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유럽 경유해 전 세계 확산…파주 확진으로 20곳으로 늘어

▲ 17일 돼지 전염병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한 경기도 파주시의 한 양돈농장에서 방역 관계자들이 포클레인으로 살처분 매몰 준비 작업을 하고 있다.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 질병은 바이러스성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치사율이 100%에 달하는 등 치명적이나 아직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았다. 사람에게는 전염되지는 않는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세계 각국의 양돈산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힌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결국 국내까지 확산됐다.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고 폐사율이 100%에 가까워 '돼지 흑사병'으로 불리는 ASF의 병원체가 한국에 유입된 경로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아프리카 지역의 풍토병이었던 ASF는 지난 2016년부터 유럽을 경유해 세계 각국으로 급격히 세력을 넓혔다.특히 지난해부터는 세계 돼지고기 생산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으로도 확산돼 엄청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올해 6월에는 북한도 노동신문을 통해 ASF 유행 사실을 공개하며 전국 단위 방역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17일 세계동물보건기구(OIE)에 따르면 8월 30일∼9월 12일 기준으로 ASF가 유행(outbreak) 중인 국가 혹은 지역은 모두 19곳이다.

유럽에선 러시아와 폴란드, 헝가리, 루마니아, 불가리아, 우크라이나, 라트비아, 몰도바, 세르비아, 슬로바키아 등 10곳에서 ASF가 유행하고 있다. 아시아권 유행 지역은 중국, 홍콩, 북한, 라오스, 필리핀, 미얀마, 베트남 등 7개국이다. 남아프리카공화국과 짐바브웨에서도 ASF의 기세가 여전하다.

이날 경기도 파주의 한 돼지농장에서 ASF가 확진된 만큼 ASF 유행 지역은 모두 20곳으로 늘게 됐다. 한국에서 ASF 발병 사례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첫 사례다.

■ 전국 지자체 '방역 비상'

국내에서 ASF가 발병하면서 전국 지자체들에 방역 비상이 걸렸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이날 ASF 위기 경보를 '심각' 단계로 격상하고 오전 6시 30분을 기해 48시간 동안 전국의 가축 이동 중지 명령을 내렸다.

지자체들은 일제히 상황실과 대책본부를 가동하고 24시간 비상 관리체계에 들어가는 등 차단 방역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도는 발병 농장에 방역지원본부 인력과 파주시 방역팀(4명)을 투입해 통제와 소독 등 초동조치를 마쳤다. 이어 김포·파주·연천 등 3곳에 각각 거점 소독 시설을, 파주 3곳에 통제 소독시설을 설치했다.

ASF가 북한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북한과 접경지인 강원도도 긴급방역을 강화했다.

강원도는 ASF방역대책본부 본부장을 도지사로 격상하고 역학 관련 농장·차량 이동제한 및 임상관찰에 나섰다.

충남도는 경기와 인접한 천안·아산 지역을 중심으로 거점 소독시설과 통제초소를 설치하고 차단 방역에 나선다.

충북도는 파주 발병 농가와 역학관계가 확인된 농장은 없지만, 기존에 운영 중이던 ASF상황실을 확대하는 한편 지방재해대책본부를 가동할 방침이다.

경남도는 관내 축산종합방역소 10곳에서 도 경계를 넘나드는 축산차량을 대상으로 소독을 강화했다. 도축 돼지에 대한 생체·해체 검사도 강화하고 도축장 내부와 외부 소독도 철저히 할 예정이다.

전남도는 타 지역 돼지의 도내 반입을 금지하고, 도 경계지역의 거점소독소를 기존 9곳에서 도내 22개 시·군으로 확대 운영한다.

전북도는 6개 상시 거점소독소 외에 시군별로 1∼2개를 추가 설치하고 개별농가 단위로 차단 방역을 시행 중이다.

이밖에 제주도는 제주국제공항과 제주항을 통해 중국 등 ASF 발생국에서 반입되는 축산물을 차단하기 위해 검역을 강화하고 있다.

■ 전문가 "ASF, 사람감염 안돼"

전문가들은 ASF가 사람에게 감염되는 질환이 아니어서 지나치게 공포심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다.

질병관리본부 등 전문가들에 따르면 돼지열병은 돼지과 동물에게만 감염되는 급성 바이러스성 전염병으로 사람과 동물에게 모두 전염되는 인수공통 전염병은 아니다.

ASF 역시 돼지열병의 한 종류로 돼지가 감염될 경우 고열이나 식욕 결핍 등을 일으키는 동물 질병이다. 국내에서는 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의 주된 감염원은 남은 음식물 특히 항공기나 선박의 주방 등에서 유래한 음식물 쓰레기다. 국제적으로 오염된 돼지고기를 포함한 음식 찌꺼기를 돼지에게 주는 것이 위험을 높이는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질본 관계자는 "아프리카돼지열병 바이러스는 사람에게 병을 일으키는 바이러스가 아니다"라며 "돼지고기를 먹을 때 감염 걱정을 할 필요는 없고 평소와 마찬가지로 섭취하면 된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