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인피니티 등 일본차 판매량 '반토막'
현대기아차 올해 연이은 신차 판매 호조

닛산 알티마(사진 왼쪽)와 현대차 투싼. 자료=각 업체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일본이 수출규제를 단행하면서 촉발된 일본 불매운동의 여파로 일본 브랜드 차량의 국내 판매량이 지난해의 반 토막이 났다.

국산차 업체는 판매량이 급증하는 등 일본 제품 불매운동 혜택을 톡톡히 누리면서 고급 외제차 선호 현상은 당분간 잠잠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한일 양국이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에서 상대국을 배제하는 등 외교·경제 갈등이 최고조로 치닫는 가운데 일본차 불매 현상은 더욱 두드러지는 모습이다.

이에 '일간투데이'는 'NO재팬, YES코리아' 시리즈의 일환으로 일본차 브랜드를 대체할 수 있는 국산차 브랜드의 제품군을 집중 조명한다.


■ 앞자리 3자리 일본차 SNS서 목격담 공유

일본 불매운동 여파에 일본 자동차 업계가 휘청거리고 있다. 실제로 불매운동이 일본차 불매로 확산하면서 지난달 일본 브랜드 차량 판매가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25일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수입자동차협회에 따르면 8월 일본 브랜드 차량 판매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9% 감소한 1398대에 그쳤다. 전월과 비교해도 47.7% 급감한 수치다.

브랜드별로 보면 닛산은 87.4%(58대), 혼다 80.9%(138대), 인피니티 68.0%(57대), 토요타 59.1%(542대) 줄었다. 일본 브랜드 중 유일하게 렉서스만 판매량이 7.7%(603대) 늘었다. 다만 이마저도 지난해 신차 출시 직전 판매량 감소 등 단순 기저효과 영향이 크다는 게 산업부 측의 분석이다.

일본차 불매 운동의 영향력은 각종 통계로 입증되고 있다. 불매운동이 촉발된 전달인 6월에는 일본차 판매량이 3946대였지만 7월은 전월보다 32.2% 감소한 2674대 그쳤고 8월(1398대)은 6월보다 절반 이상인 64.6%나 줄었다.

일본차 점유율마저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8월 일본차 점유율은 16.9%로 독일(50.7%)에 이어 2위였다. 하지만 올해 8월 일본차 점유율은 7.7%에 그치면서 전년 대비 9.2%포인트 줄어들었다. 선두인 독일이 66.8%로 격차를 더욱 벌렸고 영국이 10.7%의 점유율을 보이면서 일본을 따라잡은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수출 규제 강화로 한·일간 갈등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커지자 일본차 시장 전망이 어두워지고 있다. 국내 소비자의 외면 현상이 이어진다면 9월 이후 감소 폭은 더 커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당장 일본차 기업들이 내세운 연간 판매량 목표 달성에 '빨간불'이 켜질 전망이다.

일본차 판매량이 반 토막 나자 한국 시장 철수설까지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과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 6일 일본 닛산자동차가 한국 시장에서 철수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잇달아 보도했다.

특히 FT는 "한·일 간 무역 분쟁에 따른 타격이 불가피하고 글로벌 구조 조정의 일환으로 한국 시장에 대한 자동차 판매와 마케팅 활동을 종료할 수 있다며 사실상 철수를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이에 한국닛산 관계자는 "추측성 보도에는 어떠한 의견도 드릴 수 없다"며 즉시 반박했으나, 회사의 거듭되는 부진으로 철수설에 힘이 실린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국닛산의 지난달 판매는 87.4% 급감한 58대에 그쳤다. 또 한국닛산은 2018 회계연도 영업손실이 140억원에 이르고 유동부채가 유동자산보다 394억원 많아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에 의문을 제기할 만한 중요한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는 외부감사 결과가 나온 바 있다.

당초 한국닛산은 올해 '알티마' 신형을 출시할 계획이었지만 불매운동이 시작되면서 올해 7월 신형 알티마 시승 행사를 돌연 취소했다. 알티마는 한국닛산의 주력 모델인 만큼 이번 시승 행사에 공을 들였지만 일본 제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거세지면서 고심 끝에 행사 일정을 전면 취소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한국닛산이 지난 17일 플래그십 세단인 '뉴 맥시마'를 공식 출시한 데 대해 업계에서는 철수 검토설을 부인하는 것으로 해석했다.

한편 이달부터 8자리 번호판 시스템이 도입되면서 새롭게 발급되는 새 자동차 번호판은 앞자리가 2자리에서 3자리로 늘어나 총 8자리로 발급된다. 새 번호판을 단 일본 차량은 불매운동 이후 사들인 차라는 점이 드러나는 셈이다.

사회관계망서비스와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앞자리가 3자리인 새 번호판을 부착한 일본 브랜드 차량 목격담을 인증하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특히 3자리 번호판을 부착한 일본차가 교통법규를 위반할 경우 반드시 신고하자는 내용까지 공유되는 등 여론은 부정적이다.


■ 현대기아차, 불매 확산에 반사이익 효과 톡톡

현대기아차는 이번 일본차 불매운동 확산으로 반사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차 불매운동의 영향으로 일본차 구매를 계획했던 소비자들이 국산차를 대체 차량으로 눈을 돌리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특히 올해 신차를 대거 내놓으면서 판매 호조를 누리고 있는 현대기아차는 일본차 구매 수요가 국산차로 이동하는 반사효과를 기대하는 눈치다.

이번 불매운동으로 가장 반사이익을 볼 수 있는 기업으로 현대기아차가 꼽힌다. 현대기아차는 승용차, SUV, MPV, 친환경차 등 라인업이 다양한 만큼 소비자들의 선택 폭이 넓다는 장점이 있다.

업계에 따르면 기아차가 지난 6월 출시한 K7과 셀토스는 7~8월 각각 1만5134대, 9444대 판매고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기아차 내수 판매의 27%에 달한다. 8월에는 K7과 셀토스가 기존 인기 모델을 제치고 브랜드 내 판매 1, 2위에 이름을 올렸다.

특히 준대형 세단 K7 프리미어의 경우 밀려드는 주문에 생산성이 힘에 부쳐 '없어서 못 판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다.

현대차는 올해 1월 전기모터 주행을 확대한 ‘더 뉴 아이오닉’을 선보인 데 이어 8월 코나의 하이브리드 버전을 새로 선보였고 오는 11월에는 제네시스 브랜드 첫 SUV인 ‘GV80’을, 내년에는 신형 아반떼와 투싼 등을 각각 선보일 예정이다. 기아차는 올해 K7(6월 출시)과 셀토스(7월 출시), 모하비(9월 출시) 등을 출시했으며 내년에는 신형 쏘렌토를 내놓는다.

순항을 거듭한 일본차가 불매운동의 여파로 일본차 시장이 쪼그라든 데다 현대기아차가 적재적소에 신차를 내놓으면서 국산 브랜드가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형국이다. 현대기아차의 내수 시장 점유율은 2017년 67.5%에서 지난달 기준 81.2%까지 껑충 뛰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자율주행 기술 확보에 총 2조4000억원을 투입하며 미래성장 동력 확보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이는 연산 30만대 규모 해외 공장을 2개 이상 건설할 수 있는 규모로 대외 투자 규모로는 역대 최대다.

업계에서는 이번 투자에 대해 현대차그룹이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을 선도하는 업체로서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한 투자라고 평가한다. 현대차그룹은 전통적인 완성차 제조업체에서 스마트 모빌리티 솔루션 제공 기업으로 진화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은 지난 23일(현지시간) 뉴욕 맨해튼에서 특파원 간담회에서 "자율주행 기술을 오는 2022년 말쯤 완성차에 장착해 시범 운행에 들어가고 2024년에는 본격적으로 양산하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이어 "성능뿐만 아니라 원가의 측면에서도 만족스러워야 한다"면서 "우리가 개발한 소프트웨어(SW) 솔루션이 뛰어나다면 다른 완성차 메이커들에도 공급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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