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급감에 순위권 밖에서도 밀려나…일본 맥주 ‘고전’
하이트진로, 6년 만에 내놓은 맥주 신제품 ‘반응 뜨겁네’

▲ 대형마트 카트에 일본 기업의 맥주 제품들이 담겨 있다. 사진=유수정 기자

[일간투데이 유수정 기자] 그간 ‘4캔에 1만원’이라는 날개를 달고 국내 가정용 맥주 시장에서 단연 1위를 차지하던 일본 맥주 브랜드의 위상이 위태롭다.

불매운동의 직격탄을 맞으며 10년여 만에 처음으로 판매량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난 것은 물론, 매출 악화로 인한 전 직원 무급휴가까지 시행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내몰렸기 때문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단연 돋보이는 것은 국산 브랜드다. 소비자들이 가진 애국심의 영향도 있겠지만 그간 ‘국산 맥주는 맛없다’는 편견을 뒤엎은 제품이 새롭게 출시되며 국내 맥주업계에 지각변동을 일으킴에 따름이다.

이에 ‘일간투데이’는 ‘NO재팬, YES코리아’시리즈의 일환으로 아사히, 삿포로 등 일본 맥주 브랜드를 대체할 수 있는 하이트진로의 ‘테라’ 제품에 대해 집중 조명한다.

 

◇ 부동의 1위였던 일본산 맥주…“불매운동에 치이고 대체재에 밀리고”

일본의 수출규제에 맞선 불매운동에 있어 가장 큰 타격을 입은 업계는 바로 주류업계다.

최근 10년간 국내 수입맥주 시장에서 부동의 1위를 자랑하던 일본 맥주의 판매량 급감은 수입량 등 수치로 고스란히 나타났다.

실제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 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8월 일본산 맥주 수입액은 22만3000달러로 전체 수입맥주 중 13위를 차지했다.

2009년 1월 미국 맥주를 제치고 1위에 이름을 올린 이후 지난 6월까지 한번도 1위 자리를 내준 적이 없었던 일본 맥주가 국내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고꾸라진 셈이다.

수입액을 전년 동기(756만6000달러)와 비교할 경우 1/34 수준이다.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난 7월에는 수입액이 434만2000달러로 벨기에와 미국에 이어 3위로 떨어졌지만 보다 확산된 8월에는 프랑스(29만7000달러·10위)와 멕시코(25만5000달러·11위), 홍콩(24만4000달러·12위)에도 밀렸다.

일본 맥주의 수입중량은 245.2t으로 이를 기준으로 순위를 매기면 15위로 떨어진다. 수입중량 역시 1년 전(8254.2t)의 1/34 수준이다.

이는 유통채널에서도 확연히 드러났다. BGF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CU에 따르면 지난 8월 아사히, 삿포로, 기린, 산토리, 에비스, 오리온(오키나와) 등 일본 맥주의 신장률은 -88.5%로 나타났다. GS25, 세븐일레븐 등 여타 편의점과 대형마트 3사 역시 상황은 비슷하다.

이는 일본 맥주가 그간 일상생활에서 가장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일본 제품이라는 점에서 나타난 결과다. 일본 맥주를 대체할 수 있는 제품이 상당한 것은 물론 고객들의 브랜드 충성도가 사회적 이슈를 꺾을 만큼 높지 않다는 점에서다.

여기에 맥주의 경우 타 제품군과 달리 ‘샤이 재팬’ 현상이 나타나기 어렵다는 구조적인 부분에 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온라인으로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패션·생활용품 등과 달리 주류의 경우 오프라인 매장에서만 구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안산다’, ‘안간다’에 이어 ‘안판다’까지 확산된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일본 맥주를 선택한다는 것 자체가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 소상공인한국중소상인자영업자총연합회(한상총련)는 동네 마트와 편의점 등에서 일본 제품의 판매 중단을 선포했다. 대형마트 근로자로 구성된 서비스연맹 마트산업노동조합 역시 일본 제품 안내 거부를 선언한 바 있다.

이 같은 상황에 국내 편의점 역시 일본 불매운동에 동참하는 취지로 지난 7월부터 ‘4캔에 1만원’으로 대표되는 수입 맥주 행사에서 일본 맥주를 제외했다. 대형마트 역시 비슷한 시기에 일본 맥주의 신규 발주를 중단한 상태다.

이 때문에 일본 맥주를 수입하던 업체들은 울상인 모양새다.

한국주류수입협회가 지난해 7월부터 1년간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아사히’의 수입 맥주 시장 점유율은 17.8%에서 15%로 2.8%포인트 줄었다. 맥주 시장에서 불매운동이 미치는 여파가 아직까지 상당한 만큼 롯데아사히주류의 이번 년도 실적은 빨간불로 예측된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일본 맥주 ‘삿포로’와 ‘에비스’ 국내 유통을 담당하는 엠즈베버리지는 매출 급감에 따른 영향으로 최근 직원 60여명을 대상으로 무급휴가 설명회를 열었다. 직원들의 동의를 얻은 뒤 한 달에 나흘 가량 순차적으로 무급휴가를 실시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체코 제품으로 알려진 ‘코젤’과 ‘필스너우르켈’ 역시 이번 불매운동으로 일본 최대 맥주업체인 아사히그룹이 보유한 브랜드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매출에 상당 부분 영향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트진로가 최근 출시한 '테라'. 사진=유수정 기자

◇ 테라, 가정채널은 물론 유흥채널까지 접수…“성장 속도 무섭네”

하이트진로가 6년 만에 내놓은 신제품 ‘청정라거 - 테라(TERRA)’의 인기가 뜨겁다. 일본 불매운동에 따른 수혜일 수도 있겠지만 이와는 무관한 유흥 채널까지 장악하며 무서운 성장 속도를 기록하고 있다.

24일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지난 3월 21일 출시된 ‘테라’는 8월 27일(출시 160일) 기준 누적판매 667만 상자, 2억204만병(330ml 기준) 판매를 기록했다.

이는 초당 14.6병 판매된 꼴로 병을 누이면 지구를 한 바퀴(4만2411.5km)를 돌릴 수 있는 길이(4만6500km)의 양이다.

출시 39일만에 100만 상자 판매를 돌파하며 맥주 브랜드 중 출시 초기 가장 빠른 판매 속도를 기록한 ‘테라’는 101일만에 1억병(약 300만 상자)의 판매고를 기록한 뒤 두 달도 되지 않는 59일만에 추가로 1억병을 판매했다.

특히 여름 성수기였던 지난 7~8월 유흥시장에서 판매된 하이트진로의 맥주 중병(500ml)은 전년 동기간 대비 약 96%나 상승했다.

이 같은 성과는 새롭게 출시된 ‘테라’의 영향으로 분석된다는 게 하이트진로 측의 설명이다.

여기에 지난 7월 중순 출시한 테라 생맥주의 취급 매장 확대와 일본 불매 운동에 따른 일본 맥주 불매 등의 영향으로 유흥채널과 가정채널 모두를 잡음에 따라 하반기에도 판매 가속도는 높아질 것으로 기대되는 상황이다.

테라의 성공적인 시장 안착은 실적에서의 청신호로 고스란히 드러났다.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한 하이트진로의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수출을 제외한 하이트진로의 2분기 맥주 매출액(별도기준)은 1862억원으로 전년 동기(1762억원)대비 5.7% 증가했다. 수입맥주들의 가파른 성장세에 기를 펴지 못했던 과거를 뒤로한 채 반등에 성공한 셈이다.

하이트진로는 ‘테라’의 판매 상승과 함께 공장 가동률을 높였다. 테라를 생산하는 강원공장과 전주공장의 2분기 가동률은 각각 63.7%와 42.8%로 1분기 42.3%와 26.1% 대비 급등했다.

이 같은 ‘테라’의 성공요인에는 기존 맥주와 완전히 차별화된 원료, 공법을 적용했다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라틴어로 흙, 대지, 지구를 뜻하는 ‘테라’는 전세계 공기질 부문 1위를 차지한 호주에서도 청정지역으로 유명한 ‘골든트라이앵글’ 지역의 맥아만을 100% 사용한 것은 물론 발효 공정에서 자연 발생하는 리얼 탄산만을 100% 담은 것이 특징이다.

특히 100% 리얼탄산 공법은 라거 특유의 청량감이 강화된 것은 물론 거품이 조밀해 탄산이 오래 유지된다는 강점을 지녔다.

패키지 역시 기존 브랜드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채택했다. 우선적으로 청정라거 콘셉트를 가장 잘 표현하는 ‘그린’을 브랜드 컬러로 결정하고 모든 패키지에 적용했다.

또 트라이앵글을 형상화하고 브랜드네임만 심플하게 강조한 BI를 개발, 라벨 디자인에 활용했다.

아울러 병 어깨 부분에 토네이도 모양의 양음각 패턴을 적용, 휘몰아치는 라거의 청량감을 시각화했다.

‘테라’는 특유의 맛과 제품력을 인정받아 지난 4일 세계적인 미식가이드 ‘미쉐린 가이드 서울(MICHELIN Guide Seoul)’로부터 국내 맥주 브랜드 최초로 공식 파트너로 선정되는 쾌거를 이뤘다.

하이트진로는 오는 10월 미쉐린 가이드 서울이 주최하는 ‘미쉐린 가이드 고메 페어2019’ 참여를 시작으로 향후 미쉐린 가이드 서울과 함께 다양한 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또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미쉐린 가이드가 테라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 평가한 만큼 국내 시장에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맥주로 자리매김한다는 방침이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는 “그간 토종 주류기업의 사명감과 자부심으로 시장 트렌드 변화 및 소비자 요구에 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맥주 브랜드를 출시해 온 것은 물론 국내 최초로 발포주를 선보이는 등 다양한 도전으로 소비자들의 사랑을 받았다”며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 개발을 통해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는 제품을 선보이며 국내 주류 시장 발전을 이끌어 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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