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개발사 야스쿠니 신사 참배 논란…日게임사 직원 혐한 발언도

▲ 지난해 부산 벡스코에서 개최된 국제 게임 전시회 '지스타(G-STAR) 2018' 모습. 사진=지스타 홈페이지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지속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게임 시장은 '무풍지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게임이 국내에서 인기가 높기 때문이다.

특히 대표적인 일본 캐릭터인 '포켓몬스터'와 '슈퍼마리오'를 소재로 한 게임 신작이 국내에서 흥행을 거두고 있어 일본 IP의 영향력이 꾸준히 확대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반대로 국내 IP의 경우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최근 신작이 거의 없었을 뿐더러 한국 게임의 입지가 점점 줄어들고 있는 것도 한 몫 했다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에도 국내 대형 게임사들은 일본 불매 운동 시기에도 불구하고 일본에 국산 게임을 선보이는 등 정면 돌파를 추진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일본 모바일 게임 시장에서 입지를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에 '일간투데이'는 'NO재팬, YES코리아' 시리즈의 일환으로 일본 게임을 대체할 수 있는 국내 대형 게임사들의 게임들을 집중 조명한다.

포켓몬마스터즈(왼쪽)와 마리오카트 투어. 자료=각 업체

■ 日유명 판권 게임, 국내서 인기 여전

2000년대 초반 국내에선 일본 캐릭터 붐이 일었다. 식품은 물론 장난감, 학용품까지 일본 캐릭터를 마케팅에 활용하면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대표적으로 '짱구는못말려', '드래곤볼', '포켓몬', '디지몬' 등은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최근에는 뽀로로와 타요, 카봇, 방귀대장 뿡뿡이 등 국산 캐릭터가 마케팅으로 활용되는 사용되는 사례가 늘면서 생활 전반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그러나 게임업계 사정은 다르다.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포켓몬 마스터즈'와 '마리오카트 투어', '아이돌마스터 밀리언 라이브! 시어터 데이즈' 등은 모두 일본 유명 판권 기반의 모바일게임이다. 일본산 게임들은 '노재팬' 운동을 비웃듯 높은 매출을 거두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포켓몬 마스터즈(디엔에이)와 마리오카트 투어(닌텐도), 아이돌마스터 밀리언 라이브! 시어터 데이즈(반다이남코엔터테인먼트)를 내놓은 기업은 모두 일본 회사들이다.

마리오카트 투어는 이날 기준 구글 플레이스토어 모바일게임 인기 순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장조사업체 앱토피아의 자료에 따르면 닌텐도 마리오 카트투어는 서비스 시작 첫날 세계적으로 1000만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이는 앞서 국내에 인기를 끈 포켓몬고나 클래시로얄보다 더 많이 다운로드 된 수치다.

닌텐도의 마리오 카트는 그동안 꾸준한 인기를 끌어온 시리즈로써 흥행 보증수표로 평가받아온 만큼, 모바일게임 시장에서의 성공은 당연한 결과라는 분위기다. 닌텐도의 대표 캐릭터 마리오와 캐릭터들이 세계의 도시를 테마로 한 코스를 누비는 게임이다.

닌텐도의 경우 한일 관계가 악화하면서 '불똥'이 튈까 우려하고 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일본 게임과 게임기 판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서다.

일본 기업과 브랜드, 대체품을 안내하는 홈페이지 '노노재팬'은 닌텐도를 일본기업으로 명단에 올렸다. 이처럼 각종 커뮤니티 홈페이지에서 글들이 올라오고 있는 가운데 이런 기류가 주력제품 판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닌텐도가 출시한 가정용 게임기 위(Wii)는 전 세계 2000만대 이상의 판매고를 올렸으며 국내 게임 시장 내에서도 30만대가 팔렸다.

일본 게임 업체 디엔에이(DeNA)는 포켓몬을 기반으로 한 모바일게임 포켓몬 마스터즈를 출시해 첫 주에 2600만달러(한화 약 31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게임산업 매체 게임즈인더스트리는 지난달 9일 모바일 시장조사 업체 센서타워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전했다.

포켓몬 IP를 활용한 게임 중 평균 이상의 흥행 기록이다. 증강현실(AR) 게음으로 흥행을 이끈 '포켓몬 고(같은 기간 매출 5600만달러)'와 '포켓몬 퀘스트(300만달러)', '포켓몬 럼블러시(30만달러) 등도 잇따라 출시됐다.

포켓몬 마스터즈는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1대 1 대전방식에서 벗어나 3대 3 팀으로 진행하는 실시간 배틀이 가능한 것이 특징이다.


디엔에이는 본사 직원이 SNS에서 혐한 발언을 해 본사 홈페이지 및 한국 홈페이지를 통해 사과문을 게재한 바 있다. 혐한 발언이 드러난 이후에도 이 직원은 해당 계정에 한국인을 비하하는 내용을 지속적으로 올렸다.

이번 사태가 포켓몬마스터즈 등에 어떤 악영향을 끼칠지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앞서 포켓몬스터 시리즈의 원제작사 중 하나인 크리처스의 직원들이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하고 트위터에 인증하면서 논란을 키운 바 있다.

크리처스는 닌텐도, 게임프리크와 함께 '주식회사 포켓몬'의 지분을 갖고 있는 회사다. 게임프리크는 포켓몬스터 게임 개발을, 크리처스는 애니메이션과 영화 등 IP 창작물 유통을 포함한 회사 경영을, 닌텐도는 게임 유통을 각각 맡은 구조다.

올해 1월 크리처스 공식 계정에는 2차 세계대전 전범들을 숭배하는 야스쿠니 신사의 전경과 임직원들이 참배를 하는 모습, 야스쿠니 신사 앞에서 기념 촬영을 하는 모습 등을 올려 한국과 중국 등 일본 전쟁 피해국을 중심으로 공분을 샀다.

쿵야 캐치마인드(왼쪽)와 달빛조각사. 자료=각 업체

■ 韓기업, 하반기 자체 IP 출시로 분위기 반전 모색

올해 상반기 국내 IP가 부진한 성적을 거두면서 일본 유명 IP에게 '올해의 상반기 게임' 자리를 내줬다.

한국콘텐츠진흥원(콘진원)은 일본 유명 IP '킹 오브 파이터'를 활용한 게임인 '킹 오브 파이터 올스타'를 올해의 상반기 게임으로 뽑았다. 일본 IP가 수상한 것은 지난 2016년 '스톤에이지' 이후 3년 만이다.

콘진원은 기획의 우수성, 호환성, BM/리소스, 시장성, 기대효과, 수행의지/능력 등 6가지 기준으로 게임을 평가해 수상작을 선정한다. 킹 오브 파이터 올스타는 이 중 기획의 우수성, 호환성, 시장성에서 높은 평가를 받았다.

한국 게임의 부진은 신작 부재와 더불어 중국과 일본 게임의 공세로 인한 경쟁력 저하 때문으로 분석된다.

구글플레이 게임 부문 매출 순위를 보면 리니지M(엔씨소프트), 리니지2 레볼루션(넷마블), 에오스 레드(블루포션게임즈), 블레이드&소울레볼루션(넷마블), 검은사막모바일(펄어비스) 등 국산 게임이 10원권을 지키고 있다.

라이즈 오브 킹덤즈, 랑그릿사, 라플라스M, 기적의 검, 브롤스타즈 등 상위 10위권 내 5개가 중국산이거나 일본 IP를 채택한 게임이다. 20위권까지 놓고 보면 국산 게임은 손에 꼽을 정도다.

올해 상반기에도 대형 게임사들은 국내 IP로 된 이렇다 할 신작을 내놓지 못했다. 넥슨의 야심작 '트라하'는 지난 4월 출시 당시 구글플레이 매출 2위, 애플 앱스토어 1위에 오른 바 있다. 하지만 반짝 인기에 그치며 현재 구글 플레이스토어 매출 89위로 곤두박질쳤다.

외국산 게임이 한국 게임 시장을 점령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올 하반기 국내 게임 업체가 신작 출시로 분위기를 반전시킬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먼저 엔씨소프트는 리니지M의 후속작 '리니지2M'을 출시할 계획이다. 당초 이 게임은 지난해 출시 예정이었으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출시 일정을 미뤘다. 현재 리니지M이 압도적인 1위인 만큼 후속작에 대한 유저들의 기대감도 크다.

넥슨은 자사의 대표적인 IP인 '바람의나라'를 모바일 버전 '바람의나라: 연'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 밖에도 '카운터사이드', 'V4' 등 신규 IP 게임 출시를 계획하고 있다. 특히 V4는 '리니지2' 개발에 참여한 박용현 넷게임즈 대표가 맡아 주목된다.

넷마블은 올 하반기에 자체 IP 강화에 주력한다. 상반기의 경우 외부 IP를 들여와 흥행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반쪽짜리 성공이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에 넷마블은 '쿵야 캐치마인드'에 이어 '세븐나이츠2', 'A3: 스틸 얼라이브' 등 자체 IP를 활용한 게임을 하반기에 출시할 방침이다. 또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블레이드 & 소울 레볼루션'을 일본에 출시할 계획이다.

카카오게임즈는 오는 10일 '달빛조각사'를 정식 출시한다. 엔씨소프트의 대표 IP '리니지'를 만들었던 송재경 엑스엘게임즈 대표가 직접 제작에 참여해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 게임은 지난 2013년부터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된 동명의 웹 소설 '달빛조각사' IP를 기반으로 만들어졌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달빛조각사는 송재경 대표와 엑스엘게임즈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작품"이라며 "겉으로는 캐주얼해보이지만 깊은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달빛조각사에 많은 관심을 부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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