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행 직후 감소세에서 다시 증가세로…유흥업소 법인카드 사용액은 줄어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일명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이후 급격히 줄어들었던 대기업들의 접대비가 시행 3년만에 종전 수준으로 돌아간 것으로 조사됐다.

29일 연합뉴스에 따르면 자사 의뢰로 기업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국내 500대 기업(매출 기준)을 조사한 결과 반기보고서를 통해 접대비 명세를 공개한 곳은 모두 116개로, 이들 기업의 올 상반기 접대비 규모는 약 1496억원으로 집계됐다고 전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1388억원보다 7.7% 늘어난 것이며, 2년 전 1359억원보다는 10.0%나 증가한 수치다.

연합뉴스는 이들 기업의 접대비가 2016년 상반기에 약 1573억원에 달한 뒤 김영란법 시행 직후인 2017년 상반기에는 13.6%나 감소했으나 이후 2년 연속 증가세(상반기 기준)를 이어가며 시행 전 '제자리'에 근접했다고 보도했다.

또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접대비 비중도 올 상반기 0.055%로, 2년 전(0.052%)보다 소폭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 상반기에 접대비를 가장 많이 지출한 기업은 ㈜한화로 86억4500만원이었고, 하나은행(85억4900만원)과 한국투자증권(60억7200만), 다우데이타(50억2000만원), NH투자증권(48억5600만원) 등의 순이었다.

다만 접대비 내용은 의무공시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상당수 기업이 공시를 하지 않고 있어 정확한 추이를 파악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실제로 10대 기업 가운데 올해 반기보고서에서 접대비를 밝힌 곳은 기아차와 ㈜한화 등 2곳에 불과했고, 삼성전자와 현대차, 포스코, LG전자, 한국전력공사, SK하이닉스, GS칼텍스, 현대모비스 등은 공시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주요 대기업들이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공공연하게 법 규정을 어기면서 법 취지를 무색하게 만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러나 재계에는 기업마다 자체적인 법리 해석을 통해 시행 초기와 같은 강력한 '접대 경계령'을 다소 완화한 데 따른 것일 뿐 '과거 회귀'로 볼 수는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라고 연합뉴스는 분석했다.

한 대기업 관계자는 "처음보다는 '압박'이 줄어든 게 사실"이라면서 "그러나 골프·유흥주점 접대, 고액 경조사비와 선물 등 과거에 일상적으로 이뤄졌던 과도한 접대 관행은 많이 개선됐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김영란법 시행 이후 대기업들은 접대비 지출이 줄어들고 직원 복지도 좋아졌지만 가뜩이나 어려운 경기 상황 속에서 소상공인과 농어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청탁금지법 시행과 음주 문화 변화 등으로 인해 작년 기업 등의 접대비 지출이 최근 10년간 최저 수준으로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날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법인세 신고 법인의 접대비 현황(2009~2018)' 자료에 따르면 작년 법인세 신고를 한 기업 등 법인들이 지출한 평균 접대비는 전년 대비 5.6% 줄어든 1446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같은 법인 접대비 규모는 2009년 이후 최근 10년 사이 가장 적은 수준이다.

접대비는 2009~2013년은 1700만~1800만원대에 머무르다 2014년부터 1600만원대로 낮아졌다. 청탁금지법이 시행된 2016년 1689만원에서 2017년 1531만원에 이어 작년 1446만원으로 떨어졌다.

수익 규모가 커 접대비도 많이 쓰는 대형 법인일수록 접대비 감소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수입금액 기준으로 상위 1% 기업의 평균 접대비는 2016년 5억6116만원에서 작년 4억2678만원으로 23.9% 줄었다. 같은 기간 상위 10~20% 기업의 접대비는 2165만원에서 1964만원으로 9.3%가 감소했다.

법인의 접대비 총액은 2009년 7조4790억원에서 작년 10조765억원으로 43.2% 증가했다. 접대비를 지출한 법인 수는 41만9420곳에서 74만215곳으로 76.5%나 증가했다.

기업의 접대비가 줄어든 것은 청탁금지법과 함께 음주 문화의 변화도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5년간 법인카드 사용 내역을 보면 유흥업소 지출이 꾸준히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실제로 김 의원이 국세청에서 제출받은 '법인세 신고 법인의 법인카드 사용현황(2014~2018)'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유흥업소에서의 법인카드 사용 금액은 9146억원으로 2014년 1조1819억원보다 22.6%나 감소했다.

유흥업소별로 보면 룸살롱은 같은 기간 7332억원에서 4778억원으로, 단란주점은 2018억원에서 1823억원 각각 34.8%와 9.7%가 줄어들었다. 반면 골프장 사용 금액은 2014년 1조787억원에서 2018년 1조1103억원으로 2.9%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