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클럽 제조업 '외길' 양정무 와이랭스필드 회장

-국내 일본 골프업체 난립…日 불매운동 일환으로 보상 교환판매 진행중

-골프클럽 '랭스필드' 국내 유일 국산 브랜드로 28년간 기술력으로 불모지였던 한국시장 개척

-국산 골프채 품질 등 우수…日기업 대부분 한국서 OEM

-우리가 잘 만들어 놓으면 브랜드 입혀 30배 비싸게 되팔아…국산화 매진 계기

-전세계 골프인들이 한국 골프채 드는 날까지 품질 앞세워 인지도 넓힐것

 

▲ 양정무 와이랭스필드 회장은 지난 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국산 골프채가 외산 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는 게 자신의 최대 숙제라고 설명했다. 양 회장은 국내 골프용품 시장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랭스필드 골프채에는 우리의 정신과 혼이 담겨 있습니다. 불모지에서 우리 브랜드를 만들고 있다는 자긍심 하나로 28년간 명맥을 이어 왔습니다."

지난 4일 경기도 포천시 신북면에 위치한 회문펠리스에서 만난 양정무 와이랭스필드 회장(58)은 인터뷰 도중 골프채를 들어 보이며 우리나라의 뛰어난 기술력을 설명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했다.

양정무 회장은 지난 1991년 국내 최초 골프 클럽 제조사 '랭스필드(LANCEFIELD)'를 설립하고 불모지인 국내 골프용품 시장을 개척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그는 랭스필드 제품을 세계에 수출하며 국산 브랜드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데 인생을 바쳤다.

양 회장은 여전히 국산 골프채가 외국산 제품보다 품질이 떨어질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는 게 자신의 최대 숙제라고 말했다.

양 회장은 "국산 브랜드 품질은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며 "전 세계 골프인이 랭스필드 골프채를 드는 날까지 뛰어난 품질을 앞세워 인지도를 널리 알릴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실제로 랭스필드는 품질과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우수한 국산 골프채를 알리기 위해 보상 교환 판매를 진행 중이다. 자사 제품뿐만 아니라 타사 제품을 가져와도 랭스필드 제품을 할인된 금액으로 교환해준다.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타사 제품을 교환해주는 이유를 묻자 양 회장은 "혼마, 미즈노, 야마하, 요낵스, 마무랑, 던롭 등 일본골프업체가 난립하고 있다"며 "노재팬 운동의 일환으로 일본제품불매 운동에 동참하고자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강조했다.

양 회장은 인터뷰 도중 허름한 랭스필드 클럽 풀세트를 직접 꺼내 들었다. 얼핏 봐도 얼핏 봐도 오랜 세월을 느낄 수 있는 골프 가방이었다. 얼마 전 한 고객께서 보상 판매 혜택을 받고자 20여 년 전에 생산한 랭스필드 제품을 가져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 회장은 "28년간 회사를 경영하며 세상과 타협하고 싶다는 유혹도 있었지만, 참고 이겨내며 골프 클럽 제조업 외길 인생을 걸어온 것이 보람으로 느껴진 순간"이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양 회장은 다채로운 이력을 지녔다. 그가 처음 골프용품을 제작하게 된 계기는 우연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양 회장은 31살 되던 해 미국 버클리 대학원을 수료한 뒤 귀국하고 자신의 취미인 골프를 즐기기 위해 골프용품 매장을 찾았다.

국산 브랜드 골프클럽을 찾자 직원은 미국산과 일본산 제품을 권하며 무시하는 표정을 지었다고 한다.

자존심이 상한 그는 직접 발품을 팔며 관련 시장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일본기업이 국내 골프 클럽 제조업 시장을 대부분 선점한 사실을 알게 됐다.

양 회장은 당시 일본 골프 클럽 제조 기업들의 OEM(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생산 방식에 주목했다. 국내 자재와 기술력으로 만들어진 골프채에 일본 기업 브랜드를 새겨 우리나라에 비싸게 되판매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당시 애국심이 강한 양 회장에게 이런 상황은 새로운 도전정신을 자극되는 계기가 됐다.

양 회장이 샤프트를 들어보인 뒤 살펴보고 있다. 양 회장은 "샤프트에 들어가는 국내 낚싯대의 품질과 생산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며 "국산 골프채 품질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사진=김현수 기자

"골프채 자재로 쓰이는 감나무 뿌리,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국산 낚싯대 생산 기술로 만든 샤프트 등 생산 전반에 걸쳐 국내에서 생산된 것입니다. 국산 생산 제품에 일본 브랜드를 고스란히 입혀 놓고 원가에 20∼30배 부풀려 팔리는 것을 보고 골프 클럽 국산화에 매진하기로 했습니다."

양 회장은 "우리가 세계 최고 품질로 생산한 제품이 일본으로 건너가 일본 브랜드가 새겨지고 우리나라에서 비싸게 되팔리고 있는데 이 사실을 모르는 국내 소비자들은 브랜드 충성심 하나로 일본산을 선호하고 있다"며 아쉬워했다.

국산 브랜드 골프 클럽을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이 '랭스필드'의 태동이었다. 1992년 10월 3일 개천절 서울 종로구 인사동에서 랭스필드 1호점을 개점한 것이 골프 클럽 국산화의 첫 도전이었다.

랭스필드 CI는 창과 방패의 형상을 표현했다. 골프용품 시장을 선점한 외국 기업을 막고 국산화해 세계시장으로 입지를 넓혀간다는 의지를 담았다.

랭스필드는 지난 1995년 국내 최초 초경량샤프트 장착 티타늄우드를 출시해 러시아와 중국 등에 수출하는 등 기술벤처 기업으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2년 뒤 김대중 정부 당시에는 골프용품 불모지인 우리나라에서 국산 제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에 수출하며 국내 사업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신지식인 초청 기념 만찬'에 초청되기도 했다. 2001년 3월에는 같은 공로로 대통령 표창을 받는 쾌거를 이뤘다.

"삼성(아스트라)·LG(반도스포츠)·금호(포즈)·코오롱(엘로드) 등 대기업들도 국내 골프 클럽 제조업을 선점하기 위해 뛰어들었다가 모두 철수했다. 랭스필드는 국내 시장을 개척하고 동남아, 중국 등 40여 개국에 활발한 수출로 승승장구하며 국내 유일의 국산 브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승승장구하던 양 회장에게도 어려움이 찾아왔다. IMF 여파에 따른 거래처의 잇따른 부도와 특별소비세 과중으로 인한 자금 압박 등으로 회사의 내실이 흔들린 것이었다. 결국 2002년 랭스필드는 부도를 맞게 된다.

"부도를 경험했지만 포기하지 않고 미국 하와이, 중국, 동남아 등지를 돌며 랭스필드 제품을 팔았습니다. 국내 제품을 만들고 있다는 신념 하나로 묵묵히 재기를 꿈꿨습니다."

양 회장은 인터뷰 도중 허름한 랭스필드 클럽 풀세트를 직접 꺼내 들었다. 양 회장은 "한 고객이 20여 년 전에 생산한 랭스필드 제품을 보상 판매 혜택을 받기 위해 반납한 것"이라며 "골프 클럽 제조업 외길 인생을 걸어온 것이 보람으로 느껴졌다"고 회상했다. 사진=김현수 기자

결국 2004년 국내 무대로 돌아오며 재기에 성공하게 된다. 이듬해 부산 APEC 공식 업체로 선정되며 회사의 존재감을 다시 한번 전 세계에 알리는 발판을 마련했다. 세계 20개국 정상 뿐만 아니라 수행원들이 제품을 사용해보는 계기가 됐고 이는 납품까지 이어지는 계기가 됐다.

인터뷰 말미에 그는 지금까지 회사가 성장할 수 있었던 이유로 국산제품 품질에 대한 우수성을 믿어준 고객들 덕분이라며 감사함을 전했다.

"랭스필드는 골프클럽과 관련된 기술특허만 5개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는 회사가 장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원동력이자 경쟁력을 입증하는 것입니다. 이를 토대로 앞으로도 세계 시장에 자랑스럽게 우리 제품을 내놓는 것이 저의 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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