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 진술 일관성 인정된다"…'성인지 감수성' 고려한 판결

▲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서울중앙지법에서 호송차에 오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배상익 기자] 안희정 전 충남지사에게 지위를 이용해 수행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징역 3년6개월이 확정됐다.

대법원 2부(주심 김상환 대법관)는 9일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

이와 함께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40시간 이수, 아동·청소년 관련기관 등에 5년간 취업제한 명령도 선고됐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수행비서 김지은 씨를 4차례 성폭행하고 6차례에 걸쳐 업무상 위력 등으로 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김씨의 피해진술을 믿을 수 없다'며 무죄를 인정했지만, 2심은 '피해진술에 일관성이 있어 신빙성이 인정된다'며 1심을 깨고 징역 3년6개월의 유죄를 선고했다.

2심의 이 같은 판결은 성문제와 관련해 소송을 다루는 법원은 양성평등의 시각으로 사안을 보는 감수성을 잃지 말고 심리해야 한다는 이른바 '성인지((性認知) 감수성'을 고려한 판단이었다.

지난해 1월 안태근 전 검사장의 성추행 사실을 드러낸 서지현 검사의 폭로로 촉발된 이후 사회 전방위로 '미투(Me, too) 운동이 확산되면서 사법부는 성범죄 관련 재판을 심리할 때 성인지 감수성 원칙을 견지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해 왔다.

대법원은 안 전 지사 재판에서 "피해자 등의 진술은 그 진술 내용의 주요한 부분이 일관되며 경험칙에 비춰 비합리적이거나 진술 자체로 모순되는 부분이 없다"며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했다. 더 나아가 안 전 지사가 범행 당시 도지사의 위력을 사용했는지에 대해 성인지 감수성 법리에 따라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했다고 판결했다.

다만 대법원의 이 같은 판단에도 불구하고 법조계 일각에서는 여전히 성인지 감수성의 개념이 구체적이지 않고 명확하지도 않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에 따라 안 전 지사 사건을 계기로 성인지 감수성 법리를 보다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정리해야 한다는 의견이 법조계를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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