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트, "미중 무역분쟁, 무역적자·기술유출·미국 적대국 지원 쟁점돼"
"트럼프 재선 또는 민주당 집권하더라도 대중 강경책 유지 예상"

▲ 제프리 쇼트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왼쪽)이 27일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미중, 한일 무역분쟁과 세계무역체제'라는 주제의 강연회에서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장기화되고 있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국제 무역이 위축되고 있는 가운데 이를 극복할 방안으로 한미자유무역협정을 모델로 한 다자간 무역협정을 만들어 관련 당사국들을 참여시킨 뒤 이를 통해 현행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를 개편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제프리 쇼트 미국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 연구위원은 세계경제연구원 주최로 27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 외신기자클럽에서 열린 '미중, 한일 무역분쟁과 세계무역체제'라는 주제의 강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국제무역정책과 경제제재 분야의 권위자인 쇼트 연구위원은 지난해 11월 말에도 같은 장소에서 '미국 무역정책과 한국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주제로 조찬 강연을 진행한 바 있다.

쇼트 선임 연구위원은 "전문가들은 미중 무역분쟁이 발생했을 때 양국간의 협상을 통해 미국의 대중무역적자를 일부 해소하면서 곧 해결될 것으로 기대했었다"며 "하지만 양국간의 협상이 타결될 듯 하다가 결렬되고, 다시 협상을 진행하다가 결렬되는 식으로 6분기 내내 무역분쟁이 이어지고 있다"고 현 상황을 진단했다.

쇼트 선임 연구위원은 미중 무역분쟁의 주요 쟁점으로 미국의 막대한 대중 무역적자, 첨단기술 유출 위협, 이란·베네수엘라·북한 등 미국과 적대적인 국가에 대한 중국의 지원 문제 등을 꼽았다.

쇼트 선임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대중무역적자를 줄이려고 후보 시절에 중국산 제품에 대해서 30% ~ 50%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했고 취임 이후 중국산 제품 97%에 대해서 평균 24%의 관세율을 부과하고 있다"며 "중국도 이에 맞서 대체품이 없는 항공, 의약품 등을 제외한 미국산 제품 69%에 26% 정도의 보복관세를 부과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간 관세인상으로 GDP가 하락했다. 하지만 20조 달러에 이르는 미국 GDP에 비해 중국 제품 수입액 5000억 달러가 크지 않고 25% 관세 인상을 한다 하더라도 1250억 달러 수준에 불과하기 때문에 그 영향이 제한적"이라며 "문제는 미중 무역갈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투자가 위축됐고 기존 글로벌 공급망의 불안을 느낀 기업들이 초과재고를 확보하고 공급망을 다변화하면서 효율성이 떨어져 중기적으로 성장률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또 "중국으로 들어갈 수 있는 민감한 첨단기술에 대한 수출 통제 엄격해지면서 미일, 한미 관계, 해당 국가의 기업들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며 "미국은 적대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이란, 베네수엘라,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강화하면서 이들 국가들과 거래를 하는 해운사, 금융기관, 석유회사들에 대해 미 달러화로 표시된 모든 거래 체제에서 제외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만약 중국의 석유 관련 국영공사들이 이들 국가들과 거래를 해 제재를 받는다면 미중 무역분쟁은 파괴적인 수준으로 치달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쇼트 선임 연구위원은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대선에서 지지를 확보하기 위해 중국에 대한 압박을 계속할 것이고 민주당 정부가 들어선다 하더라도 인권문제 등으로 중국에 대한 강경책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최근 한일 무역분쟁으로 한국, 일본, 미국이 모두 안보, 경제적으로 위협받고 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동맹관계의 안정화를 위한 조치를 전혀 하고 있지 않다"고 트럼프 정부의 정책 기조를 비판했다.

마지막으로 "현재 WTO체제는 국가간 분쟁을 해결하는 데 수 개월에서 수년씩 걸려서 문제가 있다"며 "새로운 국제무역질서를 만들기 위해 분쟁해결이 잘 정립된 한미자유무역협정을 토대로 환태평양경제파트너협정(TPP) 국가들을 참여시키고 유럽연합 등도 동참하게 함으로써 현 WTO체제를 개편할 수 있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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