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도 위험한데 해외부동산은 괜찮을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주식시장의 퇴조와 함께 불안한 심리 속에서도 마땅한 대안을 찾지 못한 채 규모를 키워가던 증권사들의 부동산투자가 엉뚱한 곳에서 사고가 났다. 지난 4일 여의도 증권가를 발칵 뒤집은 KB증권 해외부동산펀드 사태는 한마디로 “호주에 있는 아파트를 산다고 해서 투자자 돈을 모아다 줬더니 땅을 샀더라”는 이야기다. 가뜩이나 분양가 상한제로 국내 부동산 시장이 위축돼 프로젝트 파이낸싱(PF) 투자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진 가운데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여겨지던 해외 부동산 부실투자 사건은 부동산 투자를 둘러싼 안팎의 리스크 관리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6월까지 KB증권은 JB자산운용이 굴리기로 한 펀드를 팔아 기관, 법인, 개인 등 3264억원의 투자자 돈을 모았다. JB자산운용은 이 자금을 호주 현지 투자회사 LBA캐피털에 대출해줬으나 약정된 투자처인 아파트 매입이 아닌 토지 매입에 사용돼 논란이 일고 있다. KB증권은 “최근 실사과정에서 자금이 엉뚱한 곳에 사용된 것을 알게 됐다”며 “금융당국에 알린 상태고, 투자금액대비 회수율은 90%에 육박한데다 나머지 300억 손해액도 손해배상청구를 통해 회수 계획”이라고 밝혔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KB증권의 영업용순자본비율은 230.82%로 증권사 리스크관리의 기준이 되는 150%를 훨씬 상회함과 동시에 다른 초대형증권사와 비교해도 높은 안정성을 유지중이다. KB증권을 제외한 나머지 톱5 증권사의 영업용순자본 비율은 미래에셋대우가 172.73%, NH투자증권이 167.59%, 삼성증권이 173.84%, 한국투자증권이 147.38%로, 이들 4사의 평균은 165.39%다.

단기금융업 시장에 세번째로 진출해 발행어음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KB증권의 영업용순자본비율이 그 사이 얼마나 변했을지, 나머지 300억원 회수 가능성은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으나 KB증권이 300억원에 흔들릴 회사는 아니다. 문제는 적지 않은 투자자 돈이 집행되는 동안 소위 실사(Due Diligence)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현지 아파트 시세가 올라 당초 투자예정 대상이 바꼈음에도 더 나은 수익률을 위해 모른척했다 해도 문제고, 정말 몰라서 나중에 알았다는 것도 문제다. 어느쪽이든 판매사, 운용사 모두 책임에서 자유롭긴 어렵게 됐다.

국내 증권사들의 해외부동산 사랑은 비단 KB증권만의 문제는 아니다. 이미 해외부동산펀드 설정액은 지난달 말 기준 50조원 수준으로 국내 금융사끼리 동일 매물을 놓고 경쟁해 호가를 높인다는 지적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국내 기업들의 성장 동력 감소에 따른 주식 유통시장 퇴조와 신규로 상장할 만한 기업 감소로 인한 발행시장 축소 등을 감안할 때 증권사들만 나무라기도 어렵다.

현재 증권사 중 높은 수익을 올리고 있는 곳들은 전통적인 자산관리(WM)사업을 잘하는 곳이 아니라 투자은행(IB) 업무에 강점이 있는 회사들이다. 대형사, 중소형사를 가리지 않는다. 부동산투자에 발군인 메리츠종금증권 같은 회사의 성장세에 부러운 시선을 보내는 증권사도 많다. 하지만 부러움 이면에 한쪽에 쏠린 사업 포트폴리오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대표적인 증권사들의 부동산금융 방식인 PF는 말 그대로 프로젝트를 보고 돈을 빌려주는 것이다. 시행사와 시공사가 PF를 통해 증권사들로부터 돈을 빌려 개발을 하고 분양을 마치면 확보된 자금을 되갚는 방식이다. 물론 증권사는 이러한 사업성을 고객에게 설명하고 필요한 돈을 모집해준다. 이름난 건설사의 브랜드와 확보된 땅 부지 사진을 확인한 투자자들은 흔쾌히 지갑을 열어 투자에 나선다. 부동산에 대한 종교에 가까운 믿음이 이를 가능케 한다.

한 증권사 PB센터장은 “돈을 다 모집하지 못했을 때는 증권사가 책임져준다는 ‘매입보장약정’으로 유동성공여가 이뤄지고, 만약 건설사가 분양에 실패해 돈을 못갚으면 증권사가 대신 갚아준다는 ‘신용공여’를 담당하는게 증권사의 역할”이라며 “쉽게 말해 이쪽고객, 저쪽고객 양쪽으로 문제가 생겼을 때 모두 책임을 지는 역할을 증권사가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객이 경쟁사로부터 이 회사엔 그런 상품 없냐고 찾는데 그런 상품을 공급하지 않을 수 없는 구조”라며 “전문가로서 선량한 관리자로서의 주의의무를 다하기 위해 노력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