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에셋대우 등 우리나라 금융사들이 호텔 등 해외 부동산시장에서 큰손으로 부상했다는 소식이 잇따라 나오고 있다. 반면 라임자산운용 사모펀드 중 일부 환매중단과 KB증권이 조성한 사모펀드 자금이 호주 부동산시장에 투자한 게 문제가 불거져 금융당국이 조사에 착수했다.

외신들에 따르면 한국의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난 8월까지 68억달러(8조1892억원) 어치 해외 부동산을 사들여 같은 기간 중국 투자자들보다 4배나 많은 해외 부동산을 싹쓸이 했다는 보도가 전해졌다. 중국 투자자들을 제치고 한국의 투자자들이 중국이 사들였던 호텔 등을 사들이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달 한국의 미래에셋대우는 중국의 보험그룹인 안방 그룹이 소유하고 있던 샌프란시스코 소재 웨스틴 세인트 샌프란시스코 호텔 등 4~5개의 고급 호텔을 모두 58억달러에 매입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안방 그룹이 불과 3년 전인 2016년 55억달러에 매입했던 것을 미래에셋대우에 3억달러의 차익을 남기고 되판 셈이다.

국제부동산 시장에서 중국과 홍콩 등 중국계가 큰손 역할을 했지만, 한국 금융계가 부상했다는 뉴스와 함께 지난 2015년 규제가 풀린 국내 사모펀드에 몰린 400조원 규모의 자금이 파생금융상품과 해외 부동산 투자에 거침없이 나서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015년 정부가 혁신기업 투자 활성화 등을 이유로 사모펀드 조성 규제를 완화한 이후 고수익으로 포장한 상품에 수백조원의 자금이 몰려 이들 자금이 종잣돈으로 파생상품, 해외 부동산 등에 큰 손으로 부상한 셈이다.

사모펀드는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하는 공모 펀드와 달리 49인 이하 투자자들로부터 돈을 모아 투자하는 펀드다. 지난 2015년 규제 완화 이후 올해 9월말 현재 사모펀드의 순자산은 400조2900억원 규모로 약 4년 전인 2015년 말(203조7900억원)에 비해 두 배나 급성장했다.

문제는 돈만 모았지 투자수익은 커녕 투자원금 모두 손실을 보거나 손실을 볼 위험을 안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이 판매한 독일 등 주요 선진국 금리 연동형 파생상품과 라임자산운용이 최근 환매를 중단한 펀드 등에 이자는 커녕 원금도 날리는 손실에다 제때 자금을 회수할 수 없는 사태가 불거지고 있다.

사모펀드 조성 시에 투자자들에게 고수익을 선전하면서 기존 예금마저 갈아타게 해놓고 이들 자금을 운용하는 데는 소홀히 한 결과들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군소 사모펀드들은 코스닥 기업들이 발행한 전환사채(CB)나 환매조건부채권(BW)을 사들여 자금줄 역할을 한 것으로 밝혀지고 있다. 해당 코스닥 기업들의 주가 조작용이라는 의혹까지 나오고 있다.

최근까지 한국형 고수익 고위험을 뜻하는 헤지펀드의 대명사로 통했던 라임자산운용은 최근 수년간 덩치를 키우며 한국형 헤지펀드 1위 운용사로 성장했지만 조성한 일부 사모펀드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전환사채(CB)나 신주인수권부사채(BW)는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는 채권으로 주가가 일정 수준을 넘어 오르면 주식으로 전환해 초과 수익을 낼 수 있지만, 주가가 기대 수준 이하로 떨어지면 애초 약정을 한 채권을 현금으로 상환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이다.

라임자산운용의 환매 중단 대상 펀드 약 6200억원 중 개방형 펀드는 약 4400억원이고 만기 전까지 환매에 제약이 있는 폐쇄형 펀드는 약 1800억원 규모로 밝혀졌다.

금융투자협회 통계에 따르면 라임자산운용 펀드의 전체 설정 잔액은 올해 8월 말 현재 5조3713억원이다. 이번 환매 중단 사태 전인 7월부터 이미 수익률 돌려 막기, 파킹거래 등 라임자산운용을 둘러싼 갖가지 소문이 나돌았다는 게 금융가의 소식이다.

사모펀드에 투자한 투자자들은 원하는 시기에 펀드 자금을 현금화할 수 없다는 점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증권사들이 앞다퉈 판매한 해외 부동산 사모펀드에서도 문제가 불거지고 있다. KB증권이 팔고 JB자산운용이 운영한 호주 부동산 사모펀드에 3264억원이라는 자금이 몰렸지만, 현지에서 문제가 발생해 2000억원은 회수 절차가 끝났지만 800억원 규모는 호주 현지 법령에 따라 자산이 동결됐다는 소식이다.

사모펀드 시장을 키워 투자자에게는 수익과 금융사에는 다양한 금융상품 개발 기회를 부여한 금융당국은 판만 키웠지 관리하는 데는 나 몰라라 한 셈이다. 사람은 혈액순환이 안되면 각종 질병 징후에 병원이나 갈 수 있지만, 돈은 순환에 문제가 발생하면 투자자들은 갈 데가 없다는 점이 문제다.

금융당국이 존재하는 것은 투자자와 금융기관들사이에 병원 역할이라는 점을 한시라도 잊어서는 안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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