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출신 국회의원 등 전·현직 검사들의 '여론전'이 변수로 작용

▲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배상익 기자] 문재인 정부 들어 최우선 개혁대상으로 지목된 검찰은 현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에 반대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국회에 대거 포진한 검찰 출신 국회의원 등 전·현직 검사들의 '여론전'이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지난 7월 인사청문회 때부터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사실상 무대응으로 나서고 있다.

윤 총장 취임 이후에는 수사권 조정과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 법안에 대한 반대논리 개발과 국회의원 설득을 위한 개별접촉을 금지시키면서 입법 논의에서 사실상 손을 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와 여당이 검찰개혁의 핵심으로 추진하는 공수처는 기본적으로 검찰의 독점적 수사·기소 권한을 분산시키기 위해 설계된 기구다.

정부안대로 공수처에 고위공직자에 대한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주고, 대통령이 공수처장 인사권을 갖는다면 정권 입맛에 맞춰 수사결과를 내놓던 과거 '정치검찰'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최근 야당은 물론 여권 내에서도 금태섭·조응천 의원 등 검사 경력이 있는 국회의원들을 중심으로 "새로운 권력기관이 될 것"이라며 공수처 설치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검 기획조정부장을 지낸 윤웅걸 전 검사장은 "검사의 비리를 이유로 검사로부터 수사권과 수사지휘권을 박탈하고 제3의 수사기관을 설치하는 등 검찰제도를 근본부터 뒤흔들어 변경한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며 "오히려 다른 목적에 활용될 가능성이 많은 제도"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공수처 설치가 그동안 번번이 무산된 데는 검찰의 반발이 적잖게 작용했다. 이번에도 최소한 산발적인 반대 목소리가 검찰 주변에서 나올 수 있다는 얘기다.

문재인 정부 들어 수사권 조정과 함께 검찰개혁 방안으로 다시 추진되는 공수처 설치에 대해 검찰은 대체로 언급을 자제해왔다.

검찰개혁에 적극 동참하면서 필요하면 국회 논의에 의견을 내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청와대와 정부·여당이 추진하는 수사구조 개편 논의에서 사실상 배제된 데 대한 불만이 누적됐다.

문무일 전 검찰총장은 지난해 3월 국회 사법개혁특별위원회에 출석해 "공수처가 도입된다면 위헌적인 요소를 빼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원론적 문제제기로 검찰의 불편한 속내를 드러낸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왔다.

그러나 문 전 총장은 보름 만에 기자간담회를 열어 "앞으로 국회에서 바람직한 공수처 도입 방안을 마련해 주신다면, 이를 국민의 뜻으로 알고 겸허히 수용하겠다"고 몸을 낮췄다. 청와대가 곧바로 "공수처 문제에 대해 검찰총장이 동의한 것은 최초"라고 화답하면서 공수처에 대한 검찰의 공식 입장은 '찬성'으로 정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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