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몸에 미세하게 연결된 혈관에 피 흐름이 막히거나 흐름이 일정하지 않으면 동맥경화나 뇌경색 등의 각종 질환에 따른 긴급처치가 필요하다. 기업과 가계라는 혈관에 피 역할을 하는 돈도 예측할 수 있게 흐름이 일정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도 경기라는 변수가 있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수출주도형 국가는 세계 경기변수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주요 수출국인 중국과 미국 간의 무역전쟁이 지난 1년간 장기화되고 있지만 여전히 끝날 조짐이 없어 특히 상품 수출 규모가 눈에 띄게 줄어들고 있다. 우리 뿐만 아니라 이들 주요국과 수출입을 하는 유럽 등도 비슷한 처지다.

이 때문에 기업의 수익이 악화되자 기업들의 자금부담을 덜고 어떻게든 금융부담을 덜어주기 위한 각국의 다양한 금융정책이 동원되고 있다.

대표적인 금융 통화정책이 바로 중앙은행과 시중은행들끼리 자금거래 시 주고받는 금리인 기준금리 조정이다. 중앙은행이 시중은행에 낮은 금리로 자금을 지원하면 시중은행은 고객인 기업과 일반 가계에 비례해서 입출금 금리를 낮게 적용한다.

올해 들어 3분기까지 미국, 중국, 유럽 등 16개국 중앙은행이 이같은 금리 인하를 24차례나 이어갔다. 이달 들어서도 주요국이 금리를 인하한 가운데 세계 3대 경제 축인 미국과 중국,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도 모두 기준금리를 내렸다.

미국 중앙은행 격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ed·연준)는 지난 18일(현지시각) 기준금리를 기존 연 2.00~2.25%에서 0.25%포인트 내린 연 1.75~2.00%로 7월에 이어 두 달 만에 다시 인하했다. 유럽중앙은행(ECB)도 지난 12일 예금금리를 종전 연 -0.4%에서 연 -0.5%로 내려 지난 2016년 3월 이후 약 3년 반 만에 추가 금리 인하를 단행했다. 이에 뒤질세라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도 지난 20일 새 기준금리인 1년 만기 대출우대금리(LPR)를 기존 연 4.25%에서 연 4.20%로 두 달 연속 낮췄다.

발단은 세계 경제 두 축인 미국과 중국이 지난해부터 자국의 수출입품목에 대한 관세 폭탄 주고받기 여파로 세계 경기의 둔화국면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부랴부랴 각국 정부는 기업과 가계의 금융부담을 덜어 어떻게든 경기 둔화를 막아 보자는 원초적인 조치로 금리 인하를 단계적으로 취하고 이다.

우리나라도 미중 무역분쟁 직격탄에다 한일 간 소재 전쟁과 내수 부진이라는 삼중고에 직면해 있어 기업부담과 가계부담을 줄이기 위해 금리 인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예상치 못한 경기변수로 유럽 등 주요 선진국들이 금리 인하에 나서면서 금리를 매개로 한 금융상품들에 투자했던 투자자들 처지에서는 금리 인하가 마냥 반길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지난 7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시중은행도 연 1% 중후반이던 주요 수신상품 금리를 1% 초중반으로 내렸다. 잇따른 주요 수출입상대국이 경기 둔화를 막고 자국 기업들의 금융조달 비용을 낮춰주고 있어 우리 한국은행도 지급준비금금리 인하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현재 연 1.50%에서 연 1.0%로 인하할 경우 은행들의 예금금리도 연 0%대로 떨어질 전망이다.

통계청의 2018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의 금융자산 투자 시 선호하는 운용 방법으로 예금(91.9%), 주식(4.7%), 개인연금(1.8%) 등의 순으로 나타났다. 비율면에서 여전히 예금 선호가 절대적인 상황이다.

예금 선호 비중이 절대적인 우리 금융투자 행태에서 볼 때 금융소득을 기대할 수 없는 사태도 예고되는 대목이다. 일본처럼 제로금리 시대가 오면 앞으로 은행에 예금을 맡길 때 오히려 은행 측이 예금을 관리하는 비용을 고객들로부터 받아야 할 상황도 눈앞에 와 있다.

0%대의 저금리 시대에 투자처를 찾지 못한 부동자금들의 향방도 관심거리다. 우리는 여기서 중국의 최근 금융정책 기조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중국 국무원과 금융안전위원회는 이달 초 경기하강 대책 논의 끝에 지난 5일 인민은행이 16일 기준으로 전 금융기관을 대상으로 0.5%의 지급준비율 인하, 오는 10월 15일과 11월15일을 기준으로 도시상업은행을 대상으로 선택적 지준율 인하를 각각 0.5%씩 합계 1%의 지급준비금인하를 발표했다. 이 같은 선택적 지준율 인하를 통해 중소상인과 민영중소기업 지원이 가능하도록 했다.

중국은 현재 경기하강과 미국과의 무역전쟁, 그리고 미국의 금리 인하에 맞서 금리정책으로 금리 인하와 기준금리 시장화, 지급준비금인하의 경우 전면적 인하와 선택적 인하 동시 사용, 행정 간소화와 각종 세금인하, 적극적 재정정책 수단으로 지방 정부채 발행확대를 통한 지방 SOC투자에 따른 경기 부양, 금융산업구조개혁 카드를 상황에 따라 꺼내고 있다.

이번 대응에는 지급준비금인하로 나섰지만 지급준비금인하 외에 세금인하와 행정 간소화, 지방 SOC부양 등 실질적으로 기업과 가계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정책수단도 동원하고 있다. 규제 해제와 행정 간소화 그리고 신성장 기업을 위한 별도의 자본조달창구인 주식시장 개설 등 기민한 대응에 나서고 있는 점을 우리도 참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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