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구보고서 작성에 전문가 개입할 여지 있어…입상자 거래소 입사지원시 '특혜'

▲ 여의도 한국거래소(KRX) 전경.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한국거래소(KRX)가 올해로 15회째 진행 예정인 ‘대학생 증권·파생상품 경시대회’를 둘러싸고 입상자 선정과 특전에 대해 공정성 논란이 일고 있다. 전문가들은 자본시장 발전을 위한 우수인재 발굴이라는 기획 취지는 좋지만 입상자 선정 과정과 입상자들의 거래소 입사 지원시 주어지는 특전 등을 감안할 때 공정성 보안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한국거래소는 2005년부터 매해 대학생 증권·파생상품 경시대회를 열어오고 있다. 올해도 15회째를 맞아 지난달 20일부터 다음달 20일까지 예선참가 신청접수를 받는다. 거래소가 내세운 대회 목적은 '한국경제를 이끌어나갈 대학생들에게 자본시장 이해 및 체험학습기회를 제공하고, 글로벌 선진거래소 이미지 제고 및 자본시장 발전에 필요한 우수한 인재 발굴'이다.

예선신청 접수가 두달이나 주어지는 이유는 A4지 10매 이내의 연구제안서를 경시대회 홈페이지에 사전 제출해야 하고, 이어 3주 뒤 본선 진출팀이 발표되면 바로 본선 심사 배점의 절반을 차지하는 연구보고서를 제출해야하기 때문이다. 참가자들은 본선에 진출한다는 가정하에 약 두달 3주간 연구보고서를 준비하게 된다.

본선 진출 10개팀은 최우수상 1팀, 우수상 2팀, 장려상 3팀, 입선 4팀 등으로 순위는 나뉘지만 이들 모두에게는 거래소 입사 지원시 서류전형 우대 혜택이 주어지기 때문에 본선 진출은 곧 거래소 입사에 한발 다가서는 것과 다름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물론 순위별로 200만~1000만원까지 장학금도 주어진다.

이 대회 담당자인 거래소 홍보부 관계자는 “경시대회 입상시 확실한 가점이 주어지기 때문에 실제 이 대회 출신 입상자들 상당수가 거래소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거래소 입사에 가점이 주어지는 본선진출자격 결정이 A4 10매 이내 분량의 연구제안서 만으로 이뤄진다는 점이다. 한 팀 구성은 지도교수 1명과 학생 4명으로 이뤄진다.

이와 관련 지도교수의 자격과 역할이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거래소 담당자는 “지도교수의 특별한 자격제한이나 역할에 대한 명확한 가이드라인은 없다”고 답했다. 또 3명으로 팀을 구성할 수 없는 이유와 4명의 역할 분담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저희가 4명으로 정해서 팀 구성은 무조건 4명으로 돼야 하지만 4명간 역할분담에 대한 규정은 없다”고 말했다.

경시대회를 위한 주제 역시 대학생들이 참가한다는 대회 취지와는 달리 학부생으로서는 접근하기 어려운 내용이 제시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거래소는 이 대회에 참가 신청하는 학생들을 위한 42가지의 예시주제를 전용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5개 분야로 나눠 제시된 연구 예시주제는 ‘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기 위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평가 방안’, ‘금융세제 개편 등을 통한 증시 활성화 방안’, ‘위클리 옵션을 이용한 헤지 거래 활성화 방안’, ‘금융투자업계의 대체거래소(ATS) 추진 논의에 따른 시장 감시 대응 방안’ 등 42개로 학부생들이 단기간에 연구해 발표하기에는 어려워 보이는 내용들이다.

한 증권사 파생상품팀 관계자는 “이런 수준의 주제는 전공자가 박사학위 논문에서나 다룰 수 있는 내용이지 학부생들에게 자력으로 이런 정도의 연구보고서 작성을 기대하는 건 넌센스”라며 “만약 증권업계에 종사하는 지인이나 관련 전공의 지도교수가 논문 작성에 과도한 간섭을 하게 된다면 본래 취지와 달리 형평성에 문제가 생길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또 다른 대형증권사 인사팀장은 “팀 구성을 4명으로 못박은 것도 이해가 되지 않는다”며 “만약 팀에서 한명이 주도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하고 나머지 3명이 논문 공동 저자로 이름만 올린다면 요즘 사회적으로 논란이 되는 입시부정 문제와 같은 일이 일어날 개연성도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좋은 취지의 대회인 만큼 공정성 시비를 없애기 위한 보안책 마련이 요구되고 있다.

이에 대해 거래소 관계자는 “과거 이 대회 본선 입상자들은 이미 감사실, 파생상품파트 등 거래소 각 분야에 포진해 활약하고 있다”며 “거래소 뿐 아니라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한국예탁원 등 유관기관에도 진출하는 등 이 대회의 우수성이 입증되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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