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소통 결과에 전적으로 따르겠다"…정부와 논의기구 만들어 추진

▲ 박원순 서울시장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배상익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은 광화문광장 조성사업과 관련 "시민 목소리를 더 치열하게 담아 새로운 광화문광장을 완성하겠다"며 "사업 시기에도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19일 오전 11시 시청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현재 설계 작업과 행정절차를 중단하고 시민 소통과 공감의 결과에 전적으로 따르겠다"며 "이에 따라 사업 시기와 범위, 완료 시점이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서울시는 지난 3년간 100여회에 걸쳐 시민 논의를 축적했다"며 "단일 프로젝트로는 유례없는 긴 소통의 시간이었으나 여전한 다양한 문제 제기가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어떤 논의도 마다하지 않겠다"며 "새로운 광화문광장이란 중차대한 과제를 위해 무엇이든 할 각오가 돼 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시민들의 어떤 지적이나 비판도 더욱 귀 기울여 듣겠다"며 "반대하는 시민단체와도 함께 토론하겠다"고 전했다. 또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는 말은 진리다. 더 깊이, 더 폭넓게 경청해 부족한 것을 메워가는 계기로 삼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중앙정부와의 단단한 공감대도 만들어졌다"며 "광화문광장 일대를 온전하게 복원하는 재구조화 비전을 공유하고, 현재의 단절과 고립된 형태의 광장을 해소하는 등 단계적으로 새로운 광화문광장 조성에 공동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문재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박 시장,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과 만나 차질 없는 사업 추진을 당부했다는 것이다.

박 시장은 "시민과 소통과 교통 불편에 각별히 신경 써달라는 대통령의 당부 말씀이 있었다. 관계 부처와 협력이 중요하다고도 했다"며 "그래서 정부와 서울시가 논의 기구를 만들어서 추진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서울시정은 다양한 논의를 거치고 시민들의 지혜를 모아 최선의 결론에 이르게 한 경험이 축적돼 있다"며 "'새로운 광화문광장'으로 가는 길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시장은 "기본적으로 시민을 이기는 시장은 없다고 확신한다"며 "새로운 소통을 더 강화하고 충분히 경청해서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진희선 서울시 행정2부시장은 "설계안(작업)을 중단하고 기존 설계안을 포함해 모든 것을 시민들과 더 많이 숙의하고 새로운 안을 만들겠다"며 "광화문광장 시민위원회도 더 많이 늘리고 시민단체도 더 많이 참여할 수 있도록 논의 구조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광화문광장 재구조화 사업은 총 1040억원(서울시 669억원, 문화재청 371억원)을 들여 기존 왕복 10차로를 6차로로 줄여 광장 면적을 현재의 3.7배로 넓히면서 경복궁 전면에 월대(궁중 의식에 쓰이던 단)를 복원하고, '역사광장'과 '시민광장'을 새로 조성하는 사업이다.

새 광화문관장 조성사업은 2021년 5월 완공을 목표로 10∼11월께 월대 복원을 위한 기초 작업을 거쳐 내년 상반기 본격적인 공사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올해 1월 발표한 설계안에 정부 서울청사 일부 건물을 철거하고, 부지를 수용해 우회도로를 만드는 내용이 포함되면서 행안부는 '합의된 바 없는 내용'이라고 반발했고, 당시 김부겸 장관까지 "절대 받아들 수 없다"고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혔다.

행정안전부는 이후 두 차례 공문을 통해 시민과 소통이 더 필요하다는 이유를 들어 전반적 사업 일정 조정을 요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과 서울시민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도 의견수렴 과정이 부족했다며 관련 행정절차 중단을 요구하며 논란이 확산됐다.

이후 박 시장은 대통령 회동 후인 9월 초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 개회식에서 "협의를 더 하겠다"는 뜻을 밝혀 전면 재검토를 시사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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