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사히 "이총리 '지일파'로 정권 2인자이자 문대통령 신뢰 두터운 현정부내 최고"

▲ 아사히신문과 인터뷰하는 이낙연 총리 [홈페이지 캡처]

[일간투데이 배상익 기자] 일왕 즉위식에 이낙연 총리의 방일로 한일 관계에 물고를 트는 계기가 될지를 일본 언론의 관심이 높다.

한일 관계는 한국 대법원이 일제 징용 피해자들에 대한 일본 측 해당 기업의 위자료 배상 의무가 있다는 판결을 확정하면서 경색국면으로 접어들었다.

징용 배상 판결을 둘러싼 양국 정부 간 대립은 결국 외교 영역을 벗어나 경제 및 안보 갈등으로 확산하며 더욱 심화됐다.

작년 10월 대법원판결 이후 문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이 문제를 놓고 지난 6월 주요 20개국(G20) 오사카(大阪) 정상회의와 올 9월의 뉴욕 유엔 총회 등 국제외교 무대에서 접촉해 해결 방안을 논의할 기회가 있었지만 정상회담은 번번이 무산됐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5월 1일 즉위한 나루히토(德仁) 일왕의 즉위를 대내외에 알리는 의식이 오는 22일 열리는 것을 계기로 이 총리가 한국을 대표하는 축하 사절로 방일하게 돼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일본 주요 언론은 이 총리의 이번 방일이 벼랑 끝 국면으로 내몰린 한일 관계를 '화해 모드'로 되돌릴 지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총리와 인터뷰한 아사히신문과 교도통신의 기사 내용을 보면 두 언론사 인터뷰에서 오는 24일 예정된 아베 총리와의 회담 때 문 대통령의 친서를 전달할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 총리는 "나는 대통령과 매주 월요일 정기 회의를 한다"면서 "지난 14일 (문) 대통령이 '친서는 어떨까'라고 물어와 내가 '써주세요'라고 답했다"고 말했다.

이어 "양국 관계 개선을 위한 작은 토대를 만들고 싶다. (이번 방일 중에) 아베 총리를 비롯한 일본 지도자의 생각을 충실하게 듣고 문 대통령과 내 생각을 성실하게 이야기하려고 한다"고 전했다.

이 총리는 "일본이 수출 규제 강화 조치를 철회하면 다시 검토 할 수 있다"며 "대화를 통해 양국이 (일본의 한국 수출규제가 강화된) 7월 이전 상태로 돌아가는 것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상황은 유감이다. 양국은 비공개 대화도 하고 있다. 양국 지도자가 뒤에서 밀면 속도를 낼 수 있다. 도중에 경과가 알려지면 도움이 되지 않으니 유리그릇처럼 조심스럽게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또 "상대가 자신을 싫어하는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 기분 좋게 교류하기는 쉽지 않은 일"이라며 "양국 정부가 관계를 개선해 사회 분위기를 바꾸면 교류를 어렵게 하는 요인이 없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아사히신문은 "한국 총리는 국내에서 대통령을 보좌하는 정권 이인자"라며 "이 총리는 문 대통령의 신뢰가 두터운 현 정부 내 최고의 '지일파'로 정상 외교의 일부를 특례적으로 맡고 있다"고 소개했다.

아사히와 교도는 이 총리가 1990년대 주일 특파원으로 근무한 경위를 상세히 소개하면서 역할에 큰 기대감을 내비쳤다.

아사히는 "여론 조사에서 차기 대통령 후보의 톱으로 꼽히는 이 총리가 1990년부터 약 3년 동안 동아일보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신주쿠(新宿) 아파트에 살았다"면서 "부임 이전에 국회의원 출마를 권유받았지만 일본행을 택했다"고 소개했다.

아사히는 "이 총리가 특파원으로 1990년 11월 치러진 나루히토 현 일왕의 부친인 아키히토(明仁) 전 일왕의 즉위 의식을 취재했다"며 "이번에 한국 총리로 참석하게 돼 인연의 소중함과 깊이를 느낀다"고 이 총리 말을 전했다.

교도통신은 이 총리가 인터뷰에서 "한일 관계 개선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발신했다"며 "문 대통령이 나루히토 일왕 즉위 의식에 '지일파'인 이 총리를 파견해 관계 개선의 발판으로 삼고 싶어 한다"고 진단했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18일 오전 브리핑에서 방일을 앞둔 이 총리의 일본 언론 인터뷰 내용에 대해 "한국 측 움직임에 예단을 갖고 답변하는 것은 삼가겠다"며 "한국 측 요망을 들으면서 (이 총리의) 방일 중 일정을 조정 중"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반복해서 말한 것처럼 한국 측에 현명한 대응을 강하게 요구하면서 다양한 의제에서 우리의 일관된 입장에 근거해 적절히 대응해 나간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면서 "한일 간 대화의 기회를 닫을 생각도 없다"고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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