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경제지표 일제히 부정적, 유엔 "성장률 최저" 경고
미중·한일갈등 장기화 겹악재…대외 의존도 높은 한국 '먹구름'

▲ 지난 한달간 코스피 지수는 100포인트 이상 상승했다. 6일 장 종료 후 KEB외환은행 딜링룸 모습.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세계 경제 성장세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가장 둔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한국 경제에 대한 우려가 감지된다.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모두 각종 부정적인 경제지표가 나오는 가운데 당장 내년부터 세계 경제가 침체기에 접어들 수 있다는 유엔의 경고도 나오고 있다.

미중무역 장기화와 한일 무역갈등 등 대외 악재가 지속되는 가운데 대외 의존도가 높은 우리 경제가 사면초가에 빠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특히 한일 무역갈등으로 우리 수출이 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시설 피습과 국제유가 상승은 또 다른 복병이 될 전망이다.

국내 주요 경제지표들은 경기순환상 하강 국면에서 맴돌고 있다. 현재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순환시계'의 10개 지표 중 절반 이상이 하강 국면에 쏠려 있고 상승 국면인 지표는 넉 달째 자취를 감췄다.

정부가 최근 2017년 9월을 '경기 정점'으로 판정하며 이후 경기가 하강 국면으로 접어들었음을 공식화한 가운데 회복이 더뎌 이미 역대 3번째로 긴 기록을 세운 경기 하강 기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관측까지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저물가 기조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디플레이션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 유엔 경고 "세계성장률 10년래 최저"

29일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발표한 '무역과 개발 보고서 2019'에 따르면 유엔은 올해 세계 경제 성장률을 2.3%로 점쳤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파로 세계 경제가 마이너스(-) 1.7% 성장률을 기록했던 2009년 이후 1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치다.

당장 내년 전망도 어둡다. 유엔무역개발회의는 내년 미국과 독일,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을 중심으로 시작해 글로벌 경제에도 침체의 바람이 불 가능성이 상당히 크다고 분석했다.

특히 미국은 2017년 감세 정책의 효과가 사라져가고 있고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은 스태그네이션을 향해 미끄러져 가는 등 선진국 경제가 불안한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가별로 보면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물론 '세계의 공장'으로 불리던 중국의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

올 2분기 미국의 수출은 1년 전보다 1.7% 감소했고 기업 설비투자도 올 1분기 0.1% 감소한 뒤 2분기 0.7% 증가에 머물렀다.

독일은 마이너스 성장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고 영국의 경우 노딜 브렉시트(Brexit·영국의 EU 탈퇴) 불확실성이 여전히 경제를 짓누르고 있다. 중국 역시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에 따른 경제 타격이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세계 경제가 전반적으로 침체 국면에 들어가면서 대외여건에 민감한 한국 경제 역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중 무역 분쟁 장기화, 한일 무역갈등을 비롯한 교역 문제도 큰 암초다. 경제 1·2위 국가 간 교역이 감소하면 미국과 중국의 생산 감소로 이어지고 이는 곧 한국에서 중국으로의 중간재 수출이 줄어드는 원인이 된다.

7월 일본의 수출규제에서 촉발해 백색국가 제외로 이어진 한일 무역갈등도 큰 문제로 작용하고 있고 사우디아라비아 아람코 원유시설 피습으로 인한 원유 공급 차질도 예상치 못한 복병이다.

옥스퍼드 이코노믹스는 "한국은 아시아 국가 가운데 원유 공급 차질에 가장 취약한 국가 중 하나"라며 "원유가격 상승은 한국의 제조업 분야를 한층 더 끌어내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 각종 선행지표 마이너스…전문가 "경기 회복 더뎌질 듯"

국내 경기를 보여주는 경기순환시계의 지표가 꽁꽁 얼어붙은 가운데 전문가들은 이 같은 하강 국면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29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으로 경기순환시계의 10대 지표 가운데 서비스업생산지수, 소매판매액지수, 건설기성액, 취업자 수, 기업경기실사지수, 소비자기대지수 등 6개 지표가 '하강'에 위치했다.

'상승' 국면에 있는 지표는 아예 없었고 광공업생산지수, 설비투자지수, 수출액, 수입액 등 4개 지표는 '회복' 국면에 위치했다. 다만 설비투자지수, 수출액, 수입액은 회복 면에 있어도 '추세선'을 밑돌고 있어 반등을 기대하긴 아직 어렵다는 분석이다.

하강에 위치한 6개 지표 중 서비스업생산지수, 건설기성액, 소비자기대기수 등 3개 지표는 6월에도 하강에 있었다. 취업자 수와 기업경기실사지수는 6월에 회복 국면에 있다가 7월에 하강 국면으로 내려왔고, 소매판매액지수는 6월 둔화 국면에 있다가 7월에 하강 국면으로 이동했다.

경기순환시계는 주요 경제지표들이 상승-둔화-하강-회복 등 4개 경기순환 국면 가운데 어디에 와 있는지를 네 개로 나눠진 좌표 평면상에서 시계처럼 시각적으로 보여주는 도구로 통계청이 매달 작성한다. 지표들은 계절이나 불규칙 등의 변동요인을 제거한 순환변동치를 이용해 작성된다.

각 지표가 장기추세선을 웃돌면서 정점까지 올라가는 국면이 상승이며 정점에서 장기 추세선까지 내려가는 국면이 둔화다. 장기추세선을 밑돌면서 저점까지 떨어지는 국면은 하강, 저점에서 장기추세선까지 올라가는 국면은 회복으로 분류된다.

최근 6개월간 회복·상승 국면 및 둔화·하강 국면에 분포한 지표 수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총 10개 지표 중에서 상승 국면에 있는 지표가 한 개도 없는 상태가 지난 4월부터 4개월째 계속됐다.

전문가들은 경기가 반등할 모멘텀이 보이지 않는 만큼, 당분간 경기 하강 국면이 더 길어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앞서 통계청이 2017년 9월을 정점으로 설정하면서 지난 8월까지 경기 하강 국면이 23개월째 이어져 역대 세 번째로 긴 기록을 세웠는데, 현재로선 역대 최장 하강 기간인 29개월(1996년 3월~1998년 8월) 기록을 깰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 9월 소비자물가의 하락 폭 커질 듯…디플레 진입 우려도

저물가 기조가 지속하는 가운데 과거 물가 흐름을 고려할 때 9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0%를 대폭 하회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29일 통계청과 한국은행의 물가통계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2015년 100 기준)가 전월(104.81) 수준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가정할 경우 전년 동기 대비 상승률이 -0.8%로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8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기 대비 -0.04%로 사실상 사상 처음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통계청의 공식 발표는 0.0%였다.

다만 그간 나타난 9월 물가의 계절적 특성을 고려하면 이달 소비자물가 낙폭이 -0.8%까지 커지지는 않을 공산이 크다.

최근 10년간(2009∼2018년) 통계를 보면 9월 소비자물가는 8월보다 평균 0.29% 높아서다. 이런 추세가 올해에도 이어진다고 보면 올해 9월 소비자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0.5% 안팎 하락할 것으로 추산된다.

한편 최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사태나 사우디아라비아 유전 피격 사태는 현재로선 9월 소비자물가 변동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조사한 국산 돼지고기 삼겹살 소매가는 27일 기준 100g당 2164원으로 전월(1909원) 대비 13.4% 올랐다. 한 달 전보다 많이 올랐지만, 아직은 평년(2156원) 수준과 비슷하다.

다만 사태 확산 추이에 따라 돼지고기를 비롯한 축산물이나 육류가공품 가격이 추가로 뛸 가능성은 남아 있는 상황이다.

9월 소비자물가의 하락 폭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디플레이션 진입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커질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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