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기재부 차관 "최근 몇 달간 물가 흐름 디플레이션 징후 아니다"

▲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배상익 기자] 공식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965년 전도시 소비자물가지수 통계 작성 이래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집계됐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9월 소비자물가지수는 105.2(2015년=100)로 1년 전보다 0.4% 하락했다고 1일 밝혔다.

지난 8월 소비자물가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0.038% 하락해 사실상 마이너스를 가리킨 적은 있었지만, 소수점 한 자릿수까지만 따지는 공식 상승률은 0.0%로 보합에 그쳤다.

지난해 동월 대비 물가상승률은 1월 0.8%를 기록한 이후 줄곧 0%대를 기록하다가 이번에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물가상승률이 이처럼 장기간 1%를 밑돈 것은 2015년 2∼11월(10개월) 이후 처음이다.

이두원 통계청 물가동향과장은 "지난달 사실상 마이너스라고 하지만 물가상승률은 비교 가능성, 오차를 고려해 소수점 첫째자리까지 보는 것이 매뉴얼"이라며 "(이번이) 최초의 마이너스 물가상승률"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고교 무상교육 확대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등 정부 정책이 물가상승률 하락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통계청은 설명했다.

통계청은 이번 마이너스 물가가 일시적인 저물가 현상이라며 디플레이션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이 과장은 "고교 무상교육 정책과 농산물 가격 기저효과 등 정책적·일시적 요인에 따른 것으로 판단된다"며 "소비자심리지수가 전월보다 4.4포인트 상승하는 등 소비부진으로 인한 디플레이션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또 "일시적·정책적 요인을 제외하면 물가상승률이 0.9% 수준"이라며 "연말부터는 기저효과 등이 완화해 0% 중후반 수준의 물가상승률을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와 관련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 역시 "최근 몇 달간의 물가 흐름이 디플레이션 징후는 아닌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그는 "9월 물가 상승률이 마이너스(-)를 보인 것은 작년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기저효과가 작용한 결과"라며 "농산물과 석유류 가격이 예년(과거 4년 평균) 수준의 상승률을 기록했다면 9월 물가 상승률은 1% 수준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차관은 지난해보다 올해 농산물 가격 및 유가가 하락한 요인 외에 건강보험 적용 확대, 고등학교 3학년 대상 무상교육 등 정책적 요인도 물가 하락에 기여했다고 언급했다.

실제 폭염의 영향이 이어졌던 지난해와 달라 올해는 기상이 양호해 농·축·수산물 생산량이 늘어 품목성질별로 보면 농·축·수산물 가격이 1년 전보다 8.2% 하락했고 석유류 가격은 5.6% 떨어졌다.

또한 서비스 가운데서는 공공서비스가 1.2%, 집세는 0.2% 하락했다. 소유 주택 주거서비스 비용을 따진 자가주거비 포함지수는 0.4% 떨어졌다.

어류·조개·채소·과실 등 기상 조건에 따라 가격 변동이 큰 50개 품목을 기준으로 산정하는 '신선식품지수'는 1년 전보다 15.3% 하락했다. 2008년 10월(-15.6%) 이후 최저 기록이다.

체감물가를 파악하기 위해 전체 460개 품목 중 자주 구매하고 지출 비중이 큰 141개 품목을 토대로 작성한 '생활물가지수'는 0.9% 내렸다.

김 차관은 "일각에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제기하고 있으나 물가수준이 장기간에 걸쳐 지속해서 광범위하게 하락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은 아닌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술발전 등에 전 세계적으로 물가 상승률이 둔화하는 현상이 구조적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유가 급락 등에 따라 단기간 물가가 하락하는 현상도 90년대 이후 주요국에서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 차관은 "당분간은 작년 9∼11월 물가 상승률이 높았던 기저효과와 공급측 영향이 지속하면서 물가 상승률이 0% 내외에 머물 것"이라며 "기저효과가 완화되는 연말부터는 0% 중후반 수준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최근 세계 경제 성장둔화, 대외적 요인 등에 한국경제의 활력이 둔화했다"며 "한국은행과 함께 물가 흐름, 물가 둔화 원인 등 동향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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