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편법적 경영 승계, 제재 대상"
"다른 부처 정책 중 경쟁 영향 미칠 수 있는 것, 공정위 목소리 내야"

▲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쉐라톤 서울 팔래스 강남 호텔에서 열린 제178회 중견기업 CEO 조찬 강연회에서 '건강한 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공정위 역할과 과제'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5일 "기업 지배구조에서 총수 일가의 지분율이 낮은 것 자체를 제재할 생각은 없다"며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에 의한 편법적 경영 승계에 집중할 생각임을 밝혔다.

조 위원장은 이날 서울 서초구 쉐라톤 호텔에서 열린 중견기업연합회 초청 조찬 강연에서 "대기업 총수 일가가 적은 지분만 갖고 다수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체제가 강해졌지만 이런 현상 자체는 제재 대상이 아니다"며 이렇게 말했다.

이날 배포된 강연 자료에 따르면 10대 대기업 집단의 총수 지분율은 1990년 5.1%에서 1999년 1.8%, 2009년 1.1%로 떨어졌고 올해 0.9%까지 낮아졌다.

조 위원장은 "다만 일감 몰아주기 등 부당 내부거래가 편법적 경영 승계, 총수들의 사익편취에 이용되면 공정위의 정책 (제재) 대상이 될 것"이라며 "일감 몰아주기는 편법적 경영 승계에 이용될 뿐 아니라 기업집단 안에서도 비효율적 자원 배분을 일으켜 기업가치를 떨어뜨린다"고 지적했다.

강연 후 한 참석자가 "계열사간 내부거래는 비용 절감, 경쟁력 강화, 자원의 효율적 재배분 등 긍정적 효과가 있다"고 반박하자 조 위원장은 이에 대해서도 일부 인정하면서 '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말아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했다.

그는 "내부거래라도 시장 가격, 정상 가격으로 이뤄지는 경우 공정위의 관심 사항이 아니고 제대로 된 내부거래는 기업가치를 상승시킨다"며 "다만 시장 가격과 차이가 나는 수준에서 내부거래가 일어날 경우 부당하다고 보고 제재한다"고 답했다.

조 위원장은 '공정경쟁' 차원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에 존재하는 중견기업들의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에서 중견기업은 4468개로 전체 영리법인의 0.07%에 불과하나 고용의 13.6%, 매출의 15.5%를 차지한다"며 "대기업과 중소기업 사이 가교 구실을 하며 상생협력의 객체이자 주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견기업은 하도급을 받는 사업자이자 원사업자"라며 "공정거래와 상생협력을 위한 중견기업들의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 위원장은 강연을 마치고 기자들이 차량 호출 서비스 '타다' 등 공유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견해를 묻자 "최근 인터뷰에서 밝힌 그대로 (긍정적이다)"라며 "공유경제에 한정할 게 아니라 다른 부처의 정책 가운데 경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에 대해서는 공정위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답했다.

이날 행사에는 중견기업 대표 및 임직원 80여명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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