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 이도훈 본부장 워싱턴行…협상 결렬 따른 후속대응 논의 관측

▲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배상익 기자] 스웨덴 스톡홀롬에서 열린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이 결렬된 가운데 전문가들은 머지않아 후속 협상이 재개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은 지난 5일 북한의 협상 결렬 발표에 대해 한 번의 협상으로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스웨덴 측이 논의 지속을 위해 2주 내 다시 모이자고 초청 했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이런 가운데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한미 북핵협상 수석대표 협의를 하기 위해 7일 미국으로 떠났다.

외교부는 이 본부장이 10일까지 미국 워싱턴DC에 머물며 비건 대표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와 항구적 평화정착의 실질적 진전을 위한 양국 간 협력방안을 논의한다고 밝혔다.

이 본부장은 비건 대표로부터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비핵화 실무협상의 구체적인 내용을 공유받고, 협상 결렬에 따른 후속 대응을 협의할 것으로 관측된다.

이와 관련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지난 5일(현지시간) "미국 협상팀의 목표 중 하나는 북한의 '잠정 핵 활동 동결'(temporary freeze of nuclear activity)에 상응하는 새로운 제안을 시험하는 것이었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5일 스톡홀롬에서 8시간 반 동안 열린 북미 실무협상은 후속 협상 일정도 잡지 못한 채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5일(현지시간) 저녁 6시30분께 스톡홀름 외곽 북한대사관 앞에서 이날 열린 북미 실무협상 관련 성명을 발표하고 "북미 실무협상은 결렬됐다"고 선언했었다.

북한이 다시 한 번 미국을 압박하는 전형적인 '판 흔들기' 전략을 구사하기는 했지만, 북한의 어조나 미국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협상의 동력이 사그라들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NYT는 "8개월 만에 열린 북미 협상이 불과 몇 시간 만에 결렬됐다고 전한 뒤, 미 행정부 관리들을 인용해 미국은 북미 협상이 지연되는 동안에도 핵 활동 잠정 중단을 통해 북한의 능력이 향상하는 것을 막으려고 했다"면서 이같이 소개했다.

그러면서 NYT는 지난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 '노딜' 이후 8개월 만에 열린 북미 협상이 결렬된 것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의 간판(signature) 외교 구상이 교착 상태에 빠졌다는 가장 최근 신호"라고 평가했다.

국무부는 이와 함께 미 대표단이 비핵화뿐 아니라 '한국전쟁의 공식 종료를 위한 약속'을 포함한 다른 제안도 소개했다고 밝혔다고 NYT는 전했다.

NYT는 "토요일 (북미) 회담의 결과는 조금도 놀랍지 않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언급하면서 낙관적인 발언을 쏟아낼 때도 북한은 미사일 실험에 박차를 가하고 핵연료 비축량을 늘려왔다고 지적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북미 실무협상 결렬에 대해 "북한은 '실패'라고 규정했으나 미국은 이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또 "미 국무부는 미국이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제시했고 대화를 계속하길 열망했다"고 소개했다.

또 북한 전문가들은 "스톡홀롬 (협상) 결렬이 성난 김정은 정권에게 더 많은 무기 실험을 정당화하는 빌미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고 WSJ은 전했다.

CNN은 미국 관리들은 스톡홀롬 북미 실무협상에 대해 "좋은 토론을 했다"고 평가했지만, 북한 측 협상 대표인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는 회담 결렬 책임을 미국에 돌렸다면서 "(북미는) 회담에 대해 다른 그림을 그렸다"고 덧붙였다.

북한의 '판 깨기' 의도였다면 굳이 '연말까지 보겠다'는 유보적 메시지를 발신할 필요가 없었다는 해석이다.

밖으로 드러난 협상 내용만 놓고 볼 때 양측 모두 기존 입장을 반복한 것으로 보이지만, 북한이 다음 협상을 의식해 '최대 요구치'를 제시한 것이라는 분석 이다.

이와 함께 '영변+α'라는 유연성이 가미된 협상안에 대한 북한의 긍정적 검토와 미국의 새로운 방안 등이 제시됐다는 점에서 협상 전망이 어둡지만은 않다는 전망이다.

조성렬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자문연구위원 역시 북한의 행동을 "미국을 강하게 압박해 자기들 요구를 관철하려는 협상 전술", "판 흔들기"라고 분석하며 "비핵화 협상 동력이 떨어졌다고 보지 않는다"는 견해를 제시했다.

조 연구위원은 "북한은 미국이 자기들이 요구한 '새로운 셈법'을 가져오지 않았다고 했지만, 미국이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며 "다만 이번 접촉에서 미국이 생각하는 상응 조치를 다 풀어놓은 것 같지는 않다"고 추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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