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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황이 문수보살 사리를 안내한 봉정암 (鳳頂庵)
  • 최종걸 주필
  • 승인 2019.09.30 15:09
  • 19면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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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슬이 시퍼런 시절인 지난 1970년 어느 날 춘성스님을 평소 눈여겨본 육영수 여사는 본인 생일날 특별한 분으로 춘성스님을 모셨다. 당시 춘성스님은 강화도 보문사 주지 소임을 맡고 있었다. 청와대 뜰에서 열린 육영수 여사 생일잔치에 축사하러 법상에 오른 춘성스님은 10분여 동안 아무 말씀도 안 하셨다고 한다. 이윽고 춘성스님이 법상에 올라 법문을 했다.

“아, 오늘은 육 보살이 자기 어머니 거시기에서 응애하고 태어난 날이로다”라고 하자 거기에 참석했던 축하객들은 얼굴이 홍당무가 됐다고 한다. 이를 본 박정희 대통령은 “아니 우리나라에 저리 큰 스님이 계셨단 말인가?”라고 큰 스님으로 예우했다.

바로 춘성스님이 은사 스님으로 모셨던 만해 한용운 스님과 인연이 있는 백담사와 봉정암 이야기다. 수행자가 어떻게 당당해야 하는지 그 유구한 법맥은 아직도 설악산 대청봉에서 백담계곡으로 굽이굽이 흐르고 있다.

그 법맥을 거슬러 가보자. 신라 왕족이자 당시 최고 석학이었던 자장(慈藏) 스님이 재상 자리를 버리고 출가해 중국 오대산에서 기도 중 문수보살로부터 받은 사리를 봉안할 곳을 찾던 중 봉황이 나타나 안내한 자리에 사리탑과 함께 기도 터를 조성한 바로 그곳이 봉정암(鳳頂庵)이다. 봉황(鳳)이 부처님 이마처럼 생긴 자리(頂)에 사리를 모신 곳(庵)이라는 의미인 것이다.

봉정암은 자장율사가 창건하고 뒤이어 원효대사가 새로 지었다. 강원도 인제군 북면 용대2리 인근 대한불교 조계종 제3교구 소속 백담사의 부속 암자이지만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가운데 제일 높은 보궁이다. 늘 눈에 덮여 있는 산을 의미하는 설악산(雪嶽山) 제일 높은 봉우리인 대청봉 아래 자장율사가 선덕여왕 13년 644년에 봉황을 따라가다가 사라진 바위 불두암 밑에 중국 오대산에서 친견한 문수보살로부터 받은 석가모니 진신사리인 불뇌사리를 봉안하고 오층탑을 세운 것이다.

이 같은 이적이 서린 덕분인지 봉정암은 평생 세 번만 갔다 오면 모든 업장이 소멸한다는 소문 때문에 불자들의 성지 순례의 단골 코스가 됐다. 백담사의 부속 암자지만 우리나라의 대표적 불교 성지이자 기도처인 오대적멸보궁(五大寂滅寶宮) 가운데 하나로 세월이 거듭할수록 순례객들의 영험담이 이어지고 있는 곳이다.

자장율사의 출가 이야기도 흥미롭다. 신라 진평왕 시절, 조정의 실력자인 무림공은 오랫동안 아들이 없자 1000개의 관세음보살상을 조성해 공양을 올리고 아들이 생기기를 기도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의 아내가 별이 품 안으로 들어오는 꿈을 꾸고 임신하게 되어 부처님 오신 날인 4월 8일 자장을 낳았다고 한다. 재주와 능력이 남달라 나라의 재상 자리가 비게 되자 조정 대신들은 그를 천거한다.

그러나 자장이 번번이 거절하니 왕은 ‘왕명을 따르지 않으면 목을 베어오라’ 했지만, 자장은 도리어 사자에게 목을 내밀면서 “내 차라리 하루 동안 계율을 지키다 죽을지언정 파계하고 백 년을 살기를 원치 않노라” 하자 이에 기가 눌린 사자는 왕에게 그 같은 결연한 뜻을 보고했다. 왕은 그의 뜻에 감화하여 출가토록 했다.

이런 인연과 설화가 이어진 봉정암을 암자로 두고 있는 백담사 역시 근세기까지 수많은 이야기가 전해온다.

“설악산의 최고봉인 대청봉에서 시작되는 물길을 따라 100번의 웅덩이를 지나면 나타나는 자리에 사찰을 세워라.”

백담사에 내려오는 전설에 따르면 절에 화재가 있을 때마다 주지 스님의 꿈에 도포를 입고 말을 탄 분이 나타나 절터를 알려주었다고 하는데 지금도 근처에 도포를 입고 말을 탄 듯한 암석이 솟아 있다.

거듭되는 화재로 절 이름을 고쳐보려고 하던 어느 날 밤, 주지 스님의 꿈에 백발노인이 나타나 대청봉에서 절까지 웅덩이(潭)를 세어보라고 하여 이튿날 세어보니 꼭 100개에 달하였다. 그래서 담자를 넣어 백담사(百潭寺)라 이름을 고치는 동시에 지금의 장소로 옮겼다고 한다. 웅덩이 담(潭)자는 화재를 막아보자는 뜻을 담고 있다.

설악산이 감싸고 있는 봉정암과 백담사 그곳에서 수행 중인 스님들은 바로 눈(雪) 덕분 한 소식 했다는 이야기가 미담처럼 들려온다. 눈이 하도 많이 내리니 옴짝달싹도 못 하고, 오로지 수행 외 할 일이 없다는, 우스갯소리 아닌 미담이 이어지고 있다.

타인에 의해 가는 곳은 '감옥(監獄)'이지만 스스로 택한 곳은 바로 '무문관(無門關)' 이었던 셈이다. 자장 스님의 사리탑 기도의 영험함이 인연의 씨앗을 뿌려, 천년을 뛰어넘어 더욱더 치열한 수행처로 거듭나고 있는 절이기도 하다.

백담사 경내 무금선원과 기본선원을 개원해 수행정진 가풍을 진작시키고 있다. 백담사 선원에서 겨울철 동안거 시절 온수 보일러가 터져, 무문관 수행을 하시던 스님이 하마터면 뜨거운 물로 통닭이 될 뻔했던 일화는 무문관 수행했던 스님들 사이에 치열한 수행담으로 회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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