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승코리아 펀드, 출시 한달 만에 편입 종목 15개 직접 밝혀 빈축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NH-아문디자산운용은 전일 ‘필승코리아펀드 운용 1개월 경과 보고’ 라는 제하의 자료를 언론에 배포했다. 자료는 펀드가 지난달 14일 출시 이후 지속적인 인기를 얻은 끝에 한 달 만에 운용 규모 640억원, 가입 계좌수 2만2000건, 판매사 25개를 돌파했다는 내용으로, 수익률도 3.13%로 “주식형 펀드를 1개월 성과로 평가하기는 부적절하지만, 좋은 출발인 것은 분명하다”고 자평했다.
한 대형 증권사 PB는 “동기간 코스피지수가 1938.37에서 2062.22로 6.39% 상승한 것에 비추어 탁월한 성과라 말하긴 어렵다”면서도 “펀드 자금이 지속 들어왔기에 수익률 희석 효과가 있게 마련이고 펀드 설정 초기에 편입시키는데 기간이 필요한 점 등을 고려하면 나쁜 성적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운용경과 보고서에 펀드가 투자한 주요 부품·소재·장비업체 27곳 중 편입비중이 높은 15개 종목을 각 회사가 영위하는 핵심사업과 투자사유를 더해 나열했다는 점이다. NH-아문디자산운용 이진영 마케팅본부장은 “투자자에게 공표되는 자산운용 내역은 상위 10개 기업인데, 주식형 펀드의 성격상 삼성전자 등 대표 종목들이 상위를 차지하게 돼, 투자자들로부터 펀드가 당초 내세운 주요 부품·소재·장비업체에 대한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오해를 없애기 위한 상세 설명”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업계 시각에 대해 NH-아문디자산운용 이 본부장은 “내부에서 법률검토를 통해 자료가 나가도 문제가 없는지 살펴봤고, 1개월이 지난 투자 내역에 대해서는 공표해도 법상 문제가 안되며, 이 자료대로 현재 운용되고 있다고 볼 수도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어 “투자자들이 알고자 한다면 펀드 판매사 직원을 통해 문의시 편입 종목을 알려주게 돼 있기 때문에 누구나 알 수 있는 정보를 공표한 것 뿐”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전문가들의 해석은 달랐다. 한 운용사 펀드매니저는 “공표된 종목들 상당수는 투자자들이 그간 많이 접해온 종목이 아니고,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가입한 대형 펀드가 편입한 종목이라는 이유 만으로도 추종매매가 일어날 수 있어 자칫 ‘시세조종’의 의심을 받을 소지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주식형펀드에 100만원 투자하고 투자종목을 PB에게 물을 때 시의적절하게 편입 종목을 말할 수 있는 PB가 얼마나 되는 지도 의심스럽다”고 전했다.
실제 이 펀드의 주요 판매사 홈페이지나 펀드평가사 등에 접속해 보면 이 펀드의 주요 편입 종목은 아직 소개되지 않고 있다. 한 대형 자산운용사 마케팅팀장은 “운용 한달이 경과한다고 해도 바로 편입종목이 올라오지는 않고 실무적으로도 빨라야 일주일 이상 더 걸린다”며 “좋은 취지의 펀드라는 것은 다 공감하지만 대형 운용사가 업계 관행을 뛰어넘는 적극성을 보이는 데 신중했으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NH-아문디자산운용 이진영 마케팅본부장은 “좋은 취지로 만든 펀드인 만큼 시장에서 오해 없이 긍정적인 시각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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