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브라 견제 한 목소리…미국·중국 등 독자 암호화폐 만들어 결제 패권 다툼
한국은행, 각국 중앙은행 동향 예의주시…페이스북, "리브라 출시, 100여곳 참여 기대"

▲ 리브라 로고.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최근 리브라협회 회원사인 이베이, 비자, 마스터 카드 등이 잇달아 탈퇴하면서 페이스북 암호화폐 '리브라'의 내년 출시에 적신호가 켜지고 있다. 이에 미국 연준, 중국 인민은행 등 각국 중앙은행은 돈세탁, 소비자 보호 등 리브라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도 자체 암호화폐 발행을 통해 향후 글로벌 결제 시장의 패권을 장악하려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페이스북은 리브라협회 이사회를 출범하며 지속적인 추진을 강조하고 있다.

영국의 경제매체 파이낸셜타임스(FT)는 16일(이하 현지시간) 라엘 브레이너드 미국 연방준비기구 이사회(FED·연준) 이사가 이날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페이스북은 리브라가 결제 수단으로 기능하기에 앞서 핵심적인 법적 및 규제 과제를 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브레이너드 이사는 "리브라는 각국의 돈세탁 방지 규정을 충족하고 있으며 리브라 운영에 참여할 페이스북과 다른 기업이 소비자들을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며 "규제당국이 리브라가 금융기업인지 결제 시스템인지 판단하기 전에 리브라에 연관된 각 기업은 자신들이 어떤 종류의 거래를 수행하고 있는지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연준이 리브라 출시에 견제구를 날림과 동시에 자체 암호화폐를 출시할 것이란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의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는 "연준은 민간 기업이 화폐를 만들어 글로벌 결제체계를 장악할 수 있다는 점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며 "리브라의 출시가 좌절되더라도 다른 대기업이 같은 시도를 할 수 있는 까닭에 결국 연준이 자체 암호화폐를 구상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패트릭 하커 미국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최근 한 행사에서 "(암호화폐의 도래는) 불가피한 일"이라며 "거기(암호화폐)에 우리가 직접 손을 대기 시작하는 게 낫다"고 언급했다.

중국은 '세계 첫번째 중앙은행 디지털 화폐(암호화폐) 발행 국가'가 된다는 비전을 갖고 관련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중국 중앙은행(인민은행) 고위 당국자들의 공개 발언과 중국 안팎의 언론 보도를 종합하면 인민은행은 디지털 화폐 발행 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무창춘(穆長春) 인민은행 지불결제국 부국장은 지난 8월 10일 공개 학술회의에서 "디지털 화폐를 당장이라도 내놓을 수 있는 상태"라고 밝혔다. 이어 미국 포브스지는 같은달 27일 복수 소식통들을 인용, 중국이 연중 최고 쇼핑 축제일인 11월 11일 광군제(光棍節)를 앞두고 디지털 화폐 발행을 시작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다만 인민은행은 아직 구체적인 발행 시점은 신중히 검토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강(易鋼) 인민은행장은 지난달 24일 기자회견에서 "언제 내놓을 수 있을지 구체적인 시간표를 갖고 있지는 않다"며 "일부 연구, 테스트, 평가가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각국 중앙은행도 독자 암호화폐를 만들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앞서 지난 8월 마크 카니 영국 중앙은행(영란은행) 총재는 각국 중앙은행들이 각국 통화로 뒷받침되는 암호화폐를 만들어 네트워크를 구성하자고 제안했다. 카니 총재는 "이 같은 네트워크 구성으로 준비통화인 미국 달러화를 대체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의 위안화가 차기 기축통화가 되면 발생할 리스크도 해소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세계 중앙은행들을 대표하는 국제결제은행(BIS)은 대다수 중앙은행이 암호화폐에 대한 연구에 착수했으며 다수가 구상을 넘어 실험과 개념검증으로까지 진도가 나아간 것으로 보고 있다.

한국은행도 지난 1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유승희 의원(더불어민주당·서울 성북갑)의 질의에 답변한 '리브라 관련 국제사회의 대응과 한국은행의 입장' 자료를 통해 "페이스북 리브라 관계자와의 접촉 등을 통해 리브라 출시 진행 상황 등에 대한 정보를 입수하고 의견을 교환하는 한편 주요국 중앙은행 등과 함께 국제결제은행, 금융안정위원회(FSB) 회의 참여 등을 통해 국제사회의 리브라 규제 논의에 적극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페이스북은 비자, 마스터카드, 페이팔, 이베이 등 7개 기업이 리브라 운영을 맡은 리브라협회에서 탈퇴를 선언했음에도 21개 기업을 중심으로 지난 14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창립총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페이스북의 데이비드 마커스 등 5명의 이사회 임원이 선출됐다.

버트랜드 페레즈 리브라협회 최고운영책임자(COO)는 16일 미국경제매체 CNBC와 인터뷰를 통해 "리브라 프로젝트의 비전과 규모는 방대한 만큼 몇 분기 차이로 출시일이 늦어질 수 있다"며 "리브라가 출시만 되면 글로벌 금융사로부터 지지를 받을수 있다고 확신한다. 회원사가 100여곳에 이를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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