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 글로벌 최우수기업 선정돼…삼성전기 등 계열사도 뽑혀
삼성전자, 피드백 부재 평가 불참…이재용 재판·반도체 불황 부정적 작용 관측도

▲ 삼성전자가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DJSI) 평가의 글로벌 우수기업 명단에서 2년 연속 빠졌다. 서울 서초 삼성전자 사옥 앞 신호등 위로 회사기가 펄럭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삼성전자가 다우존스 지속가능경영지수(Dow Jones Sustainability Indices·DJSI) 평가의 글로벌 우수기업 명단에서 2년 연속 빠졌다. 이재용 부회장의 장기 소송전, 기업 주력 반도체·스마트폰 시장 불황 등이 부정적으로 작용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16일 업계 등에 따르면 미국 금융정보업체 S&P다우존스인덱스와 스위스 투자평가사 로베코샘이 공동 발표한 올해 'DJSI 월드'와 'DJSI 아시아·태평양' 명단에 삼성전자가 모두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DJSI는 지속가능 경영 가치를 평가하는 대표적인 지수 중 하나다. 매년 분야별 주요 글로벌 기업들의 경제적, 환경적, 사회적 가치들을 종합 평가해 상위 10% 정도에 해당하는 기업이 지수에 편입된다.

세부적으로는 유동 시가총액 기준 글로벌 상위 2500대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월드 지수,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 상위 600대 기업을 평가하는 아시아 퍼시픽 지수, 국내 상위 200대 기업을 포함하는 코리아 지수 등이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7년 연속 DJSI 월드에 편입됐다가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가 발생했던 2016년에 탈락의 고배를 마신 뒤 이듬해 재진입에 성공했으나 지난해 또다시 명단에서 제외되면서 자존심을 구긴 바 있다.

올해 DJSI 월드 지수에는 318개 기업이 편입됐다. 이중 국내 기업은 새로 편입한 포스코를 비롯해 총 19개로 지난해보다 1개가 줄었다. 이 가운데는 삼성전기와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물산 등 삼성전자보다 규모가 작은 삼성 계열사가 5개나 포함됐다. 삼성과 치열한 TV·가전 경쟁을 벌이는 LG전자도 가전·여가용품 분야에서 '글로벌 최우수 기업(Industry Leader)'으로 선정됐다.

DJSI 아시아 퍼시픽 지수 포함 기업은 148개이고 국내 기업은 지난해보다 5개 적은 30개다. DJSI 코리아 지수에는 올해 첫 편입된 현대자동차를 포함해 국내 40개 기업이 들어갔다.

삼성도 DJSI 코리아 항목에서 하드웨어·장비 업종의 우수기업으로 선정돼 체면을 살렸지만 글로벌 지수에서 제외되면서 글로벌 기업의 위상에 걸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올해 평가에서 '탈락'한 게 아니라 애초부터 평가에 참여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삼성전자가 지속가능 경영평가를 진행하는 여러 업체 중에 DJSI 평가의 경우 투입하는 노력에 비해 피드백이 부족하다는 판단에 따라 평가 설문에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DJSI 평가에 대해 지수 편입 여부를 발표하면서 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나 개선 방안에 대한 실질적인 조언이 없다는 점을 한계로 지적하는 목소리가 있었다. 삼성전자가 올해 DJSI 코리아 항목에는 포함된 것은 평가를 공동 진행하는 한국생산성본부가 설문 응답 없이 삼성전자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와 공시 자료 등을 토대로 자체 평가한 데 따른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총수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에 연루돼 장기 소송전을 치르면서 경영 리더십을 발휘하기 힘든 점, 미·중 무역전쟁의 장기화로 글로벌 반도체·스마트폰 업황 부진이 이어진 점 등이 기업의 장기 미래 성장가능성에 대한 불안감을 키워 DJSI 월드 2년 연속 탈락이라는 부정적인 결과로 표출된 것이 아닌가 하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이번 조사에서는 글로벌 기업과 국내 기업간 DJSI 격차가 지난해보다 더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DJSI 월드 지수에 편입된 318개 글로벌 기업의 평균 점수는 76.1점, DJSI 월드와 아시아 퍼시픽, 코리아 등 3개 지수에 편입된 국내 기업 43개의 평균 점수는 68.7점으로 나타났다. 글로벌 기업의 평균 지수는 지난해 74.0점에서 올해 76.1점으로 2.1점 올랐지만 국내 기업 평균 지수는 68.4점에서 68.7점으로 0.3점 오르는 데 그쳤다.

산업별로는 석유 및 가스, 가전 및 여가용품, 운수, 철강 산업은 양호한 성적을 거둔 반면 기계 및 전기설비 산업은 국내 기업 평균 점수가 54.9점으로 글로벌 기업 평균 78.9점에 한참 못 미쳤다. 지배구조, 윤리강령, 인재유치 및 인재개발, 리스크 관리 부문에서도 글로벌 수준 대비 낮은 수준의 점수를 기록했다.

노규성 한국생산성본부 회장은 "국내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 수준도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큰 폭으로 향상하고 있으나 지배구조, 윤리강령, 인재유치, 리스크, 인재개발 등의 부문에서는 여전히 글로벌 선진 기업과 비교해 취약점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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