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을 포함한 세계 전자상거래 제국을 건설한 ‘알리바바’ 창업자 마윈이 지난 10일 회사를 후계자에게 넘기고 퇴장했다. 올해 나이 55세인 마윈은 지난 1999년 9월 10일 고향인 항저우(杭州)의 한 아파트에서 동료 17명과 함께 8천만 원의 자본금으로 창업 후 20년 만에 주식시장의 시가총액이 4600억 달러(한화 약 549조 원)나 될 만큼 세계 톱 5위권 내 기업을 일궜다. 중국의 정보통신기업(ICT) 1세대지만 아직 창창한 나이를 뒤로하고 사회적 공익의 꿈을 펼치기 위해 회사를 후계자에게 넘겼다.

퇴임식 날 수만 명 임직원의 박수갈채 속에 떠나는 마윈은 "오늘은 마윈이 은퇴하는 날이 아니라 제도화된 승계가 시작되는 날로써 이는 한 사람의 선택이 아니라 제도의 성공"이라며 "돈을 버는 회사가 아니라 세상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회사가 되어야 한다"고 당부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반드시 남들이 걷지 않는 길을 가야 한다"라며 "우리 목표는 경쟁 상대를 꺾는 것이 아니라 세계를 더욱 좋게 변화시키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마윈은 이날 "교육, 공익, 환경보호 등의 일을 모두 해나갈 것"이라면서 알리바바의 평판에 또 다른 이바지를 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수칠 때 떠나라는 세간의 경구를 의식하지는 않았겠지만, 마윈의 퇴장은 향후 알리바바의 글로벌 평판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사람 기준으로는 평판인 기업의 브랜드는 기업의 일거수일투족을 압축적으로 대변한다. 영원하지도 않지만 지키고 더 가치를 높이는 것 또한 쉽지 않은 고단한 절차탁마가 요구된다.

기업의 브랜드를 평가하는 최근 추세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Corporate Social Responsibility)도 주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기업 활동에 영향을 받거나 영향을 주는 직간접적 이해 관계자에 대해 법적, 경제적, 윤리적 책임을 감당하는가에 따라 기업의 브랜드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기업들의 사회공헌 활동이 ‘노블레스 오블리주(Noblessse Oblige)’를 실현하는 행위이면서 동시에 기업의 영속과 기업가치를 높이는 변형된 투자 행위로 보고 있다.

CSR은 기업의 필요나 선택에 따라 이뤄지기 때문에 다른 측면의 단점을 가리는 수단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일례로 세계의 이목이 쏠리는 스포츠 이벤트인 올림픽과 월드컵 등 세계적인 스포츠 행사일수록 기업의 이미지를 친사회적, 윤리적, 친환경적으로 알리는 또 다른 CSR 무대라는 것이다.

국제표준화기구(ISO)도 CSR을 표준화한 ISO26000의 국제규격을 공표했다. CSR 라운드라 불리는 이 규격은 환경경영, 정도(正道)경영, 사회공헌을 그 기준으로 정하고 있다.

22일 재계 등에 따르면 미국 보스턴에 본사를 둔 글로벌 컨설팅업체 '레퓨테이션 인스티튜트(RI·Reputation Institute)가 최근 발표한 '2019 글로벌 CSR 순위'에서 삼성전자가 지난해 64위에서 26계단이나 밀린 90위로 떨어졌다. 세계 메모리반도체 제조 절대강자이자 아이폰과 스마트폰 최신판 경쟁을 벌이고 있는 브랜드가치와는 다소 동떨어진 평판이다. 메모리 반도체 칩 제조 기업으로 세계 누구나가 즐기고 공유하는 정보통신의 선도기업임에도 기업 CSR은 끝 모를 낮은 평가다.

이는 삼성전자가 전 세계 주요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평가에서 지배구조 불안, 제품생산 과정의 환경 문제, 노조 관련 논란 등이 기업 평판에 감점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글로벌 브랜드 평가 전문 컨설팅업체인 '브랜드파이낸스'는 삼성전자(83조2000억원)를 비롯한 삼성의 브랜드 가치가 약 103조 원으로 전 세계 주요 기업들 가운데 5위에 올랐다. 하지만 CSR은 낙제점 수준으로 브랜드 가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삼성전자는 '글로벌 CSR 순위'에서 지난 2012년 25위를 시작으로 20위권에서 이어오다 지난 2017년 이재용 부회장 구속과 갤럭시노트7 발화 사고 등으로 69계단이나 추락했던 89위보다 더 밀린 90위로 바닥권이다.

기업 평판을 평가하는 기준도 점점 더 사회적 책임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하다. 한번 기울어진 평판을 되돌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여타 기업들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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