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창의적 아이디어' 제시 北, ICBM실험 중단 대가로 연합훈련 중단 등 요구

▲ 北김명길-美비건 CG.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배상익 기자] 북한과 미국이 7개월 만에 다시 만났지만, 북한의 협상결렬 선언으로 한걸음도 진전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협상을 시작했지만 현격한 의견차만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완전한 비핵화와 이에 따라 제공될 대북 안전보장 및 제재해제를 둘러싼 협상에서 김명길 대사는 오전 2시간, 오후 4시간 정도의 협상 뒤 '결렬'을 선언했다.

북미 간 협상은 하노이 정상회담 결렬 이후 7개월여 만으로, 지난해부터 이어져 온 비핵화 협상이 최대 위기를 맞게 됐다.

협상 결렬 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들을 가져갔다"고 밝혔고, 북한 김명길 대사도 "현실적인 방도를 제시했다"고 주장했다.

일단 북미 양측은 모두 협상 진전을 위한 방안을 설명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북한의 요구하는 수준을 제시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김명길 대사는 성명에서 미국을 향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다", "빈손으로 협상에 나왔다", "우리가 요구한 계산법을 하나도 들고 나오지 않았다"는 등의 발언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조선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는 우리의 안전을 위협하고 발전을 저해하는 모든 장애물들이 깨끗하고 의심할 여지없이 제거될 때에라야 가능하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는 '안전보장'과 함께 '제재 해제'가 요구 조건임을 주장 '하노이 노딜'의 배경인 비핵화와 안전보장·제재해제 이행을 둘러싼 간극이 여전한 것이다.

또한 김 대사는 이날 '현실적 방도'를 제안했다며 핵실험 및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중지 등 자신들이 취한 조치를 나열한 뒤 "우리가 선제적으로 취한 비핵화 조치들과 신뢰구축 조치들에 미국이 성의있게 화답"해야 다음 단계 비핵화 조치 논의에 들어갈 수 있다고 밝혔다.

특히 "미국의 추가 제재, 한미 연합군사훈련 지속, 미국의 전략자산 전개 등"을 거론했다.

이런 조치들이 중단돼야 완전한 비핵화의 합의든, 영변 핵시설 폐쇄든 다음 단계 비핵화 조치를 논의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문제는 앞으로 협상이 다시 열릴 수 있을지는 불투명한 가운데 다행히 김 대사는 당장 미국과 대화를 거부하는 의사를 밝히지는 않았다.

그는 "조선반도 문제를 대화와 협상을 통해서 해결하려는 우리의 입장은 불변하다"면서 "(미국 측에)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볼 것으로 권고했다"고 말해 협상 지속에 대한 여지를 남겼다.

그러면서 "이번 조미실무협상이 실패한 원인을 대담하게 인정하고 시정함으로써 대화 재개의 불씨를 살리든가 아니면 대화의 영원히 닫아버리든가 하는 것은 전적으로 미국의 태도에 달려있다"고 말하며 압박의 고삐를 늦추지도 않았다.

한편 오테이거스 국무부 대변인은 "2주 이내에 스톡홀름으로 돌아와 다시 만나자는 스웨덴 주최 측 초청을 수락했다"고 말해 미국도 협상 조기재개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외교부 당국자는 "이번 북미 간 실무협상으로 당장의 실질적인 진전은 없었지만, 북측 신임 대표단과의 협상이 시작된 것을 평가하며 이를 계기로 대화의 모멘텀이 계속 유지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은 조만간 미국을 방문해 비건 대표와 만나 대응 조치를 논의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정부는 어렵사리 재개된 협상의 동력을 유지하기 위해 고심하는 가운데 외교·안보라인을 중심으로 실무협상에서 양측의 이견이 좁혀지지 못한 이유를 정밀 분석하고, 이를 바탕으로 대화동력 유지를 위한 한국 정부의 역할에 집중 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협상이 완전히 결렬된 것은 아니지 않겠나. 대화의 한 과정으로 본다"며 "마치 대화가 멈춰 설 것을 기정사실화하고 전망을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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