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기 환자 못 본다”…진료 의뢰는 의사가 '직접'

▲ 노홍인 보건복지부 보건의료실장이 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 위주로 진료하도록 평가.보상체계를 개선하는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상급종합병원의 중증 입원환자 비율을 기존 21%에서 30%로 확대한다.

보건복지부는 4일 상급종합병원 환자 ‘쏠림’ 해소를 위해 이런 내용을 담은 '의료전달체계 개선 단기대책'을 발표하고 내년 상반기 중 시행하기로 했다.

상급종합병원에서 경증에 해당하는 100개 질환을 진료할 경우 의료질 평가 지원금을 지급하지 않고 종별 가산율도 적용하지 않는 수가 개선도 시행함으로써 정부는 대형병원에 환자가 몰리는 의료 체계를 전면 개선한다.

또 상급종합병원 진료의뢰는 환자가 종이의뢰서를 발급받는 구조가 아닌 의사가 직접 의뢰하는 시스템을 도입한다.

◇ 상급종합병원 → '중증종합병원'으로 명칭 변경
상급종합병원은 중증환자를 중점적으로 진료하는 병원이라는 사회적 인식을 확산하기 위해 명칭을 '중증종합병원'으로 변경하는 의료법 개정이 추진된다.

이러한 개편의 일환으로 현행 상급종합병원으로 불리는 종합병원의 명칭을 ‘중증종합병원’으로 변경하고 감기 같은 경증 진료 환자 수를 줄이고 중증 환자 위주로 진료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이러한 골자로 한 의료시스템 확립을 위해 의료수가를 조정하기로 했다.

중증환자가 입원환자의 최소 21%를 차지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그 비율이 30%로 높아진 반면 종합병원 경증환자의 입원 비율은 기존 16%에서 14%, 외래환자는 17%에서 11% 이내로 각각 축소된다.

만약 상급종합병원에서 경증에 해당하는 100개 질환을 진료하면 의료질평가 1등급 기준으로 외래진찰 당 8790원 지급되던 의료질 평가 지원금을 중단키로 했다. 또 상급종합병원에 적용되던 종별 가산율 30%도 배제된다.

이러한 제도 시행으로 환자 본인부담률도 현행 60%에서 인상되는 동시에 상급종합병원의 의료 수가도 상향된다. 아울러 상급종합병원의 중증환자 진료와 다학제 통합진료비 등 중증환자 심층진료 수가도 인상될 예정이다.

정부는 중증환자 위주로 심층 진료를 시행하는 상급종합병원이나 종합병원에는 별도의 수가체계를 적용하는 시범사업을 시행한다.

이로써 상급병원은 희귀질환자와 고위험임산부 비율 등 어려운 진료를 진행하는 전문 의료기관으로 개편해, 종별가산율, 진찰료, 입원료 등을 별도로 적용키로 했다.

◇ '의사 직접 진료 의뢰' 원칙 강화
현재까지 상급종합병원에 진료를 의뢰하려면 환자가 종이의뢰서를 발급받는 방식을, 내년부터 의사가 직접 의뢰·회송시스템을 통해 의뢰하는 방식으로 개편된다.

정부는 이러한 시스템의 정착으로 경증 환자가 상급 병원에서 진료받는 것을 차단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환자가 종이의뢰서를 발급받아 경증 진료 환자가 상급 병원에서 진료받는 문제점을 개선하지 못했다.

내년부터 의사가 의뢰·회송시스템을 활용해 의사가 직접 진료를 의뢰한 경우에만 ‘의뢰 수가’가 적용된다. 의사의 의학적 판단이 아닌 환자 요구에 따른 의뢰에 대해서는 본인 부담을 부과하는 등 추가 개선도 검토한다.

상급종합병원 의뢰뿐 아니라 다른 전문진료과목 의원으로 환자를 의뢰하는 경우에도 이를 적용키로 했다. 이로 인해 의료기관 간 의뢰 과정에서 의뢰서뿐 아니라 각종 진료내역, 영상정보 등을 전자적으로 공유해 불필요한 추가 검사 등의 비용을 낮출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완할 방침이다.

◇ 지역 병·의원 '회송' 활성화
상급종합병원에 진료 내역이 있는 경증 환자나 상태가 호전된 환자의 경우 지역 병·의원으로 돌아가는 것을 적극적으로 권장할 방침이다.

이러한 제도를 정착시키기 위해 회송 대상이나 유형 등 기준을 마련하고 회송 과정에서 진료협력센터의 역할 등 회송 절차를 강화할 예정이다.

만약 동네 병·의원으로 회송된 환자가 다시 증상이 악화해 상급종합병원 진료가 필요할 경우, 신속하게 진료 기관으로 회송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검토되고 있다. 또 중증입원, 응급, 심뇌혈관 등 필수의료가 제공될 수 있도록 '지역 책임의료기관' 지정도 이달 중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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