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산업조직학회, '플랫폼 경제의 경쟁정책' 세미나 열어
"사전 가이드라인으로 불확실성 제거해야…전문 규율조직 만들어야"

▲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산업조직학회는 11일 공동으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 B에서 '플랫폼 경제의 경쟁정책 : 최근 이슈와 현안 과제'라는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세미나 참석자들이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갈수록 비중이 확대되고 있는 플랫폼 시장을 규율하기 위해 사전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시장의 불확실성을 제거하는 방식으로 유연하게 법 적용을 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또 수요·공급의 양면성을 갖는 플랫폼 시장의 특성을 감안해 관련 시장 획정시 공급 측면의 지배력 남용 뿐만 아니라 소비자 혜택 등 양면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플랫폼 시장을 체계적으로 규율할 수 있도록 전문 조직의 신설 필요성도 제기됐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산업조직학회는 지난 11일 공동으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에서 '플랫폼 경제의 경쟁정책 : 최근 이슈와 현안 과제'라는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전성복 공정위 소비자정책과장은 플랫폼 관련 최근 이슈들을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두 번의 네이버(2008년, 2014년) 사건을 비롯한 국내외 경쟁법 법집행 사례를 소개했다.

전 과장은 "플랫폼 산업은 성격이 다른 두 부류의 고객그룹을 연결시켜 거래가 성사되도록 해주는 양면성, 한 측면의 고객그룹은 다른 측면의 고객그룹의 규모가 커질수록 더욱 높은 효용을 얻게 되는 교차 네트워크 외부성, 두 고객그룹간 거래비용을 최소화하면서 외부성을 해소하는 기술을 제공해 주는 내부화의 특성을 갖고 있다"고 플랫폼 시장의 특성을 설명했다.

이어 "네이버는 2006년 5월부터 2007년 3월까지 9개 동영상 공급업체와 동영상 콘텐츠에 대한 색인 데이터베이스 제공계약을 체결하면서 '자사와 협의 없이 하는 광고를 금지하는' 조건을 설정했다"며 "공정위는 다수 이용자의 포털 방문 목적은 특정 서비스 이용이 아닌, 포털의 불특정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한 것이고, 포털사는 서비스 전체를 하나로 인식해 이익극대화전략을 취하고 있다고 판단, 관련 시장을 '인터넷 포털서비스 이용자 시장'으로 획정하고 네이버의 이러한 광고금지 조건 부가 행위를 시장지배력 남용행위로 규정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대법원은 네이버의 시장지배력 남용행위 여부는 관련 상품시장인 '콘텐츠 사업자(CP)와 이용자를 중개하는 시장'에서의 지배력 유무 및 지위 남용 행위 여부로 판단해야 한다"며 "동영상 콘텐츠의 이용은 인터넷 포털 뿐만 아니라 검색 서비스만을 제공하는 사업자를 통해서도 충분히 가능하므로 공정위의 관련 시장 획정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 패소판결했다"고 설명했다.

양면 시장의 특성을 갖는 플랫폼 산업에서 공정위는 한면인 인터넷 포털 시장의 종적인 측면을 관련 시장으로 봤지만 대법원은 인터넷 포털을 비롯해 동영상 콘텐츠가 거래되는 횡적인 시장만 관련 시장으로 봤다는 것이다.

또 2014년 네이버와 다음의 시장지배적 행위에 대한 동의의결(同意議決·기업이 불공정 행위를 했을 때 위법성을 따지지 않고 스스로 시정 방안을 제시해 이행하도록 함으로써 사건을 마무리하는 제도) 사례를 소개했다.

전 과장은 "네이버와 다음은 이전에 검색어를 입력하면 통합검색결과에 자사의 유료 전문 서비스를 아무 표시 없이 다른 온라인 검색서비스의 상단에 배치했다"며 "공정위의 동의 의결 조치 이후로는 자사 또는 계열사가 운영하는 전문서비스 명칭에 회사명을 부기해 자사 또는 계열사 서비스임을 표기하는 한편 경쟁사업자의 사이트로 연결되는 외부 링크를 제공하도록 했다"고 말했다.

또 "'꽃배달'이라고 검색어를 입력하면 정보검색결과와 키워드광고의 구분을 불명확하게 했던 부분도 불공정거래 지적을 받았다"며 "동의의결에 따라 광고영역에 '…관련 광고'임을 한글로 표기하고 해당 영역을 음영처리 등으로 구분 표시하도록 하는 한편 광고노출기준에 대한 안내문을 제시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산업조직학회는 11일 공동으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 B에서 '플랫폼 경제의 경쟁정책 : 최근 이슈와 현안 과제'라는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참석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이욱신 기자

전 과장은 "해외에서는 구글이 일반 검색결과 페이지에서 자사 비교쇼핑 서비스를 상단에 배치하고 상품 사진 및 가격 등 추가정보를 그래픽 형식으로 고정 노출시켰다"며 "반면 경쟁 비교쇼핑 사이트는 검색 알고리즘을 통해 품질이 낮은 사이트로 분류해 검색순위 결과가 강등된 채로 노출시켰다"고 소개했다.

이어 "그 결과 구글의 일반검색결과에서 경쟁 비교쇼핑 서비스로 이동하는 트래픽은 감소해 이들 사이트는 서비스를 중단할 가능성이 커졌고 경쟁제한으로 인한 수수료 인상 및 소비자 가격이 인상될 우려가 있다"며 "반면 구글은 자사 비교쇼핑 사이트 트래픽이 지속적으로 늘어나 검색서비스의 지배력이 자사 비교쇼핑 사이트로 전이되면서 서비스 향상의 유인이 감소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유럽연합(EU)은 '온라인 플랫폼에서의 공정성과 투명성 제고를 위한 규칙'을 통해 온라인 플랫폼사업자와 플랫폼 이용사업자간 사전적 규제를 규정했다"며 "이에 따르면 플랫폼사업자는 상품 정렬순서를 결정하는 주요 변수와 이들의 상대적 중요성을 설명하는 근거를 밝히도록 의무를 부과하고 이용업체가 플랫폼에 지급하는 보수가 정렬순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경우 이러한 사실을 공개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페이스북은 '페이스북 외 자회사인 인스타그램을 포함한 제3자의 웹사이트·모바일앱 등에서 수집한 이용자의 개인정보를 페이스북 계정에 병합·사용한다. 미동의시 이용을 불허한다'는 이용약관을 포함시켰다"며 "독일 연방 카르텔청은 페이스북의 독점적인 지위를 고려할 시 이는 자발적인 동의라고 볼 수 없다. 페이스북의 광범위한 이용자 정보 수집 및 활용은 강력한 네트워크효과와 고착효과를 통해 진입장벽을 형성하는 등 경쟁사업자에게 피해를 야기할 수 있다고 판단,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으로 시정을 명령했다"고 말했다.

홍동표 법무법인 광장 고문(경제학 박사)은 "관련 시장 획정과 관련해 EU 경쟁당국은 소비자 이용 측면의 배려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것 같다"며 "아메리칸엑스프레스카드(아멕스)는 가맹점 수수료가 높아서 가맹점들이 고객들에게 다른 카드를 쓸 것을 권유하자 이를 금지한 지침을 내렸다. 이에 대해 미국 연방대법원은 가맹점 측면만 보지 않고 높은 수수료로 인해서 이용자들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양면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또 "구글의 비교쇼핑으로 트래픽이 집중되는 것이 지배력 전이가 아니라 경쟁사들의 디자인 경쟁력 저하에 따른 문제로 본다"며 "미국 법원은 시장지배적 사업자라 하더라도 자기의 장점에 기반해 기술혁신을 하는 것은 장려한다"고 미국의 사례를 소개했다.

정재훈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독일 페이스북 사례나 미국 아멕스 판결은 일반화하기 성급한 측면이 있다"며 "EU에서는 구글이 '상품 배치와 전시의 차별을 사전에 고지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시장지배력 지위 남용을 문제 삼았지만 강제력이 개입되지 않아 '끼워팔기' 등 과거의 불공정 사례에 포섭되기 힘들다"고 지적했다.

남재현 고려대 경제학과 교수는 "예를 들어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는데 음료를 전시했다면 시장지배력을 전이시킨 것인지, 범위의 경제를 구현한 것인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아멕스 카드 판결도 이용자 혜택이 늘어나고 단기적으로 가맹점 수수료가 올라가지만 길게 보면 가맹점 수수료가 내려간 것을 보고 경쟁제한적으로 판단하지 않았다"고 평가했다.

강민수 성균관대 경제학과 교수는 "기존 경쟁법 체제는 유지하되 빠르게 변화하는 플랫폼산업에서 잠재적인 피규제기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기 위해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며 "공정위 내부에도 플랫폼 시장을 다루는 새로운 전문 조직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정인석 한국외대 경제학과 교수는 "과거의 경쟁법 장치나 논리는 플랫폼 산업 시대에 너무 빡빡하거나 느슨하게 적용돼선 안 된다"며 "특히 모빌리티, 크라우드 펀딩 등 공유경제 부문에 대해서는 전통적인 교통, 금융 당국에 의해 섹터(부문) 규제를 하고 있는데 선진국처럼 우리도 일반 경쟁규율쪽으로 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산업조직학회는 11일 공동으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중회의실 B에서 '플랫폼 경제의 경쟁정책 : 최근 이슈와 현안 과제'라는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세미나에서 조성욱 공정위원장이 축사를 하고 있다. 사진=이욱신 기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축사를 통해 "온라인 플랫폼 시장은 동태적 변화가 큰 시장인 만큼 경쟁당국 입장에선 혁신적 경제활동이 저해되지 않도록 신중하게 접근하고 예단해서도 안 될 것"이라며 "플랫폼이 혁신을 통해 성장했더라도 고착효과, 데이터독점을 바탕으로 선발 우위에 따른 진입장벽을 만들어 새로운 경쟁자의 등장을 방해한다면 또 다른 혁신을 위해 효과적 규율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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