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기존 규제 틀 위에 쌓기보다 원점에서 돌아보는 시도해야"
"기업의 새로운 시도, 소비자들의 자율적인 선택 믿어야"

▲ 박경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사진=디라이트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정부는 새로운 기술·산업의 발전 방향에 맞춰 기존 규제 틀 위에 새로운 것을 쌓기보다는 원점에서 돌아보는 시도를 해야 한다."

모빌리티 관련 스타트업 법률자문을 하고 있는 박경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는 지난 23일 서울 서초구 한화생명보험빌딩 내 사무실에서 <일간 투데이>와 만나 4차산업혁명시대 정부의 규제 관점 전환을 이렇게 촉구했다.

박 변호사는 최근 사회적으로 뜨거운 논쟁거리가 되고 있는 모빌리티 산업과 택시업계의 갈등에 대해 "산업의 발전 방향은 관련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의 후생을 증대시켜야 한다"며 "정부는 기업의 새로운 시도, 소비자들의 자율적인 선택을 좀 더 믿어주고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야 또는 구성원들이 안착할 수 있는 출구를 만들어 주는 식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말했다.

'타다' 등 모빌리티 업계가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 등 기존 법령의 빈틈을 이용한 편법 운행을 하고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기존 규제의 틀을 기준으로 보면 편법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겠지만 기존 규제가 현재의 기술·산업 발전에 비춰 볼 때 합리적인지 의문"이라며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든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현재 규제혁신형 플랫폼 택시 제도화를 위한 국토부 택시제도 개편 실무기구 회의에서 논의되는 것도 기존 규제의 틀 안에서 일부 새로운 제도를 도입하자는 식"이라며 "기여금을 낸 만큼 플랫폼 운송사업 허가를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부안대로 법제화 된다면 기여금 납부 능력이 있는 '타다'와 같은 규모의 기업은 살아남겠지만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만으로 승부하는 스타트업은 새로운 사업을 펼치기 어렵게 된다"고 우려했다.

또 "스타트업들이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려면 관련되는 규제가 너무 촘촘하고 복잡해서 잠재적인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이 있다"며 "정부도 규제샌드박스나 자율주행·드론 규제혁파 로드맵의 사례에서처럼 기술 발전에 부응하는 노력들을 하고는 있으나, 몇몇 특정 이슈만이 아니라 기본적인 규제 방식·태도를 네가티브(Negative) 방식으로 전환해 기업들이 좀 더 자유롭게 새로운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다음은 박경희 변호사와의 일문일답.

- '타다' 등 모빌리티 사업이 현행 법령 규정의 빈틈을 이용한 편법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상 기존 규제의 틀을 기준으로 보면 편법이라고 지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여객자동차운수사업법은 여객자동차운송사업과 자동차 대여사업을 명확하게 구분해서 별도의 인·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는 한편 자동차 대여사업은 운전자 알선을 금지해 여객자동차 운송사업화하는 것을 막고 있다. 타다는 예외적인 운전자 알선 규정을 사업화의 기초로 하고 있어 결과적으로 외적인 모양새가 호출 택시와 유사하기 때문에 이런 논란이 빚어진 것으로 본다.

그러나 새로운 기술·산업발전에 비춰 기존 규제의 틀이 합리적인 것인가 하는 의문에서 출발한다면 현행법을 위반하지 않는 선에서 새로운 서비스를 만든 것이라고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택시산업이 기존 규제로 보호받기도 하지만 그만큼 다른 나라들에 비해 비교적 낮은 가격으로 소비자들의 혜택이 크다는 지적도 있다.

△ 그런 측면이 있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하지만 지금은 자동차 보급률도 높아졌고 버스, 지하철 등 일반 대중교통 인프라가 많이 구축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과거처럼 택시 산업에 규제가 강하게 하는 것이 맞는지 의문이다. 택시업계의 규제를 완화해 다양한 가격대의 차별화된 서비스를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박경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사진=디라이트

- 모빌리티 운전자 채용에 특정한 자격요건이 없어서 범죄의 위험에 노출된다는 지적이 있다.

△ 성범죄·음주운전 경력 등 승객 안전과 관련된 자격요건은 필요하다. 그러나 지나친 자격요건 강화는 모빌리티 운전자들의 진입을 막는 장벽이 될 수 있고 궁극적으로 높은 요금으로 승객들에게 돌아갈 수 있다. 국토부의 택시제도 개편안에 포함된 것과 같이 택시기사 자격과 동일한 자격을 요구하는 것보다는 낮으면서도 합리적인 수준의 새로운 자격기준을 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 택시 등 기존 업계와의 갈등 해결을 위한 상생 방안은. 바람직한 사회적 대화기구 운용 방안에 대한 생각이 있는가.


△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라 모든 당사자를 만족시키는 상생 방안은 쉽지 않아 보인다. 기존 택시 산업에 대한 규제, 특히 요금제를 완화해서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와 경쟁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결국 수요자들의 편익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나갈 수밖에 없다. 오랜 기간 지속된 공급자 중심의 촘촘한 규제 방식이 현재 갈등의 큰 요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 모빌리티 운전자들이 4대 보험 등 사회안전망 측면에서 배제돼 이들의 노동권이 취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 근로자성 인정여부에 관한 대법원 판례의 입장에서 볼 때, 모빌리티 운전자들을 모빌리티 플랫폼 운영사의 근로자로 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다만 근로자성 인정 여부는 개별 사안에 따라 달리 봐야 하므로, 일부 언론 보도에 나오는 대로 모빌리티 운전자들이 해당 업체로부터 업무상 지휘·감독을 받는다면 근로자성 여부에 대해 법원의 판단을 받아 봐야 할 것이다.

기존 판례의 기준에 따를 때 근로자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면 특수형태근로종사자에 대한 산재보험 인정과 같이 별도 입법을 통해 해결할 수도 있는데 새로운 입법을 통해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을 누가 어떻게 분담하는지 잘 고려해야 한다. 해당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한 법령이 오히려 해당 노동자의 일자리를 줄이거나 보수가 낮아지게 하는 효과를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이다.

- 모빌리티 등은 보험부문에서 정비가 돼 있지 않아 사고 발생시 손해배상 문제로 소비자 피해가 있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 실제 사고 발생시 피해보상이 이뤄지지 않거나 새로운 모빌리티 이용자가 감당하기 어려운 큰 부담을 지게 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산업의 발전 방향에 따라 보험업계에서도 새로운 모빌리티 서비스에 적용할 수 있는 보험 상품이 개발될 것이다. 정부에서도 법령 개정을 통해 요즘 가장 문제가 되고 있는 전동킥보드의 경우 책임보험 가입대상으로 포함시키는 방안을 적극 고려할 필요가 있다.

- 바람직한 정부의 모빌리티 산업 발전 정책 방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 산업은 관련 비용을 줄이고 소비자의 후생을 증대시키는 방향으로 발전해야 한다. 정부는 기업의 새로운 시도, 소비자들의 자율적인 선택을 좀 더 믿어줘야 한다. 또 이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분야 또는 구성원들이 안착(Soft Landing)할 수 있는 출구를 만들어 줘야 한다.

정부가 지난 7월 '플랫폼 운송사업자는 기존 택시 면허를 매입할 재원인 사회적 기여금을 납부해야만 서비스를 할 수 있다'는 내용의 택시 제도 개편안을 연내 입법화하겠다고 밝혔다. 타다처럼 규모가 있는 기업은 기여금을 납부할 수도 있겠지만 반짝반짝한 아이디어만으로 승부하는 스타트업에게는 엄청난 사업 부담을 안기는 것이다.

안전을 비롯한 보편적인 승객의 이용 가치를 명확하게 침해하지 않는 한 서비스는 다양하게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일단 소비자에게 이용의 기회를 제공해 소비자가 만족하면 그 기업은 성장하고 그렇지 않으면 그 회사는 도태되도록 자율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

박경희 법무법인 디라이트 변호사. 사진=이욱신 기자

- 4차산업혁명 관련해 정부에 바라는 정책 방향은.

△ 블록체인 관련 업무도 많이 하고 있는데 관련 부처 담당자들이 새로운 기술이 가져오는 단점에 주목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된다. 또한 기존 규제 논리를 계속 유지하려는 태도도 많이 보인다. 암호화폐 등에서도 규제를 지키면서 공개적으로 합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줘야 한다. 정부가 암호화폐에 대한 법제화에 나서지 않는 동안 암호화폐 거래소들이 난립하고 자체 토큰을 발행하면서 시장의 혼탁은 한층 심해졌다. 산업의 발전 속도가 갈수록 빨라지듯이 정부의 정책 대응도 속도를 더 높여야 한다.

그래도 규제샌드박스나 선제적인 자율주행·드론 규제혁파 로드맵과 같은 노력은 매우 좋다. 다만 정부가 선호하는 특정 이슈만이 아니라 기본적인 규제 방식, 태도를 네가티브(Negative) 방식으로 전환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사업을 하려는 경우 관련되는 법도 많고 적용 여부가 불분명한 경우도 많다. 새로운 사업을 하려는 기업이 법령 위반으로 잠재적인 범죄자가 될 수 있다는 두려움으로 시도도 못하게 해서는 안된다.

◇박경희 변호사 약력

△서울대 섬유고분자공학과 졸업(1994) △서울대 공법학과 졸업(1996) △서울대 법과대학원 석사과정(민법전공) 수료(1998) △제30기 사법연수원 수료(2001) △법무법인(유한) 태평양 변호사(2001-2004) △POSCO 사내변호사(2004-2006) △GE 캐피털 코리아 준법감시인 겸 사내변호사(2006-2009) △아쎈다스 자산운용 준법감시인 겸 사내변호사(2009-2011) △미국 죠지타운대 로센터(Georgetown University Law Center) 졸업(LL.M. 2012) △OCI 법무팀장(2013-2014) △휴맥스 준법지원인 겸 법무팀장(2015-2018) △대한상사중재원 중재인(2016-현재) △대한변호사협회 IT·블록체인특별위원회 위원(2019-현재) △법무법인 디라이트(D'LIGHT) 변호사(2018-현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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