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세대에 접어들면서 노인세대의 범죄율이 급증하고 있어 이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이다.

경찰청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김한정 의원(더불어민주당, 남양주을)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5년간 65세 이상 노인범죄가 37.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범죄 유형별로는 강간·추행, 폭행, 협박, 횡령, 마약, 교통범죄가 대폭 증가해 일반 범죄 유형과 다르지 않다.

65세 이상 노인범죄는 지난 2014년 8만7583건에서 해마다 꾸준히 증가해 2018년에는 11만9489건을 기록했다.

범죄 유형별로는 강간·추행 58.8%, 폭행 69.8%, 협박 371.3%, 손괴 63.2%, 횡령 73.8%, 성풍속범죄 70.2%, 마약 165.1%, 교통 24.5% 등으로 뚜렷한 증가세를 보였다.

교통범죄는 2018년 전체 노인범죄 중 3만6048건으로 30.2%를 차지해 가장 큰 비중을 나타냈고, 폭력범죄(2만2169건), 지능범죄(1만8518건) 순이다. 대한민국의 노인 문제가 범죄에서도 예외가 아니라는 지표다.

현재까지 우리나라 전체 인구의 절대적 빈곤율은 12.5%이지만 노인층 절대적 빈곤율은 51.1%라는 수치도 노인범죄에 대한 심각성을 엿볼 수 있다.

지난 2017년 7월 30일 서울서부지법은 서대문구의 재래시장에 방화한 혐의로 기소된 74세 여성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해당 여성은 폐지를 팔며 생계를 이어왔지만, 재래시장 식당 주인이 폐지 수집을 방해하자 며칠 뒤 밤에 식당에 불을 질렀다고 한다.

지난해에는 70대 남성이 살인혐의로 징역 17년을 선고받았고, 3월엔 87세 부인을 흉기로 찌른 98세 노인에게 징역 4년의 실형이 선고됐다.

한국이 이미 초고령 사회(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에 진입한 일본의 전철을 따르게 될 것이라는 우려도 생각해야 할 대목이다.

2017년 기준으로 일본의 노인 비율은 27.7%다. 또한, 일본 정부의 ‘범죄백서’에 따르면 이미 일본에서는 ‘폭주 노인’ 등 노인범죄의 심각성을 지적하는 신조어가 나오고 있다.

문제는 노인범죄의 증가추세이다. 노인범죄가 늘어나는 원인에 대해 전문가들은 크게 두 가지 원인을 꼽는다. 첫째는 상시적인 노인 빈곤이다. 한국의 노인빈곤율은 오랫동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1위를 지켜왔다. 지나치게 높은 노인빈곤율이 재산범죄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서병수 참누리 빈곤 없는 사회 이사(사회복지학 박사)는 기초생활 보장제도 등 한국의 복지제도 설계가 잘못됐기 때문에 노인들이 빈곤의 늪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서 이사는 “한국의 기초생활 보장제도 수급자 선정기준은 중위소득 30% 이하로 지나치게 엄격하다. 게다가 선정과정도 까다로워서 구조적으로 노인 빈곤이 해소되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이 꼽는 노인범죄 증가세의 두 번째 요인은 과거와 달라진 노인들의 건강상태다. 만 65세 이상이라 할지라도 장년층 못지않은 건강을 유지하는 이들이 늘어남에 따라 경제적인 이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성범죄다.

서 이사는 “정부가 노인빈곤율을 OECD 평균인 14.4%보다 훨씬 낮은 수준까지 낮춰서 예산을 투입, 운용해야 한다”면서 “현재 노인층의 상당수가 국민연금과 기초생활 보장제도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공단이 공개한 지난 2017년 국민연금 급여지급 현황에 의하면, 65세 이상 노인 중 연금수령자는 전체 노인 인구의 39.2%인 288만여명이다. 절반 이상의 노인들은 연금이 없는 삶을 살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국민기초생활보장 수급 현황으로도 지난 2017년 기준으로 기초생활 보장을 받는 노인세대는 총 26만3475세대에 불과했다.

이런 상황을 놓고 보면 우리나라 초고령 사회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어 정부와 지자체가 시급히 이에 따른 대응에 나서야 한다.

정부가 저출산·고령화 대책에 지난 11년간 126조원 이상을 투입했지만, 오히려 고령화의 그늘은 더 짙게 어두워지고 있는 셈이다.

유사 이래 누구도 일찍이 경험하지 못한 고령화 시대에 65세 이상 노인범죄가 일반범죄 유형과 다르지 않다는 점은 충격적이다. 인생의 축적된 경험을 후세대들에 전수하는데 세월을 아껴야 할 노인세대가 막장 같은 삶을 보인다는 점에서 그렇다.

특히 고령의 운전 사고로 황혼에 뜻하지 않은 범죄 기록을 남기는 사태는 안타까운 일이다. 정부와 지자체가 고령의 운전면허 소지자들을 대상으로 면허증 반납 시 성과보수를 주는 제도를 시행했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예외도 있는 만큼 이에 따른 대응책도 보완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노인은 인생의 달관자라는 또 다른 애칭이지 풋 세대들처럼 혈기가 넘치는 데서 비롯된 이탈자가 아니다. 압축성장의 중심세대가 축적한 대한민국이 세계에서 가장 빠른 노령화 사회를 맞이하면서 겪는 후유증 대응은 빠를수록 좋다.

고령화로 나타날 수 있는 다양한 유형별 정책이 정부 뿐만 아니라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체계적으로 마련해야 할 이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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