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원 더불어민주당 의원, "日 수출규제, 정경분리 원칙 훼손·WTO 협정 위배…징용 피해자 판결 정치적 이용"
"지소미아 종료, 미국 지렛대 활용 日 역사 인식 전환 유도…한·미 동맹 확고"
"日, 피해자 중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은평을)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일간 투데이>와 만나 아베 일본 정부의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와 화이트리스트(수출절차 간소화 대상국) 제외 조치를 '경제 침략'으로 규정하고 강하게 비판했다. 사진=김현수 기자

[일간투데이 신형수 기자, 이욱신 기자] 흔히 일본은 '가깝고도 먼 나라'로 묘사된다. 경제·지리적으로는 긴밀한 협력 관계를 유지했지만 독일과 달리 과거사에 대한 명확한 사과가 없어 문화·심리적으로는 상당한 거리감이 존재해 왔다. 이에 더해 최근 일본 정부가 우리나라로 향하는 반도체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허가 조건을 강화하고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시행함으로써 한·일간의 관계는 급속도로 멀어졌다. 이에 여·야 국회의원들을 만나 일본 수출규제 조치 시행의 문제점과 향후 바람직한 한·일 관계 구축을 위한 방안을 모색해 본다<편집자 주>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일간 투데이>와 만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은평을)은 아베 일본 정부의 수출규제 강화와 화이트리스트 배제를 '경제 침략'으로 규정하면서 조속히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이어 아베 정부는 민사적 사안인 일제 식민치하 강제 징용 피해자 배상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고 있다며 '피해자 중심주의' 입장에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 의원은 지소미아 종료가 북핵 위협에 대응해 한·미·일 공조를 중시하는 미국으로 하여금 한·일 관계 개선 중재에 나서도록 할 것이라며 일각에서 제기된 한·미 동맹 균열론을 일축했다. 이어 이번 사태를 통해 정부는 대대적인 연구·개발(R&D) 예산 지원을 통해서, 대기업은 기술력 있는 중소·중견기업과의 상생 협력 관계 구축을 통해서 대일 의존도가 높은 소재·부품산업의 국산화를 이뤄내야 한다며 향후 의정활동을 통해서 관련 예산·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 다음은 강병원 의원과의 일문일답.

▲ 일본의 반도체 핵심 소재 수출규제 이후 우리 정부의 대응조치가 나오면서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는가.

이번 사태의 직접적인 원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정부의 부당한 경제 침략이다. 아베 정부는 일제 식민치하 강제 징용 피해자 손해배상이라는 민사배상의 문제를 정치적 문제로 비화해 이용하고 있다. 아베 내각은 정경(政經)분리의 원칙을 훼손하고 자유무역 질서를 천명한 세계무역기구(WTO) 협정에 위반된 행동을 하고 있다.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일본 우익을 대변하는 아베 내각이 과거 식민지 역사를 반성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본의 종전 기념일인 지난달 15일 전국전몰자추도식에서 즉위 후 처음 참석한 나루히토(德仁) 일왕은 '깊은 반성'을 표명했다. 반면 7년째 참석하는 아베 총리는 여전히 일본의 '가해 책임'을 인정하지 않았다. 지지세력 결집을 위한 아베의 우경화 행보가 계속되는 한 앞으로의 한·일관계 개선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 경색된 한·일관계를 풀기 위해 '1+1(한·일 기업 공동 배상)', '1+1+α(한·일 기업 공동 배상+한국 정부 추가 출연)', '2+2(한·일 기업·국가 공동 배상)', 신YS안(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제시안·일본 배상 요구하지 않는 대신에 책임 있는 사과 표명) 등 다양한 안이 제시되고 있다. 어떤 안이 타당하다고 보는가.

여러 가지 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무의미하다. 우선, 정경 분리 원칙을 지켜 일본이 경제 침략을 철회해야 한다. 그래야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따른 배상을 어떻게 다룰 것인가 별도로 협의를 진행할 수 있다.

강제징용 배상판결 논의의 대전제는 '피해자 중심주의'여야 한다. 우리 대법원의 강제징용 배상판결은 '국가간 협의로 개인의 청구권을 배제할 수 없다'는 근대법적 원리를 확인한 역사적 판결이다. 또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확인했다는 점에서 세계사적으로도 의미 있는 판결이다.

이에 반해 일본은 강제징용 피해배상은 '1965년 한일 청구권·경제협력에 관한 협정'으로 해결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 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 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었다. 1951년 미국을 비롯한 제 2차세계대전 승전국 49개국과 일본이 체결한 샌프란시스코 조약 제4조에 근거해 한·일 양국 간의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관계를 정치적 합의에 의해 해결하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

▲ 정부가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를 발표함으로써 한·미·일 동맹을 중시하는 미국을 자극해 한·일 갈등이 한·미 갈등으로 치환된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미국의 적극적 개입을 통한 협상 모멘텀을 마련하게 될 것이다. 지소미아는 한·일간 협정일 뿐 한·미·일 동맹의 핵심은 아니다. 지소미아 종료로 한·미 동맹에 큰 문제가 일어날 것처럼 공포감을 조장하는 것은 문제다.

한·미 관계는 북한 비핵화 추진과 함께 어느 때보다 돈독한 상황이다. 한국에는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한·미 연합훈련도 계속 실시하고 있다. 미국의 안보 전략상 한국의 역할과 중요성은 여전이 존재한다.

미국의 중국 방어 전략이 일본 중심 동북아 방어 전략만으로 한정하지 않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통한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 증진을 통한 중국 방어도 전략적으로 가치 있다.

▲ 최근 한·일 갈등구도에서 미국의 역할은 어떤 수준에서 이뤄질 것으로 보는가. 비판적인 시각에서는 본격화된 미·소 냉전 구도 앞에서 일본의 전쟁책임을 명확히 하지 않은 1951년 샌프란시스코 조약, 1965년 한일청구권협정, 미중 대결구도에서 한·미·일 동맹을 유지하려는 미국의 입김이 작용한 2015년 한일 위안부 합의 등 일본이 제대로 된 과거사 인식과 사과를 하지 않는 배후에 미국의 문제가 있다는 인식도 있다. 이번 사태도 어느 정도 시점이 되면 미국이 일본의 손을 들어주는 식으로 개입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안보 분야에 있어 실리적인 정치인이다. '북·중·러' 대 '한·미·일'로 대립하는 과거 냉전 구조로 인한 고비용 안보체제를 원치 않을 것이다.

일본을 '전쟁 가능한 국가'로 만들기 위한 아베 총리의 전략을 미국이 수용할지는 미지수다. 오히려 일본이 한·일 갈등을 유지하고 확대하는 것은 미국의 의도에 배치될 것이다. 이미 '워싱턴포스트'에서는 사설을 통해 '일본의 위험한 행동으로 한·일 동맹에 균열이 가면 미국의 동북아 전략에도 치명적인 해를 끼치는 만큼 미국의 중재가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등 미국 내 여론도 일본에 비판적이다.

▲ 일본이 '경고'만 하려고 했는데 한국에서 지자체 교류 단절, 불매운동 등 과잉 대응을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일본내 지한파 인사들까지 민간 교류와 이해 확대를 위해 불매운동까지 이어지면 안 된다고 한다. 일본에서 한국산 불매운동 등 역풍이 일어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일본은 '경고만 하려고 했다'고 말하기엔 과도하게 공격했다. 자신들이 북한에 전략물자를 밀수출했으면서 되레 우리나라가 안보 시스템에 구멍이 있는 것으로 몰아 부쳐 수출규제를 강행했다. 불매운동은 국가가 한다고 할 수 없다.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하고 있는 것이다.

일본 내부의 건전한 시민사회 움직임이 반한감정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다. 아베 총리의 식민지 정당화에 대한 일본 시민 사회, 지식인 사회 비판도 이어지고 있다. 와다 하루키(和田春樹) 도쿄대 명예교수 등 75명 주도로 '한국이 적인가'라는 성명을 추진해 지난달 15일까지 일본인 약 8300명이 동참했고 약 23만명이 열람했다.

다카하시 데쓰야(高橋哲哉) 도쿄대 대학원 교수가 아베 정부의 식민지주의적 사고를 한·일 갈등의 문제 원인으로 진단하며 '식민지 지배는 끝났지만 과거 종주국과 식민지의 관계가 청산되지 않은 후기 식민주의가 지속되고 있다', '식민지 지배가 불법이었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은 채 완전히, 최종적으로 해결됐다고 말해서는 안 된다'며 아베 정권을 비판하고 있다. 일본 아사히신문 역시 '아베정권, 한(韓) 불신 없애려면 과거사 반성 다시 밝혀야 한다'면서 비판에 가세하고 있다.

▲ 일본은 우리와 경제적·안보적으로 긴밀한 관계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관계 정상화를 추진해야 한다. 어느 시점에 어떠한 방식으로 가능할 것으로 보는가.

국민들이 자발적 불매운동에 나서고 있는 현재로서는 화해보다는 정부의 총력전이 당연하다. 일본에 대한 강력한 대응은 부당한 경제침략에 대한 주권국가로서 당연한 권리행사다. 우리 정부는 일본에 대한 백색국가 제외,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문제 공론화, 지소미아 종료 등 판 키우기를 통해 일본의 부당한 경제침략에 대한 국제적 공조 여론을 환기시킬 수 있을 것이다.

한·일관계 정상화의 전제는 아베 정권이 과거사를 부정하고 동북아에서 자국의 패권을 유지하려는 야욕을 버려야 한다. 한·일간 청구권 협정으로 맺어진 1965년 체제를 재정비할 때라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번 일본의 경제침략도 한·일이 식민지 과거사에 대한 공동의 평가와 규정을 하지 못함으로써 발생했다. 다시 이대로 봉합한다면 같은 일은 언제든지 반복될 수 있다. 이번에 한·일 양국간 식민지 과거사에 대한 제대로 된 인식과 청산작업이 이뤄져야 한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강병원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은평을)은 지난 5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사무실에서 <일간 투데이>와 만나 아베 일본 총리의 과거사 반성 부재를 성토하고 바람직한 한·일 관계 복원을 위한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현수 기자

▲ 과거에 비해 한·일 의원들(특히 젊은 의원들)간 교류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있다. 한·일 의원교류를 통해 한·일간 쟁점들을 조정할 수 있는 방안을 생각해봤는가.

지난 8월 중순 강창일·서청원 의원 등 초당적으로 구성된 9명의 국회 의원외교사절단이 일본을 방문했으나 일본 집권당 자민당 인사들이 처음에는 면담하자고 하더니 연기한 뒤 약속시간 바로 앞에서 취소하는 외교결례를 범했다. 이는 동북아 이웃 국가를 하위에 두고 식민지를 옹호하는 일본 우익의 '야만적 외교관'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일본이 경제침략을 철회한다면 1965년 체제를 극복하고 미래지향적인 한·일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협의할 수 있다.

최근 한·일 관계 경색에도 불구하고 지난달 13일~14일 양일간 일본 중앙·기초자치단체 의원 여섯 명이 우리나라 국회를 찾아 민주당 초선 의원들과 만남을 갖고 '관계회복'에 대한 상호 공감대를 형성하고 귀국했다.

이들은 아베 정권에 반대하는 나카타니 카즈마(中谷一馬), 야마자키 마코토(山崎誠) 등 다카이 의원과 같은 노선을 걷는 입헌민주당 중의원 4명과 카나가와(神奈川)현 의회 및 기초지자체 의원 등 2명이다.

▲ 이번 사태 해결을 위한 향후 입법·의정활동 계획은.

정부가 내년 예산에 소재·부품 산업 육성을 위해 2조원 이상을 투입한 만큼 관련 예산·법안이 조속히 통과될 수 있도록 적극 협력할 계획이다. 정부는 이번 위기가 지나가더라도 만일의 재발 위험을 막기 위해 소재·부품 국산화에 지속적인 관심을 쏟아야 할 것이다. 대기업들도 비용 상의 편의 때문에 일본계 소재·부품 업체에 의존했던 것을 탈피해 국내 중소·중견기업과의 상생협력을 강화할 것으로 기대한다.

앞으로 기술독립·경제독립의 기틀을 마련해 문재인 대통령께서 강조한 다시는 '흔들리지 않는 나라' 대한민국을 만들기 위한 법안과 정책 도입에 앞장 설 계획이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