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코리아 펀드, 출시 한달 만에 편입 종목 15개 직접 밝혀 빈축

▲ NH-아문디 자산운용의 필승코리아펀드 한달 운용성과에 대한 과도한 설명이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제공=NH-아문디 자산운용)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NH-아문디자산운용은 추석연휴 직후인 지난 16일, NH농협금융지주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대통령펀드’ NH-아문디 필승코리아 펀드 출시 한달 간의 운용 성적표와 경과를 상세히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펀드는 최근 국내 주식형 펀드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은 상황 속에서 불과 한달 만에 640억원의 설정액을 자랑할 만큼 세간의 관심이 가는 투자상품이다. 하지만 운용 경과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펀드가 편입한 부품·소재·장비업체 27개 중 15개를 세세히 공개해 업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업계는 규모가 크지 않은 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관심을 불러일으켜 자칫 시세조정 위험이 가능하단 지적을 하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아문디자산운용은 전일 ‘필승코리아펀드 운용 1개월 경과 보고’ 라는 제하의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자료는 펀드가 지난달 14일 출시 이후 지속적인 인기를 얻은 끝에 한 달 만에 운용 규모 640억원, 가입 계좌수 2만2000건, 판매사 25개를 돌파했다는 내용으로, 수익률도 3.13%로 “주식형 펀드를 1개월 성과로 평가하기는 부적절하지만, 좋은 출발인 것은 분명하다”고 자평했다.

한 대형 증권사 PB는 “동기간 코스피지수가 1938.37에서 2062.22로 6.39% 상승한 것에 비추어 탁월한 성과라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펀드 자금이 지속 들어왔기에 수익률 희석 효과가 있게 마련이고 펀드 설정 초기에 편입시키는데 기간이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하면 나쁜 성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운용경과 보고서에 펀드가 투자한 주요 부품·소재·장비업체 27곳 중 편입비중이 높은 15개 종목을 각 회사가 영위하는 핵심사업과 투자사유를 더해 나열했다는 점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 이진영 마케팅본부장은 “투자자에게 공표되는 자산운용 내역은 상위 10개 기업인데, 주식형 펀드의 성격상 삼성전자 등 대표 종목들이 상위를 차지하게 돼, 투자자들로부터 펀드가 당초 내세운 주요 부품·소재·장비업체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오해를 없애기 위한 상세 설명”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설명에 대해 한 대형 자산운용사 마케팅본부장은 “보통 과거에는 3개월 단위로 편입종목 톱10을 공개하도록 했으나 최근에는 1개월로 축소됐다”며 “펀드운용의 특성상 편입종목을 최대한 숨기려 노력하는데 이례적인 조치”라며 의아해했다.

이러한 업계 시각에 대해 NH-아문디자산운용 이 본부장은 “내부에서 법률검토를 통해 자료가 나가도 문제가 없는지 살펴봤고, 1개월이 지난 투자 내역에 대해서는 공표해도 법상 문제가 안되며, 이 자료대로 현재 운용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알고자 한다면 펀드 판매사 직원을 통해 문의시 편입 종목을 알려주게 돼 있기 때문에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를 공표한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해석은 달랐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공표된 종목들 상당수는 투자자들이 그간 많이 접해온 종목이 아니고,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가입한 대형 펀드가 편입한 종목이라는 이유 만으로도 추종매매가 일어날 수 있어 자칫 ‘시세조종’의 의심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주식형펀드에 100만원 투자하고 투자종목을 PB에게 물을 때 시의적절하게 편입 종목을 말할 수 있는 PB가 얼마나 되는 지도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실제 이 펀드의 주요 판매사 홈페이지나 펀드평가사 등에 접속해 보면 이 펀드의 주요 편입 종목은 아직 소개되지 않고 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마케팅팀장은 “운용 한달이 경과한다고 해도 바로 편입종목이 올라오지는 않고 실무적으로도 빨라야 일주일 이상 더 걸린다”며 “좋은 취지의 펀드라는 것은 다 공감하지만 대형 운용사가 업계 관행을 뛰어넘는 적극성을 보이는 데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NH-아문디자산운용 이진영 마케팅본부장은 “좋은 취지로 만든 펀드인 만큼 시장에서 오해 없이 긍정적인 시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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