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기술 개발 위해 대규모 데이터 확보 필요…개인정보법 개정해야"
"안전한 인공지능 확보 위한 법 제·개정시 사회적 합의·국제 동향 따라야"

▲ 한국정보법학회와 강원대 비교법학연구소, 스펙트럼포럼은 19일 강원도 춘천 강원대 법학도서관에서 '5G와 인공지능 시대의 법·정책'이라는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대규모 데이터를 필요로 하는 인공지능(AI) 기술 발전을 위해 개인정보보호법 등 개인정보 관련 법·규제를 정비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기존 '동의' 기반 기준에서 목적성, 필요성, 이익형량 등 정당한 이익평가 기준으로 바꿔 인공지능 기술 개발과 개인정보보호의 균형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한국정보법학회와 강원대 비교법학연구소, 스펙트럼포럼은 19일 강원도 춘천 강원대 법학도서관에서 '5G와 인공지능 시대의 법·정책'이라는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김도엽 법무법인 태평양 변호사는 '인공지능(AI)과 개인정보보호 이슈'라는 발제를 통해 "인공지능은 최근 사물인터넷(IoT), 각종 인터넷 서비스의 확대로 대용량의 데이터가 확보되고 급격히 향상된 컴퓨터 연산능력을 통해 머신러닝(기계학습)이 이뤄지면서 그 기능이 크게 개선돼 또 다시 각광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인공지능, 정치·취직·구매 등 일상 깊이 파고 들어

김 변호사는 "영국에서는 페이스북을 비롯한 소셜 미디어에 나타난 개인 정보를 바탕으로 이용자에게 관심 있는 정보를 집중 제공함으로써 정치성향의 유지 또는 변화를 유도하는 '마이크로 타게팅'(Micro Targetting), AI 메커니즘을 이용해 자기소개서를 보고서 구직 지원자가 조직에 필요한 인재인지 밝히는 '스마트 리쿠리팅'(Smart Recruiting), 소비자가 설치하는 앱과 검색어 등의 정보를 활용해 소비자에게 맞춤형 광고를 제공하는 '타겟 마케팅'(Target Marketting) 등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고 소개했다.

김 변호사는 "현행법상 개인정보는 '필요한 목적의 범위 안에서 최소한 수집'해야 한다"며 "또 일정한 보유기간이 지나거나 정보 수집과 처리의 목적이 달성돼 더 이상 개인 정보가 필요하지 않게 된 경우에는 파기해야 한다"고 현행 정보법체계를 설명했다.

반면 "인공지능은 정보주체가 최초에 동의한 '필요한 목적의 범위 밖에서 최대한 수집'해야 할 유인이 커졌다"며 "이는 데이터 보관비용이 하락하는 가운데 머신러닝·딥러닝(심층학습)·알고리즘 등 각종 대용량 데이터 분석기술이 발전하면서 서로 관계없어 보이는 데이터가 연결돼 추론을 통해 새로운 가치가 창출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한국정보법학회와 강원대 비교법학연구소, 스펙트럼포럼은 19일 강원도 춘천 강원대 법학도서관에서 '5G와 인공지능 시대의 법·정책'이라는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허왕 법무법인 윈스 변호사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이욱신 기자


◇정보법, '최소·목적 내 보유' VS 인공지능, '최대·목적 외 보유' 유인 커

김 변호사는 "현재의 법체계는 이용자가 자신이 제공하는 정보의 처리에 대한 고지사항을 제대로 읽지 않고 형식적인 동의를 하도록 강제화하는 경향이 있다"며 "현재 '동의 위주'의 개인정보 처리 근거가 과연 정보주체의 권리(통제권, 선택권)를 보장하는지 논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어 "목적 테스트(Purpose Test), 필요성 테스트(Necessity Test), 이익형량 테스트(Balancing Test)를 내용으로 하는 3단계의 '정당한 이익 평가'(LIA·Legitimate Interest Assessment)를 통해 동의 이외의 개인정보 처리의 근거 및 책임성을 확보하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며 "그렇게 함으로써 AI기술의 개발과 정보주체의 권리 보장 사이 조화와 균형이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변호사는 "국회 입법 계류 중인 '개인정보보호법 전면개정안'(인재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제15조에서 '당초 수집목적과 합리적으로 관련된 범위 내에서 정보주체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를 이용, 제공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며 "하지만 우리 대법원은 과거 판례에서 이에 대해 좁게 해석한 만큼 '합리적으로 관련된 범위'의 해석 방안 및 기술적 보호조치 도입 등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개인정보보호법, AI기술 발전 맞춰 규정 및 해석 변경해야

또 "'프로파일링'(Profiling·알고리즘을 통해 어떤 개인의 행동적 특성과 정보 등을 분류하고 분석함으로써 특정 상황이나 영역에서의 행동을 예측·권고하는 행위)과 관련해 '신용정보법 개정안'(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안)은 '신용정보주체가 금융회사 등에게 자동화평가(프로파일링) 실시 여부 및 자동화평가의 결과 및 주요 기준, 기초 자료 등의 설명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고, 자동화평가 결과의 산출에 유리하다고 판단되는 정보의 제출 또는 기초정보의 정정·삭제, 자동화평가 결과의 재산출을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규정했다"며 "개인정보보호법 등에도 정보주체에 대한 고지 여부, 수정·삭제·반대권 등 권리보장 여부, 별도 규정 필요 여부, 개인정보영향평가 도입 여부 등 프로파일링제도와 관련된 '디폴트'(Default·기본값)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지 논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송도영 법무법인 비트 변호사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이전에라도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개인정보보호 이슈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많은 기업들이 시도했다"며 "하지만 행정안전부나 방송통신위원회는 규제 샌드박스는 신기술에 대해 인·허가상 편의를 제공하는 것이고 개인정보보호 이슈는 '동의'를 받으면 해결된다는 입장"이라고 정부 규제 현실을 소개했다.


이어 "골다공증을 연구하기 위한 자료를 우리나라는 개인 정보보호 문제 때문에 활용할 수 없어서 중국에서 사 온다. 중국은 4000만건으로 양적으로 많지만 우리나라는 2000건 정도여도 대학 병원에서 교수들이 분석해 놓은 자료이기 때문에 양질의 정보"라며 "앞으로 AI를 활용한 대용량 데이터 분석 기술이 더욱 발전하면 중국이 조악한 질의 자료만으로도 좋은 정보를 뽑을 수 있다. 지금 개인정보법 개정을 서두르지 않는다면 향후 기술 개발 경쟁에서 우리가 뒤쳐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인정보보호 관련 규정 개정 안 하면 AI 기술 경쟁 뒤쳐질 수 있어

허왕 법무법인 윈스 변호사는 'AI와 법률가의 미래'라는 주제로 AI시대 법률가의 생존 방안에 대해 발표했다. 허 변호사는 "최근 리걸AI '알파로'와 법률 분석대결을 펼친 행사에 참여했는데 예상한대로 인간팀이 패배했다"며 "하지만 이 리걸AI는 '강인공지능'의 지배를 받아 방대한 데이터를 빠른 시간에 처리하는 단순 작업을 하는 '약인공지능'에 불과할 뿐"이라고 말했다.

이어 "AI시대 법률가는 약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른 단순노동의 감소로 인해 형이상학적인 부문에 대한 순수한 발전에 더 관심을 쏟으면서 약인공지능을 지배하는 강인공지능으로 업무 프레임이 변화될 것"이라며 "이러한 약인공지능 도구를 가진 자와 가지지 못한 자의 격차는 크게 벌어지고 그 도구를 독점한 자는 막대한 부를 축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허 변호사도 "약인공지능인 리걸AI도 강인공지능에 못 미치더라도 법률문서의 초안을 작성해 강인공지능인 법률가에게 제출하는 수준에 이를 수 있다"며 "그렇게 법률가가 법적 과정의 마지막 단계에서 가치판단의 작업만 보완하는 정도에 이른다면 법조인 자체가 많이 필요없게 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는 점점 증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국정보법학회와 강원대 비교법학연구소, 스펙트럼포럼은 19일 강원도 춘천 강원대 법학도서관에서 '5G와 인공지능 시대의 법·정책'이라는 주제로 공동학술대회를 개최했다. 행사 참가자들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이욱신 기자


◇법률가, 강인공지능 활동 집중…약인공지능, 단순 반복 업무 전담

김도승 목포대 법학과 교수 사회로 진행된 토론에서 김혜영 쏘카 변호사는 "민·형사 소송에서 인공지능에 단순 반복적인 업무를 맡기면 효율성이 증진될 것"이라며 "또 인공지능은 인간이 가진 편견, 감정적 충동이 배제되기 때문에 구체적 사건의 재판에서 오히려 타당성 있는 판결이 나올 수 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어 "과거 국회 보좌관으로서 종합부동산세 개정 법안을 발의하면서 각종 부동산 가격, 역대 정부의 세율, 세수 등의 관련 데이터를 정리하는 데 많은 공력을 투입했다. 앞으로 인공지능이 이런 부분에도 활용된다면 입법의 효율성도 크게 증진될 것"이라며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모빌리티 관련해서도 인공지능 프로그램상으로는 최적의 교통흐름과 차량 배치가 도출된다. 하지만 기존 이해관계자들을 설득해 새로운 산업의 연착륙을 유도하는 데는 인공지능으로 부족하다. 이러한 때에 법률가들이 공론화위원회 등 사회적 대화기구에서 이해관계자간의 갈등을 조정함으로써 새로운 산업 전환이 가능하도록 하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공지능 통해 민·형사 소송, 입법 효율성 ↑…법률가, 사회갈등 해소 주력

오민재 대검찰청 검찰연구관은 "우리나라 리걸 테크에서 민간 영역 발전이 더딘 이유는 사법정보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라며 "정부와 공공기관이 관련 정보 제공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챗봇 형태로 고소사건에서 민·형사 사건 여부를 분류하고 수집된 이미지 파일, 카톡 대화내용 등을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증거가치가 있는지 없는지 파악해서 제공한다면 검사 업무의 효율성이 크게 증진될 것"이라며 "또 수사 영상녹화자료를 인공지능을 통해 필요한 쟁점별로 자동적으로 조서화한 경우 그 자료를 어떻게 구체적으로 활용할 것인지도 고민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공지능 안전성 확보 법률 제·개정 신중해야…사회적 대화기구·국제 동향 참고해야

신용우 국회 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변호사)은 인공지능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입법 방향에 대해 논했다. 신 조사관은 "우리나라는 2016년 이세돌-알파고 대국을 계기로 안전한 인공지능 기술 개발 및 활용을 위한 윤리 가이드라인 및 헌장을 선제적으로 제시했다"며 "하지만 안전성이 중요한 분야에 인공지능 기술이 아직 널리 사용되지 않고 있다는 점, 안전 확보를 위한 규제가 자칫 인공지능 기술 발전의 장애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 인공지능 자체가 진화하는 기술이어서 명확한 규제가 어렵다는 점을 감안해 인공지능 안전성 확보를 위한 법률 제·개정에 신중을 기할 것"을 권고했다.

이어 "국회, 정부, 학계, 기업, 시민단체 등 다양한 분야의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하는 사회적 대화기구를 만들어 어느 분야에서 어느 수준의 안전이 확보돼야 하는지 사회적 논의가 시작돼야 한다"며 "아울러 주요 국가 및 국제기구에서 인공지능 안전성 및 윤리에 관한 연구가 활발하고 표준화·인증프로그램까지 추진되고 있으므로 이에 대한 동향 파악 및 적극적인 참여도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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