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년 이용자·게임사업자에게 과도한 부담 지워"
"자유로운 이용 허가 뒤 과몰입군 선별·제한 대책 강화해야"

▲ 국회 입법조사처는 한국언론법학회와 공동으로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게임이용과 본인인증제도'라는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사진=이욱신 기자
[일간투데이 이욱신 기자] 청소년의 성인용 게임 이용과 과몰입을 막기 위해 모든 온라인 게임 회원 가입시 획일적으로 본인 인증을 강제하는 현행 제도를 게임 유형별로 필요성에 맞춰 자율화, 다변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본인인증제를 통해 연령 외 개인정보까지 요구함으로써 비성인용 일반 게임에 대한 청소년의 이용 편의를 제약할 뿐만 아니라 게임 개발사에는 개인정보보호의 책임을 과도하게 부담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한국언론법학회와 공동으로 지난 8일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 소회의실에서 '게임이용과 본인인증제도'라는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심우민 경인교대 사회교육과 교수는 "최초 회원가입 단계에서부터 본인인증을 받도록 해 연령 이외의 본인확인 정보까지 수집을 하도록 하는 것은 타당하지 않아 보인다"며 "각 게임사들이 연령확인만 할 수 있도록 하는 방식으로 인증체계를 다양화할 필요가 있다. 더 나아가 현재 신용정보기관, 이동통신사 및 신용카드사들이 본인확인기관으로 기능하는 것과 유사하게 게임사들도 본인확인기관으로 지정받을 수 있도록 해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상 본인인증체계 운용으로 인한 비용과 위험을 상쇄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이어 "게임 과몰입 자체가 문제라면 최초 회원단계에서부터 본인 확인을 통해 진입장벽을 쌓기보다는 게임을 활용토록 한 후에 과몰입이 의심되는 이용자에 한해 성인인증 또는 연령확인을 받도록 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며 "실제 통계적으로도 게임을 선용하는 집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만큼 과몰입 대상군에 한정된 '선택적 제외'(옵트아웃·Opt Out) 방식이 게임산업 진흥을 저해하지 않으면서 과몰입을 예방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박종현 국민대 법대 교수도 "청소년의 자기결정권과 문화향유권 측면에서 일단 게임은 자유롭게 할 수 있게 하고 과몰입은 그 다음단계에서 고려하는 것이 순리"라면서 "청소년보다는 본인 인증이 쉬운 성인이 스스로 성인임을 인증받는 방식으로 연령확인을 해 청소년이용불가 게임을 이용하도록 하는 방법이 더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김은수 서울대 법과경제센터 선임연구원은 "본인인증제도로 과몰입 방지 등 청소년보호라는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기도 하지만 게임이용자의 개인정보, 프라이버시 보호 문제도 제기된다"며 "본인인증제도는 정부기관이 아닌 개인정보처리자에 해당하는 게임업체에 필요 이상의 개인정보를 수집할 것을 강제함으로써 청소년 보호와 같은 사회적 가치의 보호 의무를 정부가 기업에 떠넘기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청소년 보호와 프라이버시 보호라는 다양한 사회적 가치들의 관계들을 좀 더 세밀하게 반영해서 개인정보보호법 개정을 포함한 본인인증제도의 법정책적 방향성을 다시 정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남현식 법무법인 메리트 변호사는 "현재 셧다운 적용 게임의 범위는 여성가족부 고시로 영리를 목적으로 한 온라인 PC게임이 주 대상"이라며 "휴대가 간편하고 조작이 편리해 몰입도가 높은 모바일 게임물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된 것을 보면, 현재의 규제가 적절한 기준없이 당국에 의해 얼마나 자의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쉽게 알 수 있다"고 꼬집었다.

배관표 국회입법조사처 교육문화팀 입법조사관은 "본인인증제도를 통해 과몰입 등 청소년 보호를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게임사업자들은 복수 계정을 이용한 이른바 '어뷰징'(Abusing·게임에서 정당하지 않은 방법으로 이득을 취하는 행위) 등을 막을 수 있어 필요성이 인정된다"며 "하지만 이를 법률로 강제하기보다는 자율규제 방식으로 하는 방안을 논의해 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윤주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다수의 청소년들이 본인인증제를 할 때 부모 또는 조부모의 주민등록번호를 도용해 인증을 받거나 동의를 구하는 현상을 고려할 때 본인인증제를 통한 사전 인증을 강화하기보다는 과몰입 등의 부정적 행동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한 사후지원시스템을 다양화하고 강화하는 것이 실효성이 크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현귀 헌법재판연구원 책임연구관은 "개인정보보호 및 이용자 편의, 게임산업의 국제경쟁력 등을 위해 본인인증방식을 다변화, 자율화해 한다는 주장에 동의한다"면서도 "이런 주장이 개인정보 자기결정권이나 게임할 자유의 주체인 이용자보다는 게임사업자가 하는 것이 적합한 주장으로 보인다"고 꼬집었다.

이날 세미나에 참석한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대한민국게임포럼 공동대표)은 "게임산업은 콘텐츠 시장 전체 수출의 67%를 차지할 정도로 유망한 차세대 주력 산업이지만 부정적인 인식 또한 상존한 실정"이라며 "게임산업을 바라보는 다양한 견해들이 심도 깊이 논의돼 제도적 개선이 도출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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