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영향으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이 애초 기대치보다 0.4%포인트 하락하는 등 미중 갈등은 당사국인 중국 뿐만 아니라 주변국인 한국과 일본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 18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에서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미·중 무역전쟁으로 한국의 경제성장률이 0.4% 포인트 하락했다고 밝혔다. 이중 미·중 간 관세부과 등으로 한국의 수출이 감소한 것을 따진 무역 경로를 통한 하락 효과가 0.2%포인트, 불확실성이 짙어지면서 투자와 소비 등 경제활동이 둔화한 데 따른 영향이 0.2%포인트로 각각 추정됐다.

국제통화기금(IMF)도 이미 미·중 무역분쟁으로 중국의 성장률이 1.0%포인트, 미국은 0.3%포인트, 유로 지역은 0.2%포인트 내릴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 비중이 높아 타격을 많이 받은 데다 한일 간 소재부품을 둘러싼 무역갈등까지 겹치면서 수출 감소 폭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주력 수출 선도품목인 반도체 경기가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와 장비 규제로 중국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그 파편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중국의 경우 우리나라 대외 수출의 34% 규모를 차지하고 있어 중국의 변수에 민감하지 않을 수 없다.

중국도 지난 3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6.0%로 지난 1992년 분기 GDP 발표 이후 최저로 시장의 기대치에 미치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6.1~6.2% 사이로 전망했지만 0.1~0.2% 포인트 더 낮았기 때문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2019년은 10년 주기 투자 사이클과 3~4년 주기의 재고 사이클이 충돌하는 형국”이라고 진단하면서 “미·중의 무역전쟁으로 수출기업이 타격을 받고 있지만, 아직 치명적인 상황은 아니다. 대미수출은 줄었지만, 전체 수출은 줄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지난 2012년 시진핑 집권 이후 4년 만에 1.3%포인트의 성장률 둔화를 보였는데 이런 추세라면 2019년에는 5.5%까지 하락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의 경제정책 목표와 2020년 ‘중국 100년의 계획’달성을 위해서는 이보다 높은 성장률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중국의 GDP 성장률 6%에 대해 지나친 비관은 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전 소장은 “중국은 이번에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경기하강에 들어갔지만, 재고조정의 끝이 어딘지가 중요하다”면서 “ 대략 3~4년의 주기를 갖는 중국의 재고 사이클을 고려하면 경기저점은 2019년 4분기~2020년 1분기 사이일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이 재정지출, 감세 정책 등의 실시 효과가 9~12개월 후에 나타난다는 점에서도 중국의 경기 바닥 확인 시점은 내년 1~2분기 안에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중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이 1992년 분기 GDP 집계 이후 최저로 나왔지만, 중국은 매년 12월 경제공작 회의를 개최하면서 다음 해 경제목표를 정하고 이를 다음 해 3월 양 회의에서 비준받아 1년간 목표를 달성하는 구조다. 지난 2005년 이후 중국은 GDP 목표를 8%에서 7%로, 7%에서 6%로 계속 하향 조정해 온 배경을 살펴봐야 한다는 주장이다.

중국이 GDP 수치를 낮춘 것은 산업구조 고도화로 GDP 1%당 고용자 수가 90만명 수준에서 150만명 수준으로 높아졌기 때문에 매년 700여만명의 대졸자를 취업시키려면 8%*90만=720만명, 6%*150만=900만명으로 중국의 산업구조 고도화에 따른 GDP 1%당 고용수용능력의 확장이 GDP 목표치 하향이라는 점을 살펴야 한다고 평가했다. 중국의 GDP를 고용지표로 해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중국경제금융연구소에 따르면 중국은 2005년 이후 경제성장 목표를 8%에서 7%, 6%로 계속 낮춰 온 이유는 규모의 효과에 따른 성장률 둔화도 있지만, 중국은 산업구조 변화에 따라 GDP 1%당 고용자 수에 변화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은 전통제조업 위주의 경제에서 서비스업이 주도하는 경제구조이고 서비스업이 전체 GDP의 52%를 차지하고 제조업은 41%에 그치고 있다. 중국의 경기판단을 할 때 중국경제를 이끌고 가는 것은 제조업이 아니라 서비스업으로 봐야 하고 서비스업 구매자 관리지수(PMI)가 중국경제판단에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일본도 무역갈등 당사국으로서 예외는 아니다. 일본 재무성이 21일 내놓은 9월 무역통계(통관기준 속보치)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간 일본의 한국 수출액은 4028억엔(약 4조3000억원)으로 작년 동기보다 15.9% 줄어든 반면 한국으로부터의 수입액은 2513억엔으로 8.9% 감소했다. 흑자 폭은 작년 동기보다 25.5% 급감했다.

일본의 수출 규제를 받는 반도체 소재 등이 포함된 것으로 보이는 유기화합물 수출은 24.5% 줄었고, 반도체 등 제조 장비 수출액은 55.7%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일본의 2019회계연도 상반기(4~9월) 기준 무역수지는 미·중 간 무역전쟁의 영향으로 8480억엔의 적자를 기록, 반기 기준으로 두번 연속 적자를 보였다.

미·중 무역갈등과 한일 무역분쟁의 여파가 이어지면 그 파편으로 인해 서로에게 피해만 안긴다는 게 최근 밝혀진 통계치가 보여주고 있다. 이 때문에 잘잘못을 떠나 미중 갈등은 차치 하더라도 경색된 한일 관계의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이낙연 총리가 일왕 즉위식 참석을 위해 22~24일 일본을 방문한다. 이번 방문 기간 중 아베 총리와의 면담을 통해 명분과 함께 실익까지 챙겨오는 외교력을 발휘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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