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기저효과'와 농산물가격 안정·국제하락 등 영향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우리나라의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5%를 기록, 역대 최저 기록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지난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4년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떨어지는 등 저물가 기조가 지속되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8일 통계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누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0.5%를 기록했다. 이는 1965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8개월 연속 0%대 이하에 머물렀고 지난 8월에는 -0.04를 기록, 사실상 첫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통계청에 따르면 1∼8월 누계 기준으로 이전까지 가장 낮은 상승률은 1999년과 2015년에 기록한 0.6%였다. 기획재정부와 통계청은 9월부터 2∼3개월 정도는 1년 전 수준에도 못 미치는 물가 흐름이 이어지다 연말에 다시 0%대 중후반의 물가상승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할 것이라는 전망에는 9월이나 10월 또 다시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은 올해 8∼10월 중 적어도 한두 달은 전년 동월 대비로 마이너스 물가 상승률이 나타날 가능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8∼10월에 물가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게 나타나면서 생긴 '기저효과'와 더불어 농산물 가격 안정과 국제유가 하락 등 외부 변수까지 가세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됐다.

따라서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 초·중반에 머물며 연간 기준으로 역대 최저 기록을 세울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대를 기록한 것은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때인 1999년(0.8%)과 유가 폭락 및 메르스(MERS: 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가 겹친 2015년(0.7%) 두 번 뿐이었다.

이처럼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5%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정부가 당초 내세웠던 전망치를 벗어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올해 정부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9%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말 올해 평균 물가상승률을 1.6%로 잡았다가 지난 7월 0.9%로 하향 조정했으나, 이마저 예측이 빗나갈 가능성이 커졌다.

주요 기관들이 예상하는 올해 한국의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계속 하향 조정되고 있다.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해외 IB(투자은행) 9곳의 올해 한국 물가성장률 전망치 평균은 8월 말 기준 0.7%로 전월 대비 하락했다. 씨티와 JP모건이 0.5%로 하향 조정해 바클레이스까지 총 3곳이 0.5%를 전망했다. UBS도 물가 전망치를 0.6%로 내렸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국내외 36개 기관의 올해 한국 물가상승률 전망치 평균을 보더라도 7월 기준 0.9%에서 8월 기준 0.8%로 0.1%포인트 낮아졌다.

정부는 저물가 상황이 수요 측 요인보다 농·축·수산물, 유가 등 공급 측 요인에서 상당 부분 기인한 만큼 디플레이션 국면으로 보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경기 부진 국면에서 시장 내 수요 자체가 위축된 구조적 결과에 따른 것으로 사실상 디플레이션에 가깝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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