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금주부터 금리인하…일부 예금 '0%대 금리'로
분양가 상한제 시행 눈앞…쎄지는 정부 규제
채권·금·펀드 등도 마땅치 않아…"정부 돈 물꼬 터줘야"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하.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유수정 기자] "은행에 수수료를 내고 돈을 맡겨야 하는 시대가 오는 건 아닌가요?"

"금리가 사실상 제로에 가까워 지면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게 바보가 될 수도 있지 않나요? 그렇다고 주식이나 펀드는 불안하고 부동산은 정부 규제 때문에 힘들고…."

'제로금리' 시대가 눈앞에 현실로 다가왔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서 1%대에 머물렀던 정기예금 금리가 사실상 '0%대 진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더군다나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년 상반기 한번 더 내릴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일부 예·적금의 경우 사실상 금리가 없어지는 '제로금리'가 될 것이라는 관측마저 제기되고 있다.

이 때문에 올해 6월말 기준 1000조원에 이르는 부동자금이 어디로 흘러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예·적금 금리가 사실상 '0%대 금리'로 떨어지더라도 현재로서는 뚜렷한 대안이 없다.

부동산 시장은 정부의 규제 강화로 진입 문턱이 높아지고 있고 출구전략을 짜기도 마땅치 않은 상황이다.

주식시장을 비롯한 대체상품 시장은 최근 벌어진 펀드 환매 불가 사태 등으로 인해 투자심리가 급속도로 위축돼 있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부동자금이 자연스럽게 실물경제의 상승을 견인할 수 있도록 '돈의 물꼬'를 터주는 것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 은행들 이번주부터 금리인하…사실상 '0%대 금리'

2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국민은행을 비롯한 주요 금융기관들이 이르면 이번주부터 정기예금을 비롯한 주요 상품 금리를 현행 1.5% 내외 수준에서 0.2~0.25%포인트 가량 내린다.

현재 KB국민은행의 'KB국민UP 정기예금', 우리은행의 '우리SUPER주거래 정기예금', KEB하나은행의 'N플러스 정기예금' 금리는 각각 1.5%다.

먼저 국민은행은 이르면 이번주 0.25%포인트 내에서 금리를 조정할 예정이다.

이밖에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 등을 비롯한 거의 대부분 금융기관들이 기준금리 인하 폭만큼 금리 인하를 고려하고 있다.

이들 금융기관들은 지난 7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내렸을 때 대부분 2주 가량의 시차를 두고 예금 금리를 내린 바 있다.

인하 폭은 주력 상품 기준으로 국민·신한은행이 0.25%포인트, 우리·하나은행은 0.30%포인트였다.

이 같은 금융기관들의 종전 움직임을 고려할 때 주요 은행의 정기예금 금리는 1%대 초반까지 떨어질 전망이다. 특히 금리가 1% 초반대로 낮은 일부 정기예금의 경우 이번 금리 조정으로 금리가 0%대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은행권 정기예금 금리는 올해 들어 꾸준히 하락하고 있지만 국내외 금융시장이 불안한 여파로 정기예금으로 돈이 오히려 몰리고 있다.

한국은행의 예금은행 가중평균금리 통계를 보면 신규취급액 기준으로 만기 1년의 정기예금 금리는 올해 들어 꾸준히 전월 대비로 하락했다.

올 1월 2.14%로 전월보다 0.03%포인트 내리기 시작해 4월엔 1.99%로 2%대를 밑돌았고, 8월 현재 1.61%까지 떨어졌다. 7개월 사이 0.53%포인트나 하락했다.

반면 주요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올해 들어 3월을 제외하고는 전월 대비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은 9월에 10.8%로 잠시 주춤했지만 12%대의 높은 수준을 이어 왔다.


◆ '떨어지는 칼날은 피해야'…정부 규제 쎄지는 부동산 시장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규제 문턱을 더욱 높이고 있는 점은 은행권을 이탈한 자금을 포함한 부동자금의 숨통을 더욱 죄고 있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가 국무회의 통과만을 앞두고 시행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부동산 시장으로 자금 이동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국토교통부는 현재 주요 지역의 집값과 분양물량 등을 분석하는 등 상한제 대상 지역 선정에 돌입한 가운데 조만간 기획재정부 등 관계장관 협의와 주거정책심의위원회 등 필요한 절차를 거친 뒤 이르면 다음달 초순께 상한제 대상 지역을 선정, 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상한제 대상지역은 동 단위로 '핀셋 지정'되며 강남권과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을 비롯한 비강남권 가운데 일부가 사정권에 든 것으로 전해진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분양가 상한제 적용 기준을 정한 주택법 시행령 개정안이 17일 차관회의를 통과함에 따라 22일 열리는 국무회의에 상정된다.

정부는 이날 국무회의를 최종 통과하면 대통령 재가를 거쳐 이르면 이달 29∼30일께 관보 게재와 동시에 공포, 시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법은 이날부터 발효되지만 상한제 적용 지역 선정 절차가 남아 있어 공포일에 당장 적용은 불가능하다.

국토부는 관리처분인가 재건축·재개발 단지에 대해 '공포후 6개월'간의 상한제 유예기간을 주며 소급 논란을 피해간 만큼 최대한 상한제 대상 지역 선정을 서두른다는 방침이다.

다만 국토부는 최근 한국감정원에 '마용성' 등지에 대해서도 동별 통계를 산출해 과열 우려가 있는지 조사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남 외 추가로 상한제 적용이 필요한 곳이 있는지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최근 7∼9월 석 달 간 서울 아파트값이 0.40% 오른 가운데 마포구가 0.66%, 성동구 0.57%, 용산구가 0.44% 뛰는 등 비강남권 인기지역도 강남 4구(평균 0.53%) 못지않게 가격이 뛰었다.

국토부는 최근 1년간 분양가 상승률이 높거나 8·2대책 이후에도 집값 상승을 선도한 지역중 '일반분양 예정 물량이 많거나, 분양가 관리 회피를 위한 후분양 단지가 확인되는 지역을 지정할 것'이라는 예시를 들었다.

집값은 기본이고 새로 나올 일반분양가가 집값을 자극할 만한 곳은 상한제 대상 지역으로 선정될 공산이 크다.

이 기준으로 볼 때 강남4구와 '마용성' 등 서울지역 외에 최근 재건축이 활발한 과천도 사정권이다. 과천은 최근 과천 주공1단지가 HUG 규제를 피하기 위해 후분양을 선택, 3.3㎡당 4000만원 육박하는 주변 시세로 분앙하면서 과천 아파트값 상승을 견인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과천 아파트값은 감정원 조사 기준으로 7∼9월 석달 동안 4.53%나 급등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서울은 당장 상한제 대상이 아니더라도 언제 상한제 지역이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이 있지만 일단 상한제 지역에서 제외되면 안도감에 집값, 재개발 지분 가격이 급등할 가능성이 크다"며 "공급 축소에 대한 우려로 핀셋 지정을 공언한 정부의 입장에서 적용 범위를 놓고 고민이 클 것"이라고 말했다.

◆ 부동자금 1000조원 어디로 갈까

문제는 낮은 금리로 인해 은행권에서 이탈한 자금을 비롯한 부동자금이 어떻게 움직일까 하는 점이다. 현재의 금리 수준이 '바닥'이 아니라는 인식이 더욱 이들 자금의 움직임을 부추기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이들 부동자금의 규모는 올해 6월 말 989조6795억원으로 어림잡아 1000조원에 이른다. 이들 부동자금은 현금(현금성 자산)으로 보유하려 하기보다는, 투자처를 기다리는 자금으로 볼 수 있다.

통상적으로 현금·요구불예금·수시입출식예금·머니마켓펀드(MMF)·종합자산관리계좌(CMA) 등을 부동자금으로 분류한다.

조용준 하나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투자자로서는 '저금리 극복형' 상품을 찾아야 하는 처지가 됐다"라며 "저금리 때는 3∼5% 배당수익률이 나오는 우량주, 어느 정도 임대수익률이 확보된 배당형 리츠, 국채 관련 상품들이 대안으로 주목된다"고 말했다.

이들 상품은 아주 높은 수익률은 아니지만, 예·적금과 비교하면 투자자의 '갈증'을 달랠만하다는 평가다. 실제로 6% 수익률을 제시한 롯데리츠의 지난 8∼11일 일반인 공모에 4조8000억원이 몰려 약 6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그러나 최근의 '리츠 열풍'에 대해 전문가들은 리츠도 결국 상업용 부동산을 바탕으로 하기 때문에 경기가 좋아야 하는데, 세계 경기가 둔화하는 상황에서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며 경계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채권 투자 역시 금리가 계속 내릴 때는 급등한 측면이 있었지만, 8월 이후로는 수익률이 저조해 마이너스도 나오고 있기 때문에 목돈을 집어넣기 쉽지 않은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금이나 원자재도 수익률이 매력적인 상품으로 꼽히지만 단기 급등한 데다 변동성이 크다는 점도 부담 요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1월 g당 4만6000원이던 순금(99.99%) 현물가격은 8월에 약 6만원까지 올랐다가 최근 5만6000원으로 하락했다.

일부에서는 주가연계증권(ELS) 중 은행 창구에서 판매하는 특정금전신탁(ELT)에 투자하거나, 공시이율을 적용받으면서 절세효과도 노릴 수 있는 즉시연금 등 보험상품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고 적했다.

다만 최근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펀드(DLF)의 대규모 손실 사태와 라임자산운용의 펀드 환매중단 사태, 홍콩H지수(HSCEI) 연계 ELS·ELT의 손실 등으로 지수파생상품과 사모펀드에 대한 투자심리가 위축돼 있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이들 부동자금이 '불패신화'가 아직 깨지지 않은 서울 강남권 주택시장으로 흘러 들어가 모처럼 진정 기미를 보이고 있는 부동산 시장을 흔들 것이라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하로 인한 부동자금의 움직임이 실물경제에 악영향을 끼치지 않도록 정부가 돈이 흐르는 물꼬를 터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규제 일변도로 가다보면 일부 자금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들어 투기적인 상황이 벌어질 수도 있다"며 정부의 대책마련을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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