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첨금 수령 뒤 주변의 돈 요구·유흥으로 '흥청망청'
유흥으로 탕진 뒤 '좀도둑'으로 전락하기도
무리한 주식 투자와 사기로 당첨금 모두 날리고 극단적 선택까지

로또.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권희진 기자] 45개의 숫자 중 6개의 수가 로또 복권과 일치할 확률은 '814만5060분의 1'이다.

인생 역전으로 알려진 로또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현실에서 거의 발생 가능성이 없을 정도로 희박하다.

하지만 최근 로또 1등 당첨자의 살인사건은 로또의 꿈도 스스로의 노력이 없다면 결국 불행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준다.

평생 돈 걱정은 없을 것 같은 로또 1등 당첨자가 돈 문제로 다투다 자신의 친동생을 살해하고 1등 당첨금은 물론 빚까지 지면서 한 개인의 삶 뿐만 아니라 가족 전체의 인생을 뒤흔든 사건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전주지검은 과거 로또 1등에 당첨된 A(58)씨가 지난 11일 오후 4시께 전주의 한 전통시장에서 동생(49)을 수차례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A씨의 기소를 앞두고 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2007년 로또 1등에 당첨돼 12억원을 수령했다. 로또 당첨의 꿈을 실현한 A씨는 두 동생들에게 1억5000만원씩을 주고 작은아버지에게도 수천만원을 건넸다.

A씨는 평소 어렵게 생계를 꾸리던 가족에게 5억원에 달하는 돈을 줄 만큼 가족에 대한 정이 남달랐다.

이후 그는 자신에게 남은 7억원 중 일부를 투자해 정육식당을 개업했고 여기저기서 돈 부탁 요구가 이어지자 주위의 돈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하지만 그에게 돈을 빌려간 지인들은 하나 둘 연락이 두절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개업한 식당도 극심한 매출 부진 상태에 빠졌다.

이후 로또 1등 당첨금이 곧 바닥을 드러냈지만 그의 인심은 지속됐다.

검찰 조사 결과 자신의 사정이 여의치 않은 A씨는 주변 사람들의 돈 부탁을 거절하지 못하고 친동생 집을 담보로 대출까지 받아 돈을 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A씨는 자신의 동생 전셋집을 담보로 은행에서 4700만원을 빌렸고 이에 대한 이자인 월 25만원마저 밀리는 등 재정적 어려움에 빠졌다.

은행의 대출금 상환 독촉이 A씨와 그의 동생에게 이어졌고 이로 인해 A씨의 동생은 A씨에 욕설을 듣게 됐다.

동생의 폭언에 격분한 A씨는 지난 11일 흉기를 들고 동생이 있는 전주의 한 전통시장으로 가 몸싸움을 벌인 끝에 동생을 흉기로 수차례 찔렀다.

로또 1등의 행운이 파국으로 바뀐 첫 번째 상황이다.

두 번째 상황은 로또 당첨금을 모두 탕진한 후 절도까지 한 경우다.

이보다 더 큰 당첨금을 받은 B(39)씨의 말로도 비참했다.

2006년 20대 중반에 로또 1등에 당첨된 B씨는 14억원이라는 거금을 차지했다.

B씨도 처음에는 가족과 당첨금을 쓰며 새 인생을 꿈꿨지만 이내 도박과 유흥시설에 돈을 탕진하게 시작했다.

거액의 로또 복권 당첨금은 8개월 만에 동이 났다.

도박과 유흥으로 자신의 전 재산을 탕진한 이후 B씨는 영남지역 금은방과 휴대전화 할인매장, 음식점, 의류매장 등에서 도둑질을 하다 지난 6월 경찰에 붙잡혔다.

이후 그는 절도로 인해 교도소를 들락거리기를 반복하며 허송세월을 보냈다. 로또 1등 당첨의 행운은 1년도 못가 그의 삶을 범죄자로 만들고 말았다.

2012년 광주에서는 30대 가장이 로또 1등 당첨금 18억원을 사기로 날린 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또 2003년 242억원이라는 거액을 받은 40대는 주식 투자로 당첨금을 모두 탕진하고 사기 피의자로 전락하기도 했다.

기획재정부와 복권 수탁 사업자인 동행복권에 따르면 지난해 로또복권 판매액은 3조9658억원에 달하며 1등 당첨자는 평균 19억6100만원을 지급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또 당첨이라는 행운도 개인의 노력으로 자산을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없다면 오히려 불행의 도화선이 될 수도 있는 안타까운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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