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통합접근법' 일정 매출액 이상 제조업도 해당"
전문가 "미국, 제조업 포함…유럽, IT만 해당", "각국 이해상충, 협상 지난"

▲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 제조업 기업들이 '디지털세(稅)'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경기도 화성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사진=삼성전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삼성전자나 현대자동차 등 국내 대표 제조업 기업들이 '디지털세(稅)' 적용대상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디지털세는 통상 구글이나 페이스북 등 국경을 초월해 사업하는 인터넷 기반 글로벌 플랫폼 기업에 부과되는 세금으로 알려졌지만 국제 조세체계 개편 논의 방향에 따라 전통 대기업도 그 영향권에 안에 들게 됐다는 분석이다.

기획재정부는 30일 이번달 초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디지털세와 관련해 시장 소재지의 과세권을 강화하는 내용의 '통합접근법'을 제안했다고 밝혔다. 통합접근법은 IT기업은 물론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다국적기업까지도 디지털세 적용 범위로 본다. 휴대전화, 가전제품, 자동차 등을 생산하는 제조업 기업이라도 전 세계적으로 일정 수준 이상의 매출액을 올릴 경우 과세 대상이 될 수 있다.

김정홍 기재부 국제조세제도과장은 "삼성전자와 LG전자, 현대자동차는 원칙적으로 소비자 대상 사업"이라며 "각론이 나와야 어떤 기준으로 과세할지를 알 수 있지만 과세 대상에 들어가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합접근법의 기본 취지는 세계 각국의 소비자로부터 얻은 이윤을 모회사 소재지에서만 과세하는 것을 막고 과세권을 각국이 나눈다는 것이다. 과세 규모는 기업의 초과이익과 마케팅·판매 기본활동, 추가 활동 등에 따라 산출한다. 우선 초과이익에 대해 과세하려면 다국적 기업의 통상이윤율과 시장 배분율, 연계성(nexus·과세권 인정 기준) 등을 합의하는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다국적 기업의 글로벌 이익 가운데 통상 이익을 뺀 초과이익을 산출하고 이를 국가별 매출 규모에 따라 나눠 각국에 과세권을 부여하는 방식을 취한다. 예를 들어 다국적기업 A의 글로벌 이익률이 20%, 통상이윤율이 10%, 시장 소재지국 배분 비율이 20%, 연계성 기준이 1000원이라고 가정한 경우, 총 5개의 시장에서 4000원, 6000원, 500원, 1500원, 3000원의 매출을 냈을 때 각국이 걷을 수 있는 세금은 각각 80원, 120원, 0원, 30원, 60원이 된다.

이와 별도로 시장 소재지국에 둔 자회사에서 기본적인 마케팅과 판매 활동에 나서면 고정된 이익률을 적용해 과세하고 이외 스트리밍 서비스 등 추가적인 활동을 하는 경우 추가 과세한다.

정부는 디지털세가 추후 국내 기업은 물론 법인 세수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보고 올해 3월부터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영향 분석과 대응 방안 등을 모색 중이다. 김 과장은 "(디지털세 논의는) 국제 조세의 판을 다시 짜는 형국으로, 말하자면 국제 조세 체계의 '우루과이 라운드'"라고 비유했다.

앞서 2015년 디지털세 논의가 처음 시작될 때부터 참여해 온 우리나라는 명백한 제조업의 경우 과세대상에 포함하지 않도록 하는 입장을 꾸준히 피력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업체들은 아직 구체적인 법률이 제정되지 않은 만큼 특별한 의견을 표명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입장이다.

한 전자업체 관계자는 "아직 결론이 난 사항이 아니어서 현재 단계에서 말할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자업체 관계자도 "법안이 발의되거나 통과되지 않고 논의가 진행 중인 사안이라 기업 차원에서 입장을 낼 것이 없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일간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