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기호 교수, "일왕 즉위식, 지소미아 종료일 중요 계기 될 수 있어"
최병일 교수, "변화된 무역환경 맞춰 안보-산업-통상 연계 국가 전략 구현해야"

▲ 국회 예산정책처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와 한국의 대응방안-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수출규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경제현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 배제로 촉발된 한·일 무역 갈등이 악화되지 않도록 압류된 일본 전범기업 재산 매각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는 내년 봄 이전에 양국 관계 개선에 나서야 한다는 권고가 나왔다. 소재·부품 산업의 국산화를 모색하되 수입선 다변화·소비지 생산 강화·글로벌 유일 경쟁력 제품 확보 등의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또 변화된 무역환경에 대응할 수 있도록 정부가 컨트롤 타워를 만들고 안보-산업-통상이 연계된 국가전략을 구현해야 한다는 제안도 나왔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와 한국의 대응방안-미·중 무역갈등과 일본의 수출규제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로 경제현안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양기호 성공회대 일본학과 교수는 "한국 정부는 일본 정부와 기업이 출연하면 한국 기업이 추가 지원하는 방법을 제시한다면, 일본 정부는 반대로 한국 정부와 기업이 출연하면 일본 기업이 추가 출연하는 방안을 고려하며 맞서고 있다"며 "내년 봄 일본 전범기업의 압류재산 매각시에는 양국 관계는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가게 된다. 일단 피해자 구제를 위해서 포스코 기금으로 보상을 한 뒤 추후 구상하는 방안을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양 교수는 다음달 22일 일왕 즉위식, 11월 23일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일 등을 양국 관계 개선의 중요 시점으로 꼽았다.

이지평 LG경제연구원 상근자문위원은 "일본 정부의 화이트리스트 배제에도 큰 영향이 없는 품목이 대다수일 것이므로 차분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대법원 판결로 압류된 일본 전범기업 자산이 매각하면 일본 정부가 각종 실험 및 연구장치, 첨단소재, 공작기계 등에 대해 추가 수출제한 보복 조치를 할 수 있는 만큼 관련 산업의 재고 축적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이어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는 해외에 소재한 일본기업으로까지 영향을 주기 어려운 측면이 있으므로 일본 기업 해외 거점과의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모든 부문을 국산화할 수는 없지만 미국에 이어 일본도 보호무역주의를 강화한 만큼 새로운 비즈니스 환경에 맞춰 기업들은 재고전략, 공급처 다변화, 소비지 생산 강화, 글로벌 유일 생산 경쟁력 확보 등 대응능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성원 한국전자통신연구원 ICT창의연구소장은 "일본의 반도체·디스플레이 소재 수출규제는 국내 소재·부품 굴뚝 산업이 새롭게 불을 지필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며 "과거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는 '데스 밸리(Death Valley·죽음의 계곡)'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격차가 컸었지만 지금은 대기업이 기술력 있는 중소기업에 모두 납품을 하라고 하고 있다. 일본 소재·부품 의존도가 과거 90%에서 30% 수준으로 크게 떨어질 것"이라고 소재·부품산업의 국산화에 대한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한철희 산업통상자원부 동북아통상과장은 "정부는 대법원 판결 이후로 국무총리실 중심으로 여러 부처들이 일본의 예상되는 보복조치에 대응해 다양한 시나리오를 갖고 준비해왔다"며 "산업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우리 대법원 판결에 대응한 '경제보복'으로 규정하고 세계무역기구(WTO) 제소, 소재·부품 공급선 다변화·국산화, 경쟁력 강화를 위한 연구·개발(R&D) 세제·금융지원, 일본에 대한 백색국가 제한 의견 수렴 등 다양한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산업부 장관은 '언제 어디서나 일본과 만나 대화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며 "정부 차원에서 갈등을 빚고 있지만 경제인을 비롯한 양국 민간의 교류는 계속 지원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병일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는 "미·중 무역갈등은 트럼프 정부의 집권을 위한 선거용도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중국을 이대로 둘 수 없다'는 미국 조야의 초당파적인 합의에 따른 것"이라며 "미국은 중국에 '(보조금 없는) 공정한 경쟁의 장, 게임의 룰'을 정립하려 한다면 중국은 대미 무역수지 흑자 감축 등 '숫자는 타협 가능하지만 체제는 협상 불가'라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기 때문에 미·중 무역갈등은 장기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 교수는 "현재 국제경제 환경은 기존 자유무역질서 균형이 외부적 충격에 의해 새로운 균형(New Normal)으로 이동하고 있다. 뉴 노멀은 무역이 기존 규칙 기반 체제에서 안보 관련성이 커지면서 지리경제학적 중요성이 부각되고 글로벌 기술 생태계가 파편화 될 것"이라며 "우리나라가 트럼프·중국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컨트롤 타워를 만들어 안보-산업-통상이 연계되는 국가전략을 구현해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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