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데상트 본사에 지급한 배당금과 로열티 800여억원에 달해
휠라 급성장 비결…'온라인 비즈니스 강화' 등 전략 전면 수정

▲ 데상트코리아 제품(사진 왼쪽)과 휠라코리아 제품. 사진=각 업체

[일간투데이 송호길 기자] 매출의 절반 이상을 한국 시장에 의존하는 일본 스포츠 브랜드 데상트가 일본 제조·직매형 의류(SPA) 브랜드 유니클로에 이어 일본 불매운동에 따른 직격탄을 맞았다.

스키복을 시작으로 유럽 국가대표 팀복을 후원하며 국내 입지를 다져온 데상트는 최근 일본 제품 불매 리스트에 오르면서 올해 7월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30% 가량 떨어졌다.

일본기업 매장 방문 고객의 발길이 끊겼다는 보도가 연신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불매운동이 장기적으로 지속될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데상트코리아는 한국에서 내년 매출과 영업이익 성장을 장담할 수 없게 돼 마이너스 성장세로 돌아설 수 있다는 가능성도 나온다.

반면 데상트코리아의 경쟁상대로 꼽히는 휠라코리아는 한국기업으로 알려지면서 재조명받고 있다. 휠라코리아는 한국의 대중문화를 세계에 알리는 세계 최고 아이돌그룹 방탄소년단을 모델로 선정하는 등 세계적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한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일간투데이'는 'YES코리아, NO재팬' 시리즈의 일환으로 데상트코리아를 대체할 수 있는 휠라코리아를 집중 조명한다.


■ 데상트코리아, 日지분 100% 스포츠 브랜드 기업

데상트는 프랑스어로 '활강'이라는 뜻으로 소비자들 사이에서 프랑스 기업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1935년 일본 다케오 이시모토가 '이시모토 쇼텐'이라는 남성 전문 소매점을 설립한 것이 이 회사의 시초다.

데상트코리아의 주식은 일본 주식회사 데상트가 100%를 보유하고 있다. 데상트코리아는 올해 3월 기준 총 929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데상트코리아는 2000년 국내 시장에 진출했으며 스키복 라인과 아웃도어, 골프의류 인기 상승 등으로 한국 진출 5년 만에 일본 매출을 넘어섰다. 또 최근 10년간 연평균 두 자릿수 이상의 성장을 이뤄냈으며 16년 연속 매출 성장을 거둬 매출 1조원 시대 개막을 앞두고 있다.

일본 데상트는 1990년대부터 영국 스포츠 브랜드인 '엄브로(Umbro)'와 프랑스 스포츠 브랜드인 '르꼬끄 스포르티브(Le Coq Sportif)'를 상표권자로 판매하고 있다. 또 일본 데상트는 시세이스트(Shiseist), 아레나(Arena), 일본마모트(Marmot), 스릭슨(Srixon) 등 16개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다.

한국법인 데상트코리아도 엄브로와 르꼬끄 2개의 업체와 함께 미국의 골프웨어 브랜드 '먼싱웨어(Munsingwear)', 호주의 스포츠 브랜드 '스킨스(SKINS)'를 론칭하며 국내 스포츠 브랜드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웠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데상트코리아의 매출은 지난 2002년 207억원에서 2005년 625억원, 2010년 1983억원, 2015년 6490억원에 이어 지난해 말 7270억원까지 성장했다. 이처럼 데상트가 국내에서 큰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데는 스키복 라인에 이어 골프웨어, 롱패딩 등에서 큰 흥행을 거둘 수 있었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2015년에는 한국 매출이 일본을 앞섰다. 일본 현지 보도에 따르면 현재 데상트 그룹의 매출 절반 이상은 한국에서 나오고 영업이익의 대부분도 한국에서 벌어들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일본이 '수출심사 우대국가', 이른바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면서 국민적 분노가 일본 기업인 데상트로 쏠리고 있어 전망이 밝지 않다. 당장 데상트코리아의 17년 연속 성장에 빨간불이 켜졌다.

패션업계에 따르면 데상트의 매출은 지난해 7월 기준 같은 기간 대비 30%가 감소했고, 전월인 6월이 비해 26%나 줄었다.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장기화하다 보니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해 롱패딩 등 겨울용 아우터에 대한 판촉 활동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문제는 데상트코리아의 성장세는 점차 둔화되고 있음에도 일본 데상트에 지급하는 배당금은 해마다 늘고 있어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매출 신장률은 0.2%로 가까스로 성장세를 지켰지만, 올해 일본 제품 보이콧으로 매출 타격이 불가피하면서 마이너스 성장세로 전환할 것으로 전망된다.

매출은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영업이익의 경우 4년 연속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데상트코리아 영업이익은 2015년 842억원을 기점으로 ▲2016년 725억원 ▲2017년 700억원 ▲2018년 679억원으로 줄어왔다.

그런데도 일본 데상트에 지급하는 배당금 규모는 늘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데상트코리아는 2005년 3억원(배당률 10%) 배당을 시작으로 2007년 3억원, 2014년 63억원, 2015년 161억원을 일본 본사에 지급했다.

영업이익이 감소한 2016년 이후에도 배당 성향을 높이며 배당금 규모를 늘렸다. 2016년 134억원을 배당했으며, 2017년 157억원, 2018년에는 250억원(배당률 278%)을 배당했다.

데상트코리아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일본에 상표 로열티로 지급한 금액도 30억원으로 현재까지 데상트코리아가 일본 본사에 지급한 배당금과 로열티만 총 800여억원에 달한다.

후원사의 발길도 돌리고 있다. 그간 데상트 유니폼을 입던 바둑 국가대표팀은 지난달 유니폼 착용 중단을 결정하고 국내 스포츠 의류 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일본 데상트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으로 인한 타격을 호소하기도 했다. 오제키 슈이치 데상트 사장은 지난 8월 일본 오사카에서 가진 3개년 중기경영전략 설명회에서 "한국의 불매운동으로 인해 영향이 있어 향후 실적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다만 구체적인 실적에 대해서는 발표하지 않았다.

일본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데상트의 지난해 총 매출 1424억엔 중 한국 매출액은 722억엔으로 절반을 차지한다. 하지만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 이후 촉발된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운동의 대표적인 타깃이 되면서 어려움을 공식적으로 토로한 것이다.

데상트는 한국에서의 실적 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중국으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오제키 사장은 "현재 매출 규모는 한국, 일본, 중국 순이지만, 그 반대가 돼야 한다"며 "3년 내 중국 매출을 2배 이상 늘리겠다"고 했다. 한국 매출 목표는 동결했다.


■ 부활 신호탄 쏜 휠라, BTS과 함께 세계로

휠라는 1991년 국내에 첫선을 보였다. 휠라코리아는 설립 10년 만에 매출 규모가 14배 넘게 성장하며 승승장구한 반면 휠라 본사는 유럽 시장 부진 등으로 경영난을 겪게 됐다.

이에 휠라코리아는 2007년 글로벌 브랜드 사업권을 인수하며 휠라가 한국 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하지만 휠라코리아는 국내 시장에서 나이키와 아디다스에 밀려 2010년 530억원대에 달하던 영업이익이 5년 만에 적자로 돌아서는 아픔을 겪기도 했다.

휠라는 2017년부터 회사 특유의 '올드함'을 전면에 내세우며 부활 신호탄을 쐈다. 휠라는 2013년 7361억원, 2014년 7975억원, 2015년 8157억원, 2016년 9671억원 수준에 머무르던 매출을 브랜드 개편을 통해 2017년 2조5303억원까지 급성장했다. 영업이익도 2016년 118억원에서 2017년 2175억원으로 무려 1743%나 급증했다.

신규 비즈니스 모델 구축, 제품과 가격 혁신, 유통망 재정비 등 브랜드 리뉴얼을 통한 결과가 성공적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지금의 휠라를 만든 것은 다름 아닌 '어글리슈즈'다. 복고를 뜻하는 '레트로 열풍'을 타고 1997년 선보인바 있던 '디스럽터'를 20년 만에 재출시하며 출시 1년 반 만에 국내 180만 켤레, 해외 820만 켤레의 판매고를 올렸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연이은 히트작을 내놓으면서 실적 상승을 주도할 수 있었던 것은 소싱과 유통 전략을 전면 수정한 것이 주효했다"며 "글로벌 브랜드 가치를 높이기 위한 마케팅에도 적극적으로 나섰기 때문"이라고 자평했다.

지난 2016년 10월 전 세계 휠라 자회사 및 파트너사 경영진이 모인 정례 회의 GCM에서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은 '원 월드 원 휠라'를 모토로 글로벌 공통 커뮤니케이션 강화를 강조했다. 이에 휠라는 100년 이상 된 브랜드 유산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재해석하고 한국과 미국, 이탈리아를 중심으로 전 세계 공통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온라인 비즈니스도 강화한 것도 성장 동력으로 꼽힌다. 2016년 공식 온라인몰 사이트 리뉴얼을 단행했고 온라인 단독제품들을 잇달아 선보이며 완판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온라인에서 더 파격적이고 트렌드에 민감한 제품을 소량으로 빠르게 생산, 출시해 '1020 세대'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결과 2017년 휠라 온라인몰 매출은 전년 대비 10배에 가까운 성장을 보였으며 2018년도 전년 대비 3배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집계됐다.

문화 분야에서 먼저 시작된 복고 트렌드를 감지해 빠르게 시장에 대응하는가 하면 브랜드 고유의 정통성을 강조하며 현대적 감성을 덧입혀 다양한 아이템을 선보이기도 했다. 특히 글로벌 브랜드인 만큼 국내 뿐 아니라 국내외 협업도 병행했다.

지난 7월 말에는 글로벌 쇼핑 메카 명동 한복판에 휠라 대표 매장인 '휠라 서울점'이 문을 열었다. 기존 명동 골목 안쪽에 자리하고 있던 휠라 명동점을 확대 이전했다. 2007년까지 운영했던 명동 직영점 폐점 이후 12년 만에 명동 중앙로에 재입성한 것이다. 국내외 소비자에게 브랜드 이용 편의를 높여 제공하고 스포츠 격전지라 불리는 명동 중앙로 내 스포츠 상권 활성화에도 힘을 싣게 돼 주목받았다.

국내외 셀럽들이 휠라 브랜드를 착용하고 공식 석상에 등장하거나 휠라 브랜드에 대한 애정을 표현하는 모습들이 속속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국내외에 공유되면서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는 더욱 높아져 갔다.

특히 이달 초부터 글로벌 아티스트 방탄소년단(BTS)을 글로벌 모델로 선정해 내년부터 브랜드 광고 이미지 공개를 시작으로 전 세계 소비자와 특별한 소통을 이어갈 예정이다.

휠라 측은 방탄소년단의 긍정적인 마인드와 진정 어린 소통 노력이 브랜드의 지향점과 궤를 같이하며 이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브랜드 이미지와 부합해 글로벌 모델로 선정하게 됐다고 배경을 밝혔다.

휠라코리아 관계자는 "소비자에게 합리적인 가격대의 제품을 제공할 수 있도록 소싱을 중심으로 비즈니스의 근간이 되는 새로운 모델을 구축하는 것에 집중했다"며 "앞으로도 고객들의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품질 좋고 트렌디한 제품을 합리적인 가격대에 지속적으로 출시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휠라는 브랜드 리뉴얼과 함께 코트디럭스, 디스럽터2 등 신규 베스트셀러의 탄생과 1020 세대와의 커뮤니케이션 등 독특한 행보를 거쳐 한층 젊고 스타일리시한 모습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단순히 돌고 도는 유행을 넘어 기본기에서 출발한 독창적인 비즈니스 모델 구축으로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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