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민일보, '리수용·리용호 회동'…양국 현안 의견 교환 집중

▲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왕이(王毅) 중국 외교 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만나 회담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배상익 기자] 지난 2일부터 사흘간 북한을 방문한 왕이(王毅) 중국 외교담당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만나지 않은 채 귀국해 주목된다.

북한 매체들은 5일 왕 국무위원이 전날 리수용 노동당 국제담당 부위원장을 만난 자리에서 시진핑 국가주석 부부가 김정은 국무위원장 부부에게 인사를 전해 달라고 부탁했다고 보도해, 김 위원장과 회동이 이뤄지지 않았음을 확인했다.

왕 국무위원의 이번 방북은 북한과 미국이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를 두고, 김정은 위원장과 면담 과정에서 중국의 중재 역할이나 미국에 보내는 메시지가 나올지에 관심이 쏠렸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도 이날 왕 국무위원의 방북 관련 보도에서 리수용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과의 회동 소식만 전했다.

왕 국무위원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을 앞둔 지난해 5월 초 중국 외교 수장으로는 10년 만에 방북했고, 김정은 위원장을 만나 한반도 정세와 양국 관계에 대한 의견을 교환했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북한의 양대 외교수장인 리수용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만 만나 북미 실무협상과 한반도 정세, 미·중 무역전쟁과 홍콩 문제 등 양국 현안에 대해 의견을 교환하는 데 집중한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소식통은 "지난해 방북 상황과 비교하면 왕 국무위원이 김정은 위원장과 만났다면 어제(4일) 저녁 중국 언론에 보도가 됐을 것"이라며 "북한 관영매체 역시 오늘 아침 뉴스에 관련 소식을 보도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왕 국무위원이 김정은 위원장을 못 만났을 가능성이 크다"고 전했다.

이 소식통은 이어 "북중 간 교류에서 보통 중국 외교부는 국가 간 교류를 담당하고, 중국공산당 대외연락부가 당 대 당 교류를 담당한다"면서 "김정은 위원장의 방중이 추진 중이라면 외교 채널이 아닌 당 대 당 채널을 이용할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지난 6월 시 주석의 전격 방북에 이어 북·중 수교 70주년 기념일인 오는 10월 6일을 전후해 김 위원장이 방문할 가능성을 제기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도 최근 전문가를 인용해 김 위원장이 시 주석과 경제·안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올해 다시 중국을 방문할 가능성이 있다면서, 이는 한반도의 안보 이슈와 북미 관계 진전, 왕 위원의 방북 성과에 달렸다고 전했다.

또 북·중 양국은 미국의 강력한 견제와 국제사회의 제재 속에서도 경제 등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넓혀가며 양국관계를 최고조에 이미 올려 세운 상황이다.

반면 미·중 간에는 무역전쟁과 홍콩 문제 등 각종 이슈로 대립하고 있다.

북한은 북미 정상의 판문점 회동 합의와 김정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친서의 약속에도 한미군사연습과 미 당국자들의 발언 등을 구실로 실무 회담에 나오지 않은 채 무력시위에 이어 대미 비난 전을 펼치고 있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에도 한반도의 정세 변화 속에서 북미정상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중재자 역할 부각에 노골적인 불쾌감을 드러냈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위원장이 왕 국무위원을 만나면 한반도 정세와 북미 대화에 대한 대화가 핵심일 수밖에 없고, 이는 트럼프 대통령을 자극하며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정책적 판단이 작용한 것 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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