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부동산 투자 넘어 인프라투자로 저변 넓혀

▲ 삼성증권이 작년 투자한 프랑스 됭케르크항 LNG터미널(제공=삼성증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자산관리(WM)에 강점이 있는 회사들이 대체투자(AI)도 잘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본지가 9일 주요 증권사로부터 각 사별 해외 대체투자 현황을 취합해 조사한 결과 전통적으로 자산관리부문, 특히 VIP 고객 영업에 강점이 있는 회사들이 해외부동산과 인프라투자 개척에 적극성과 실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전문가들은 그 이유에 대해 “해외 대체투자의 속성상 인수한 매물을 단기간에 재매각해야 하는데 개인 VIP 고객들로부터 투자금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평소 자산관리영업을 통해 고객과 두터운 신뢰관계가 형성돼 있어야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최근 투자자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른 해외부동산 투자 현황에 대해 각 증권사들로부터 자료를 요청해 분석한 결과, 해외부동산에 두드러진 성과를 보인 증권사들의 공통된 특징이 나타났다. 첫째 자산관리(WM)에 강점이 있고, 둘째 회사의 규모가 있는 중대형사 이며, 마지막으로 해외법인을 직접 보유했거나 글로벌 회사와 제휴를 맺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것으로 파악됐다.

미래에셋대우는 앞서 언급한 세가지 조건을 모두 갖춘 회사다. 미래에셋대우는 증권사 가운데 해외 현지법인 12개, 사무소 3개 등 가장 많은 현지 네트워크를 가지고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현지사정에 맞춰 인수금융, 메자닌투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자기자본투자(PI), 자산 재매각(Sell Down) , 지분인수 딜(Deal) 등 다양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는 저금리와 저성장 기조가 장기화되는 가운데 글로벌 대체투자(AI) 확대차원에서 우량해외부동산을 발굴과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미래에셋대우 관계자는 “해외부동산 투자시 랜드마크 빌딩, 우량임차인, 임대수익 등을 함께 고려해, 빌딩가치가 올라가면 시세차익도 기대할 수 있는 물건들로 미래가치에 중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해외법인 자기자본만 3조5000억원에 이르는 미래에셋대우는 박현주 회장이 작년부터 미래에셋대우 글로벌투자전략고문(GISO)로 나서 직접 주요 딜 발굴을 진두지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 올해만도 미국 뉴욕 타임스퀘어 복합상업시설 개발 프로젝트(매입가격 4200억원), 파리 라데팡스의 랜드마크 오피스빌딩인 마중가타워(매입가격 4460억원), 홍콩 골딘파이낸셜글로벌센터(매입가격 2800억원) 등 주요 딜을 상품화하는데 성공했다.

미래에셋대우가 직접 해외로 나갔다면, 삼성증권은 글로벌 회사들과의 제휴를 통해 네트워크를 만들며 딜을 가져오는 경우다. 중국 중신증권, 대만 KGI증권, 베트남 호찌민 증권 등 아시아 각 지역 대표 회사는 물론, 프랑스 소시에떼제레날(SG), 캐나다 RBC증권 등 영미 글로벌 기업들과 손을 잡고 매물을 살피고 있다. 특히 단순 건물 인수를 넘어 영국 철도차량 리스, 유럽 신재생에너지 발전소 등 다양한 형태의 대체투자(AI)를 시도하고 있다.

그 중 작년에 성공한 프랑스 덩케르크항 LNG터미널 지분 39%를 약 8000억원에 인수한 딜은 대표적인 성공 사례다. 워낙 규모가 큰 딜이라 IBK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삼성자산운용과 함꼐 컨소시엄을 구성해, 작년 7월 프랑스 덩케르크 항구에 있는 LNG터미널의 지분을 인수했다. 이 딜은 국내 증권사 컨소시엄 중 역대 최대 규모의 인프라 투자 인수 건으로, 프랑스 전력공사와 에너지그룹 토탈이 보유하던 1조5000억원 상당의 LNG 터미널 지분 75%를, 삼성증권 컨소시엄과 벨기에 에너지그룹 플럭시스 컨소시엄이 각각 39.24%와 35.76%씩 나눠서 인수하는 초대형 프로젝트였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그간 대체투자가 부동산 위주로만 진행됐다는 우려를 포트폴리오 구성으로 해결하기 위해 인프라 특유의 높은 안정성과 유로화 자산의 장점이 부각된 딜을 선택했다”며 “프랑스 전략자산의 인수 사실이 알려진 후 기관투자가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라고 설명했다.


삼성증권은 작년 7월 조직개편을 통해 IB부문 산하에 투자금융본부와 대체투자본부를 두고, 부동산 및 대체투자 관련 조직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신한금융투자는 작년 1월 투자한 베트남 다낭 쉐라톤 호텔(제공=신한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는 작년 1월 베트남 다낭의 호텔에 투자하는 5500만 달러의 IB딜에 성공했다. 베트남 다낭의 포포인츠바이쉐라톤(Four Points by Sheraton) 호텔을 담보로 대출을 진행하고 이를 유동화해 그에 따른 이자를 고객에게 제공하는 구조다. 총 투자규모 5500만불 중 3500만불은 연 6% 확정금리 상품으로 만들어 신한금융투자 고객들에게 제공하고 남은 2000만불은 신한금융투자가 후순위 투자자로 참여다. 구조가 독특한 대출채권 형태라 평가금액에 변동은 없으며 연 6% 반기 이자를 고객이 수취하고 있다.

베트남은 외국 기관의 부동산 담보 취득권리를 인정하지 않지만 현지은행인 신한베트남은행과 신한금융투자가 담보관리 계약을 맺어 담보권을 설정해 상품의 안정성을 높인 사례다. 역시 계열사 현지법인의 네트워크를 활용한 경우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는 “신한금융투자 GIB가 베트남 다낭 쉐라톤 호텔 딜의 주체로 상품 설계 및 공급을 담당했으며 신한 베트남은행이 담보관리를 지원하면서 현지의 법률적 난제를 해결하는 등 ‘원 신한(One Shinhan)’ 가치가 돋보인 딜”이라고 강조했다.

하나금융투자가 올해 5168억원을 투자한 파리 CBX 타워(제공=하나금융투자)

전통의 자산관리 명가인 하나금융투자도 재작년부터 투자딜 리스트를 빼곡하게 채워가고 있다. 재작년 3600억원 규모의 영국 티스항구 299MW 바이오메스 열병합 발전소 총액인수 딜, 작년 2500억원에 달하는 영국 최대 전력 및 가스 공급사업자 네셔널 그리도(National Grid)의 자회사가 소유 가스공급망 총액인수 딜, 올해 진행한 3600억원 규모의 스웨덴 풍력발전 투자 등 부동산 투자를 넘어 각종 인프라 관련 투자 참여에 적극 나서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관계자는 “대체투자 관련 각 분야 전문가를 적극 영입해 지속 늘어나는 자본을 바탕으로 우량 자산 셀다운에 집중하고 있다”며 “계열 KEB하나 은행과의 협업으로 원아이비(One IB)라는 구호 하에 시너지를 창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네트워크를 가진 전통의 자산관리 강자들은 전체 시장분석을 통한 톱다운(Top Down) 방식의 리서치와 고객의 니즈를 통한 상품 개발이라는 바텀업(Bottom Up)방식의 교차점에서 상품을 개발하고 있다”며 “최근 해외 대체투자에 대한 리스크가 일각에서 제기되지만 전세계 자산시장의 2%도 되지 않는 국내에만 머무르는 것이 더 큰 리스크”라고 말했다.

한 부동산 시행사 관계자는 ‘건설이나 부동산 전문가들이 증권업계로 흡수되면서 단순히 빌딩하나 사는 차원을 넘어선 지 오래”라며 “에너지, 항만, 터널, 교각 등 글로벌 인프라에 포트폴리오를 만들어간다면 리스크 관리가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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