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조6천억 규모 항공기 투자…우발채무는 타 대형사 대비 3~4배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부동산과 항공기 등 대체투자(AI) 부문에 실력을 보여온 메리츠종금증권이 또 한 차례 대규모 항공기 투자를 완료해 주목받고 있다.
1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메리츠종금증권은 최근 총 6억8590만달러(한화 약 8114억원) 규모의 항공기 투자 거래를 완료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딜로 메리츠종금은 미국 항공기 리스업체 ACG(Aviation Capital Group)가 보유한 항공기 24대를 매입해 항공기 리스료를 받는다.
메리츠종금의 항공기 투자는 이번이 세번째다. 작년 12월에 항공기 18대를 5억3700만달러(한화 약 6388억원)에 매입한 바 있고, 그에 앞서 지난 2016년 11월에 GE캐피털 에이비에이션 서비스(GECAS)로부터 20대를 9820만달러(한화 약 1조1681억원)에 사들였다. 세 차례에 걸친 매입 규모는 항공기 총 62대, 약 2조 6000억원에 이른다.
이번 거래에 메리츠가 투자한 금액 중 약 30%인 2억540만달러는 직접 투자로, 나머지는 미국에서 자산유동화증권(ABS)을 발행해 조달했다. ABS 금리는 연 3.474~4.335%로, 2012년 이후 항공기 투자 관련 ABS 금리로는 최저 수준이다. 직접 투자액 대부분은 펀드 형식으로 기관투자자에게 재판매(sell-down)하고 약 10%는 자체 보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셀다운에 참여한 기관은 연 7.5%의 확정 수익을 받고 펀드 만기인 7년 6개월이 지나면 만기 전 분할상환된 부분을 제외하고 원금에 더해 항공기 매각 이익 등 남은 이익금의 70%를 분배 받는다.
한 증권사 IB본부 AI팀장은 “부동산도 마찬가지지만 항공기는 셀다운 리스크가 더 크기 때문에 사전에 기관 수요조사(Tapping) 및 매수가격 조정의 정교함이 매우 중요하다”며 “특히 항공기는 리스해갈 수요처 확보까지 완전하지 않으며 바로 미매각 이슈가 발생해 증권사가 이를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딜이 끝났다고 해서 아직 안심할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한편 글로벌 자산에 대한 대체투자를 진행하는 증권사에 대한 우려도 점점 커지고 있다. 부동산이든 항공기든 투자자산이 부실화될 경우 점점 쌓여가는 우발채무가 폭탄이 돼 돌아올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증권사들은 이에 대해 자체 안정장치를 이중 삼중으로 두고, 자산 일부분은 담보로 잡는 등의 노력을 하고 있다며 우려에 손사래를 친다.
한 대형 증권사 기획본부장은 “증권사들은 자체 자금을 태우든 고객의 돈이 투자되든 리스크관리위원회와 투자심의위원회를 거치는 치열한 토론 끝에 투자 집행에 나서고 있다”며 “투자가 한번 잘못되면 회사가 짊어져야 할 유무형의 평판리스크가 엄청난 만큼 무리하게 판을 벌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무리 증권사가 리스크를 지고 투자에 나서는 조직이라 하더라도 최근 늘어나는 우발채무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주요 8개 증권사들의 채무보증 잔액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메리츠종금증권의 경우 지난 6월말 채무보증약정금액 기준 9조6754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말 대비 30%에 해당하는 약 2조원 가량이 늘어났다. 전체 잔액이 2조원대를 보이고 있는 미래에셋대우나 NH투자증권, 3조원대 전후를 보이고 있는 KB증권이나 신한금융투자와 비교할 때 서너배에 달하는 규모다.
한 증권사 대표는 “우발채무증가를 무조건 우려하는 것도 문제가 있지만 담보 등이 있다는 이유로 전혀 문제없다고 주장하는 증권사 주장도 무리가 있다”며 “결국 리스크관리 실력이 곧 증권사의 실력으로 판명날 날이 올 것”이라며 중립적인 의견을 내비쳤다.
장석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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