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언론의 기능과 역할의 비중이 입법부, 사법부, 행정부와 견줄만한 위치에 있어 '제4부'라고 지칭했던 말도 이젠 내줄 판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인 페이스북 창업자인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은 표현의 자유 수호할 것"이라고 밝히고 "SNS는 이제 신흥 권력으로 부상했다"고 진단했다.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가 지난 17일 미 워싱턴DC 조지타운대에서 '표현의 자유에 관한 대화'란 연설에서 "자신을 스스로 표현할 권한을 가진 대규모의 사람들은 이 세상의 새로운 종류의 권력"이라며 "사회의 다른 권력 구조와 나란히 있는 '제5계급'(a Fifth Estate)"이라고 진단했다. 제5계급이란 언론을 통상 제4계급으로 지칭해온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류 언론이 다루지 않는 소수자의 입장을 대변하는 블로그나 소셜미디어 등을 지칭한 것이다. 페이스북 계정에 가입한 이용자들을 제5계급으로 새로운 종류의 권력 집단으로 봤다.

제4계급이란 지난 1837년 매콜리 경이 영국 의회의 기자석을 가리키며 '신문은 전제적 성향을 나타내는 정치에 대한 하나의 위협이어야 한다'고 한 것에서 유래된 용어였지만 이제 이를 대체하는 신흥 권력으로 SNS가 등장한 셈이다.

그러면서 내년 미국 대선을 앞두고 페이스북에 정치 광고도 허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 2004년 2월 4일 19세의 나이로 대학 내 학생 간 프로필과 사진을 사전에 알아볼 수 있는 네트워크로 페이스북을 출범시킨 이후 15년 만에 미국에서 가장 성공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ocial Network Service, SNS; 웹상에서 이용자들이 인맥을 형성할 수 있게 해주는 서비스) 웹사이트 중 하나로 성장한 만큼 그의 발언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세계 모든 사람을 연결하겠다’라는 목표를 지닌 페이스북 자체 통계에 따르면 가입자의 70%는 미국이 아닌 다른 국가에 거주하는 사람들로, 2016년 기준 가입자 수가 15억여명에 이르고 있다. 뉴욕 주식시장에도 상장돼 시가총액 5위 내에 들 만큼 세계 곳곳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최근 논란이 된 정치 광고와 관련해 "정치 광고를 둘러싼 민감성을 고려해 이를 모두 페이스북에서 금지해야 하는지 고민했지만 정치 광고는 특히 언론이 다루지 않을 수 있는 지역 후보나 전도유망한 도전자, 권리 옹호 단체 등에 목소리의 중요한 부분이 될 수 있다"라면서 이에 따라 정치 광고를 금지하지 않기로 선택했다고 밝혔다.

저커버그는 "오늘날 모든 (정치적) 스펙트럼에 걸쳐 더 많은 사람이 자신이 원하는 정치적 결과를 얻는 것을 모든 사람이 목소리를 내도록 보장하는 것보다 더 우선시하는 것 같다"라고 우려했다.

페이스북은 지난달 정치인의 포스트에 대해 설령 콘텐츠 규정을 위반했더라도 팩트 체크(사실관계 확인)를 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정치인의 논평은 거짓이라 해도 뉴스 가치가 있고, 이를 듣고 토론하는 것이 대중에게 이익이 된다는 이유에서다.

전 세계 SNS의 방향을 선도해온 페이스북의 이 같은 입장은 우리나라를 포함한 각국의 SNS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초연결 시대의 새로운 권력집단화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미국 내 가짜 뉴스와 증오 발언, 폭력적 콘텐츠의 증폭자라고 비난받아온 페이스북이 표현의 자유를 강조한 점으로 미뤄 볼때 향후 미칠 파장도 주목된다.

기존 미디어의 정보유통이 왜곡돼 소수의 의견이 묻히는 것을 SNS가 살려내고 이용자들 간의 정보교류가 여론을 주도하는 새로운 권력 집단으로 부상했다는 점에서는 평가받을 만하다.

하지만 특정인을 향한 집단 악성 댓글과 거짓 정보를 가공한 가짜 뉴스 등을 고려할 때 집단화화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특정인에 대한 악의적 소문을 증폭시켜 자살에 이르게 한 점이나 아니면 말고 식의 정치공세는 특정인에게 천형과도 같은 강력한 파괴력을 미친다는 점에서 통제되지 않은 SNS 권력화에 따른 새로운 과제도 동시에 던지고 있다.

네이버 블로그, 카카오톡, 유튜브, 트위터, 위챗 등 나라별로 다양한 형태의 SNS로 갖가지 정보유통이 매우 빠르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그 파급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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