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기사 등 폭언 녹취 공개돼 '파장'…"업계 대표 입장에서 처신 부적절"

▲ 금융투자협회 권용원 협회장(제공=금융투자협회)

[일간투데이 장석진 기자] 금융투자업계 신사로 알려진 권용원 금융투자협회장이 폭언과 갑질 논란에 휘말려 곤경에 처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권회장은 지난해 2월 한국금융투자협회 회장으로 취임한 이후 부하직원과 본인의 운전기사 등에게 수시로 폭언을 해온 것으로 알려져 안팎으로 당혹감을 안겨주고 있다.

한 방송매체가 입수해 보도한 녹취영상과 녹취록에 따르면, 권회장이 자신의 운전 기사에게 “오늘 새벽 3시까지 술 먹으니까 각오하고 와요”라고 말한다. 이에 운전기사가 오늘 애 생일이라고 말하자 “미리 이야기를 해야지 바보같이, 그러니까 당신이 인정을 못 받잖아” 라며 타박을 한다. 또 협회 홍보담당 직원에게는 “잘못되면 죽여 패버려, 애들이 패는 방법을 선배들이 안 가르쳐줬단 말이야…. 니가 기자애들 쥐어 패버려"라며 윽박지르는 목소리도 등장한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금융투자협회는 발칵 뒤집혔다.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기자들의 문의가 끊이질 않아 통화가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다. 협회측은 “권회장이 남미 출장을 갔다가 18일 귀국한 상황”이라며 “추후 입장을 공개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았으나 현재 주말까지도 공식 입장 표명은 없는 상태다.

이번 녹취록 공개 사태를 두고 일각에서는 권회장과 금융투자협회 노조가 겪고 있는 내부 갈등을 노조위원장이 악용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반대로 노조 위원장 측은 이런 의혹제기 자체가 노조를 와해시키려는 의혹이라고 맞받아쳤다. 노조 내부에서도 권회장 지지 세력과 반대 세력이 갈려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보인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의도가 있었든 아니든 녹음파일 육성이 너무 선명해 이것이 사실과 다르다는 반대 입증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공기관 수장으로서 권회장이 책임을 피하기는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61년생인 권용원 회장은 서울대 전자공학과 학사와 석사를 거쳐 MIT에서 기술경영학 석사를 마쳤다. 기술고시 21회로 산자부 과장을 거쳐 제15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몸담았다 2000년 키움증권의 모기업인 다우기술 부사장에 올랐다. 이후 계열사 주요 요직을 거쳐 2009년부터 작년까지 10년간 키움증권 대표이사를 역임 후 금융투자협회장에 취임했다.

권회장이 몸담았던 키움증권 한 관계자는 “회장님께서 약주를 좋아하시는 것은 지인들 사이에서는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직급이 낮은 직원들과 계실 때는 실수하지 않으려 노력하셨다”며 “본인이 살아온 이력이 말해주듯 서울대와 고시출신의 엘리트관료이자 경쟁이 치열한 금융투자업계에서 오늘날의 키움을 성장시킨 장본인이다 보니 과도한 스트레스를 술로 푸시려 한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번 논란이 불거지자 공무원 출신인 권회장의 이력을 들어 협회장 자리에 낙하산으로 온 것 아니냐는 의혹도 있다. 금융투자협회 관계자는 “협회장 선출이 어떻게 되는지 잘 모르는 분들의 억측”이라며 “금융투자협회장은 증권사, 자산운용사, 신탁회사, 선물회사 등 수백개 회사의 CEO들이 투표로 공정하게 선발하는 자리”라며 “권회장님의 공직 이력과 민간기업에서의 업적, 금융투자업에 대한 깊은 이해 등이 회원사 대표들에게 좋은 점수를 얻었고 취임 이후도 그에 걸맞은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며 선을 그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금융투자협회 설립 목적은 회원 상호간의 업무질서 유지 및 공정한 거래 확립으로 투자자 보호 및 금융투자업의 건전한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라며 “업무 능력이 좋은 것도 중요하지만 업계를 대표하는 어른인 만큼 처신이 바르지 못했던 것이 너무 아쉽다”고 씁쓸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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