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과세 근거 확보 위해 '고정사업장' 등 규정 개정해야"
"상대국 보복 유발 우려…세원 파악 먼저" 반론도 제기돼

▲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인 이춘석 의원(더불어민주당·전북 익산 갑)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글로벌디지털기업 과세,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최근 구글 등 글로벌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 여부가 방송통신위원회, 국세청 국정감사에서 화두가 된 가운데 국내 사업자와의 조세 형평성을 위해 전면 세법 개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또 과세 실효성 확보를 위해 세법 개정 이전에 정확한 세원 파악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위원장인 이춘석 의원(더불어민주당·전북 익산 갑)은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9간담회실에서 '글로벌디지털기업 과세,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안창남 강남대 경제세무학과 교수는 "글로벌 디지털 기업은 '고정사업장'의 존재 여부에 따라 법인세를 부과하는 현행 국제 조세 과세 규범을 회피하기 위해 과세 대상 소득을 최대한 조세피난처로 이전하고 소득이 발생한 국가에서는 소득을 최소화한다"며 "부가가치세 분야에서도 인터넷을 이용해 해외에서 서비스를 공급함에 따라 소비국가 과세 원칙의 빈 공간을 이용해 국내 서비스 사업자보다 상대적으로 세금 부담이 적다"고 꼬집었다.

이어 "재산세 분야에서는 글로벌 기업의 주된 자산인 지적재산권 등 무형자산이 과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과세 대상이 되는 유형자산이 주된 자산인 제조업체와의 과세 형평성에 문제가 있다"며 "개인소득세 분야에서도 '유튜버'처럼 디지털 거래 플랫폼을 이용해 소득을 얻는 사람들이 이들 플랫폼 업체로부터 받는 외화소득을 신고하지 않음으로써 세원 침탈이 이뤄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 교수는 "내년으로 예정된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후속 보고서' 합의안을 우리나라도 따라 현행 법인세법상 고정사업장 규정을 대폭 개정해 글로벌 디지털 기업이 국내에 고정 사업장이 존재하도록 규정해야 한다"며 "만일 OECD합의안 채택이 불발될 경우 EU에서 권고한 '디지털 서비스세' 도입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이어 "'EU 부가가치세 제6차 지침'은 디지털 서비스 거래 중 기업간 거래(B2B), 일반 소비자거래(B2C)에 대한 과세 규정을 모두 담고 있다. 위 지침을 참고해 우리나라 부가가치세법상에도 과세대상거래 규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며 "유형재화만 대상으로 하고 있는 현행 재산세 과세대상도 지적재산권 등 무형재화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외국환관리법'과 '소득세법' 상 소득의 종류와 소득금액 산출방법, 과세기준을 정비해 유튜버 등이 외국 디지털 기업으로부터 받는 소득도 과세해야 한다"며 "글로벌 디지털 기업이 우리 초고속 통신망을 무료로 이용해 광고소득을 얻고 있는 만큼 국내 방송광고업자가 부담하는 방송통신발전기금(수입액의 2~4%)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글로벌 디지털 기업의 국내세법상 조세회피나 정당한 비용 무납부로 국내 기업들과의 조세 불공평성이 제기되고 국내외 사업자간 분쟁으로 인한 이용자 이익저해가 발생하고 있다"며 "정보통신기술(ICT) 시장에서 협상력의 우위를 점유한 글로벌 디지털 기업이 매출액과 트래픽 규모에 상응한 납세의무 이행 및 정당한 망 이용대가를 지불하도록 새로운 룰 세팅(Rule Setting)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반면 최민식 경희대 법무대학원 지적재산법학과 교수는 "글로벌 디지털 기업에 대한 과세 강화는 관세장벽과 유사해 상대국의 보복조치를 불러 올 수 있다"며 "디지털 과세는 설계하는 방식에 따라 조세조약, 세계무역기구(WTO) 무역협정 등과의 충돌 소지가 있거나 국내 기업의 이중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제도 설계시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 장기적으로 OECD 논의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우리나라의 경제적 이익을 반영하고 과세 방안에 대한 최종 합의를 한 후 디지털세를 신설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김재환 한국인터넷기업협회 정책실장은 "새로운 국제 조세제도 도입에 앞서 제도의 취지에 맞도록 글로벌 디지털 기업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등 정확한 세원 파악 노력이 선행돼야 한다"며 "글로벌 디지털 기업에 부과된 세금이 서비스 이용자들의 이용료 부담으로 전가될 우려가 없는지 제도 설계 과정에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춘석 위원장은 "국내외 사업자가 디지털 경제 부문에서 투명하고 공정한 제도에 따라 경쟁할 수 있는 시장이 구축돼야 한다"며 "국회 차원에서 합리적인 과세 확보 방안을 마련하기 위해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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