인사청문회 건으로 나라 전체가 시끄럽다. 청문대상자가 문대통령의 최측근 분신인 탓에, 여야 간의 치열한 싸움 외에,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의 온라인 및 오프라인에서의 거친 공방, 대학생들의 촛불집회까지, 지면 끝장이라는 듯이 찬반 양 진영이 배수의 진을 치면서, 마치 목숨이라도 건 듯 싸우고 있다. 온 나라가 온통 ‘조국, 조국, 조국’, 조국 블랙홀이다.

인사청문회란 고위공직자에 대한 도덕성, 전문성, 업무수행능력을 검증해, 부패를 예방하고, 능력 있는 자에게 능력에 맞는 일을 맡김으로서 공직수행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장치이다. 인사청문은 대통령의 인사독주와 전횡을 방지하기 위한 ‘의회의 대통령에 대한 견제장치’로, 대통령제 국가, 특히 미국이 기원이며 모델이다.

■ 기회를 ‘사재기’한 者의 심각한 착각

우리의 인사청문회는 미국의 그것과 비교할 때, 기간이 너무 짧고, 정책검증이 아닌 도덕성 검증에 치중하고 있으며, 위증에 대한 처벌규정도 없고, 자료제출을 거부해도 이를 강제할 수 있는 장치가 없어 실효성에 의문이 많다. 또 청문(hearing)이란 후보자의 말을 들어야 하는데, 의원의 질문에 중점이 주어진다. “예, 아니오”로 짧게 말하라고 윽박지르기도 한다. 업무수행능력에 대한 검증으로, 또 들어야 하는 청문의 본래 모습으로의 회복이 절실하다.

반면 미국은 우리의 20일 기간과 달리 몇 개월(심지어는 6개월까지)이 소요되고, 공직 지명 한 두 달 전부터 CIA, FBI, IRS(국세청) 등을 가동해 공직내정자의 학력, 납세, 여자관계는 물론 가족들까지 검증과정을 거치므로, 도덕성에 대한 사전검증이 철저하다.

청문회는 도덕성 검증을 마친 상태에서, 주로 전문성, 업무적합성을 판단한다. 그러다 보니, 상원의 인준거부가 많지 않다. 청문회가 시행된 200년 동안 장관에 대한 인준거부는 12회에 불과하고, 대법관의 인준거부는 148회 중 27회에 불과하다고 한다. 이는 사전에 도덕성에 관한 세밀하고 집요한 검증을 거쳤기 때문이다.

금 번 조국 청문회의 특징을 살펴보면,
첫째, 후보자는 ‘과거 조국’을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후보자는 진보지식인을 자처한 사람이었는데, 그는 평소 낄 때 안 낄 때를 가리지 않고 남의 인격을 후벼 파는 글을 자주 올렸다. 비난에 가까운 지나친 비판이 거슬렸지만 그러한 비판을 할 만큼 자신은 당당할 줄 알았다.

그러나 드러난 여러 의혹들은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실망스럽다. 특목고가 목적대로 운영되지 않는다고 비판하면서 자신의 자녀는 외고에 보냈고, 장학금은 가정형편을 기준해서 지급돼야 한다면서 자신의 자녀는 여러 번 받았다.

심지어 의전원에서는 유급을 당했음에도 장학금이 지급됐는데, 그 이유가 격려의 의미였다니, 살다 처음 듣는 말이다. 사모펀드나 자녀의 논문 제1저자 등재와 관련해서는 ‘범법의혹’까지 든다. 대입을 준비하는 고2 학생의 제1저자 등재를 ‘대가 없이’ 해줬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둘째, 후보자가 심한 착각에 빠져있다. 후보자는 검찰개혁이라는 자신의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다고 한다. 이는 자신이 아니면 검찰개혁을 할 수 없거나 할 수 있는 사람이 없다는 것인데, 오만이거나 지나친 착각이다.

우리는 후보자에게 그런 짐을 져달라고 요구한 적이 없다. 60% 가까운 국민은 도리어 그에게 짐을 내려놓으라고 한다. 대통령이 검찰개혁을 할 적임자로 당신밖에 없다고 하니 짊어진 짐을 함부로 내려놓을 수 없다고 하는 것 같은데, 평소에 객관화능력을 강조한 사람답지 않다.

셋째, 인사청문 대상자에 대한 검찰의 개입이다. 인사청문회 전에 청문대상자 주변에 대한 검찰의 수사개시는 2000년 인사청문회가 도입된 이래 초유의 일이다. 이러한 검찰개입에 대해 여권 인사들이 ‘적폐검찰’, ‘정치검찰’ 등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하고 있다.

얼마 전만 해도 윤석열 총장을 적폐청산의 영웅으로 칭찬했는데, 적폐검찰로 몰아붙인다. 물론 인사청문회를 앞 둔 후보자를 대상으로 한 수사가 남용 되서는 안 되겠지만, 금 번의 검찰개입은 언론의 사전검증과정에서 범죄혐의를 인지했고, 시급한 증거확보가 필요했으며, 나타난 의혹이 청문회 소명으로 마무리 될 것으로 보지 않았기 때문이다.

또 윤 총장은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눈치 보았던 과거의 검찰과는 다르다는 이미지를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야 자신의 벼락출세를 합리화할 수 있고, 선후배 검사 ‘모두’에게 면이 설 수 있기 때문이다.

넷째, 인사청문회 개최여부가 다투어졌고 심지어 국민청문회까지 제시됐다. 청문회 개최를 놓고 여야가 대립하고 있는데, 증인채택에 합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해서 청문회를 무산시켜서는 안 되며 청문회는 반드시 열려 소명 및 반론기회를 주어야 한다. 80대 노모와 딸에 대한 증인요구는 지나치게 가혹하다. 국민청문회는 법에도 없는 것으로 가당치 않다.

■ 문대통령, 지명 강행은 정의와 거리 멀어

금 번 청문회파동을 보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실망이 너무 크다. 조국에 대한 실망도 실망이지만, 이를 집착하는 대통령에게 절망감마저 느껴진다. 소통을 잘 할 것으로 보았는데, 지난 정부보다 더 고집스러워 보인다.

경제는 어렵고, 일자리는 제자리며, 국가안보는 불안정하고, 한일 외교는 경솔하고 한미 외교는 어설프기까지, 그나마 유일한 업적으로 볼 수 있는 북핵문제도 지리멸렬이다. 총체적 난국 속에, 온 국민의 지혜를 모아도 부족한 상황인데, 한 사람을 구하기 위해 온 나라가 이렇게 시끄러워져야 할 이유를 모르겠다.

만일 후보자가 피의자신분으로 전환된다면, 법무부장관이 검찰수사를 받게 되는 상황이 되는데, 이는 촛불에 대한 배신으로 국가적 망신이다. 억지논리로 민심을 거스를 경우, 가래로도 막지 못할 정권위기에 직면할 수 있다. 부당한 방법으로 기회를 사재기한 자를 고집하는 것은 문대통령의 모토인 기회의 평등에 어긋나며, 검찰수사의 대상이 될 수 있는 사람을 장관에 임명하려는 것을 과정이 공정하다고 할 수 없다. 그래도 지명을 강행한다면 정의와 거리가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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